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과 행동

‘말이 많으면 궁지에 몰리는 때가 많다’, ‘말이 많으면 자주 곤란한 처지에 빠진다’는 뜻인 다언삭궁(多言數窮)이란 사자성어가 도덕경(道德經)에 나온다. 백호 윤휴는 ‘터놓고 말 많이 하는 사람들(快快旣多言)/ 다시한번 생각하길 청하노라(請且加重思)’는 시를 썼다.

역대 사서(史書)에는 삼사(三思) 또는 삼사이행(三思而行)이란 말이 무수히 나온다. 말을 하면 행동이 뒤따라야 하니 세 번 이상 생각하고 말하라는 뜻, 또는 세 번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뜻, 깊이 생각하고 행동에 옮김을 뜻하는 말이다.

백규(白圭)란 백옥(白玉)으로 만든 규(圭)인데, 시경(詩經) 대아(大雅)편의 ‘백옥으로 만든 규(圭)의 흠은 갈아서 없앨 수 있지만, 말은 한 번 잘못하면 없앨 수 없다’는 구절에서 딴 것이다.

공자가어(孔子家語) 관주(觀周)편에는 금인명(金人銘)이 있다. 주나라 후직(后稷)의 사당 앞에 금인(金人)을 세워 놓았는데, 그 입을 세 번 봉하고 등에는 ‘옛날에 말을 조심한 사람이다(古之愼言人也)’라고 썼다는 것이다.

논어 위령공(衛靈公)장에서 공자는 “말 할 만한데도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 것이요, 말 할 만하지 않은데도 말하면 말을 잃는 것이다 라는 말이 정답일 것이다”라고 했다.

지난 2006년 11월 24일 반(反) FTA(자유무역협정) 집회가 폭력 양상을 띠자 정부는 당시 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열어 ‘불법·폭력 집단행위에 대해선 주동자 뿐 아니라 적극 가담자, 배후 조종자까지 철저히 밝혀내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고 담화문을 발표했다. 또 ‘앞으로 폭력시위나 교통 혼잡 등 국민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도심 집회는 엄격히 제한하겠다’고도 했다.

이 담화문은 국무총리와 행정자치부장관(현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노동부장관 등의 공동명의로 발표됐다. 그 당시 법무부장관을 지낸 민주당 천정배 의원도 2006년 평택시위에 대해 “폭력에 대해선 반드시 처벌해야 하며 폭력 가담자들은 엄중대처 한다는 게 정부방침”이라고 했었다.

참여정권의 주역들이 연일 촛불시위에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6월 26일 밤에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천 의원은 박살난 경찰차 앞에 쌓인 모래더미 위에서 “여러분 요구가 정당하다. 함께하러 왔다”고 했을뿐만 아니라 촛불시위에 참여하여 사실상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행자부 장관이었던 이모 의원은 6월 28일 서울 광화문 시위 현장의 맨 앞에 있었다. 또 그 분은 “내가 행자부장관 할 때는 FTA에 반대하는 소수의 폭력시위였고, 지금은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저항운동이라는 차이가 있다.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불법 반정부 시위를 선동하며 촛불시위를 격려하고 동참하는 정치 지도자, 사회지도자, 종교인, 교육자는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하고 권위를 잃는다. 그분들도 말과 행동을 같이 하여 존경을 받고 국민 신뢰를 얻는 것이 옳을 것이다.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를 2개월간이나 할 것이 아니라 시위할 시간에 참석자들이 토론을 거쳐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게 국가발전에 더 이익이 아닌가.  /강창희 경기도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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