공공승용차 홀짝제

임병호 논설위원 bhl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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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 승용차에 대한 홀짝제가 시행되면서 많은 공무원들이 동참, 승용차를 집에 두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공공기관의 주차장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한산한 점이 그렇게 보인다. 일단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눈치족’과 ‘얌체족’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아침 일찍 차량을 몰고 나와 공공기관 인근 주차공간을 선점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더구나 유료 주차장을 찾지 못한 운전자들은 주택가의 빈 공간을 멋대로 사용하여 곳곳에서 민원이 발생한다.

본보 16일자 7면에 따르면 15일 경기도청 인근의 수원시 고등동 주택가 골목길엔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엽니다’라고 씌여진 스티커가 붙은 짝수 차량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고등동 ‘도청옆길’에도 역시 같은 스티커를 붙인 승용차들이 연이어 세워져 있었다.

‘경기도가 미래를 엽니다’란 스티커는 공무원 신분을 나타나는 증거물인데도 태연히 주차시켜 놨다.

인천시청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위 공무원 여러 명이 시청 앞 상가 유료 주차장에 승용차를 세워둔 채 출근하는 등 에너지 절약에 솔선수범해야 할 공무원들이 되레 홀짝제 운행을 외면했다. 취재 기자에게 “공무원만 봉이냐”고 반문했다니 시국관을 의심치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들의 경우는 문제점이 더 크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전혀 딴 세상이다. 의원회관 앞에는 차량 번호가 홀짝수인 대형 세단들이 늘어서 있다. 의원회관에서 나온 국회의원들은 비서진의 수행을 받으며 태연하게 차에 오른다. 입법부도 에너지절약 대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지만 홀짝제가 회기중엔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덕분이다. 비회기중엔 의무적으로 실시되지만 국회의원과 보좌관 차량에 대해선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어서 회기든, 아니든 국회는 홀짝제가 사실상 면제되는 셈이다.

이런 식의 홀짝제는 국민의 위화감을 조성하기 쉽다. 눈치족·얌체족은 마땅히 규제해야 된다. 하지만 예컨대 기동력이 생명인 경찰서 강력반, 대중교통이 열악한 벽지 거주자 등은 홀짝제 지키기가 사실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 보다 효율적인 보완대책이 요구된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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