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총사퇴가 교육과학부·농림수산부·보건복지부 등 3부 장관만 바꾸는 땜질 개각에 그쳤다. 이래가지고는 ‘인적 쇄신을 했다’고 말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눈높이’라는 말을 자주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도 않고, 인적 쇄신으로도 볼 수 없는 땜질 개각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
내각 총사퇴가 불발된 데는 한승수 총리 유임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유임이 특히 눈길을 끈다. 그런데 한 총리는 또 그렇다 쳐도 강 장관의 유임은 괴이하다. 환율정책에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명박 경제정책 실정의 우두머리다. 성장쪽으로 환율 상승을 부추겼던 그가 환율을 낮추는 쪽으로 180° 말을 바꿨다. 외환보유액을 털어서라도 환율을 떨어 뜨리겠다는 것은 안정을 위해서라지만 의문이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반짝 약발일 뿐 오래 갈 수 없다. 또 강만수 장관처럼 정부가 노골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정부는 다른 나라에선 그 어디에도 없다. 환율 조작국으로 낙인찍혀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누가 봐도 경질 0순위로 보았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임되면서 대신 최중경 차관이 경질됐다. 장관의 잘못을 차관이 뒤집어 쓴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얼마전 올 성장률 4.7% 전망을 “4%대 후반”으로 발표했다. 소비자물가 전망치 4.6%에 비해 성장률이 훨씬 높게 들리는 것이 4.7%보단 4%대 후반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바꾸지 못한 것은 20여년에 걸친 소망교회 인연 때문이다. 이명박 서울시장이던 때는 이래서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으로 곁에 두었다. 대통령선거땐 선대위정책조정실장, 대통령직인수위에서는 경제1분과 간사를 맡았다.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측은 “경제사정이 안좋은 상황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바꾼다고 경제가 좋아질 전망은 없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회생의 전망은 물건너 갔다는 얘기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충성심이 자칫 경제를 더 망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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