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논술

의료산업화,한국 의료의 대안인가?

爭 點 討 論

“아담은 토목 절단 작업 중 가운뎃 손가락과 넷째 손가락이 잘렸다. 병원을 찾았지만 손가락을 접합하는 데 가운뎃손가락은 6만 달러, 넷째 손가락은 1만2000달러가 필요하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우리 돈으로 7천여만 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결국 아담은 가운뎃손가락을 포기한다.”

마이클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 의 한 부분이다. 이 영화는 미국의료보험제도의 허점을 낱낱이 까발린다. 미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제도가 없는 유일한 나라다.

요즘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도 화제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영리의료법인 도입 등 일련의 의료산업화 논의 때문이다.

의료산업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서비스가 산업으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이것을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워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료산업화 정책이 결국 영화 <식코> 에서 보여주는 미국의 상황을 재연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인다. 의료는 산업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공공재라는 것이다. 과연, 의료산업화는 한국 의료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우리사회의 의료산업화 논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제윤아 상임연구원

<생각열기>

한 나라의 의료보장시스템은 개인의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아래 세 가지 의료보장시스템 중 여러분이 선택하고 싶은 의료보장시스템은 과연 무엇인가요?

다음은 각 나라의 의료보장시스템의 특징을 적어놓은 것이다.

A나라

- 의료기관에서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병으로 치료를 받거나 물론 암, 백혈병 같은 수술을 해도 진료비를 거의 내지 않는다.

-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비용도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다.

- 의료의 질적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다. - 진료시 대기시간이 길다.

B나라

- 의료기관을 이용하면 가벼운 질병도 상대적으로 고액의 진료비가 청구된다.

- 의료보험에 드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이며, 의료보험비도 자신이 보장받고 싶은 만큼 선택해 낼 수 있다.

- 의료의 질적 수준은 세 나라 중 가장 높다.

- 비싼 보험에 들지 않으면 실제로 보장받을 수 있는 질병이 많지 않다.

- 보험회사가 선택한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 당신이 의료보장시스템을 선택한다면?

C나라

- 의료기관을 이용시 의료보험 적용으로 50% 정도의 진료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 모든 국민이 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하며, 의료보험비는 그다지 높지 않다. (A나라와 B나라 중간 정도의 금액)

- 보장받는 질병이 많지만 백혈병 등 희귀 난치성 질환의 보장은 약하다.

- 의료의 질적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다.

1. 여러분이라면 어떤 나라의 의료보장시스템을 선택하겠습니까? 그렇게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함께 말해봅시다.

2. 의료보장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중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해봅시다.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가?

□ 의료비를 얼마나 적게 낼 수 있는가?

□ 의료의 질적 수준은 얼마나 높은가?

□ 의료보험을 얼마나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가?

□ 기타

Yes/No

의료산업이라는 말,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 의료를 더욱 산업화하여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의 공공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지나친 산업화 논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의료 산업화 주장에 대한 찬반입장을 살펴봅시다.

명제Ⅰ. 의료서비스도 공공성을 포괄하는 하나의 산업으로 봐야 한다!

Yes/(의료산업화 추진해야)

의료에는 공공적인 측면 외에 산업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국내 의료서비스는 공공성만 강조되고 있다. 물론 공공성을 부인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료는 공공성 못지않게 산업으로도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의료서비스는 노동집약적 산업인 동시에 지식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세계적으로 의료 산업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지원하는 것은 이러한 산업적 특성 때문이다. 시장 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상업화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국내 의료서비스는 경쟁에 밀려 도태될 것이다. 물론 환자를 통해 돈벌이를 한다는 시각 때문에 의료산업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러한 시각 때문에 국내 의료서비스 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해진 것이다. 의료서비스를 산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화될 때 병원들은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것이다. 결국 자유로운 경쟁 속에 의료산업 전체의 성과가 높아질 것이며 그러한 혜택의 일부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No/(의료의 공공성 강화해야)

의료는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서비스로 모든 국민에게 공평히 분배되어야 하는 공공재다. 특히 의료서비스는 시장주의에 내맡길 때 반드시 시장실패의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환자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판단할 수 없으며 의사 및 의료기관이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독점하는 특수성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가 경쟁력 있는 체계로 발전하지 못한 것은 공공성만을 강조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공공부문이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민간부문의 비중이 너무나 커 공공성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를 산업으로 강조하고 규제를 완화했을 때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지역은 의료서비스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의료양극화는 사회 전체의 후생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와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의료의 상업화가 아니라 공공의료를 확대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쟁 점 이 술 술~>

건강한 삶은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삶입니다. 건강한 삶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의료서비스인데요, 최근 의료의 산업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의료의 산업화란 무엇이고, 현재 우리의 의료 현실은 어떠한지 함께 살펴봅시다.

1. 먼저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체계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의 근간은 77년에 도입된 건강보험제도예요. 국가별 의료보장제도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일본, 프랑스, 독일 등과 유사한 사회보험방식(NHI)이에요. 사회보험방식이란 의료서비스를 사회화하여 관리하되 보험자가 보험료로 재원을 마련하여 의료를 보장하는 방식을 말하죠. 반면 영국이나 스웨덴은 국가의료제공방식(NHS)을 택해요. 이는 ‘국민의 의료문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정부가 조세로 재원을 마련하여 모든 국민에게 무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예요. 이와 달리 의료서비스를 완전히 민간에 맡기는 민간보험방식도 존재해요. 하지만 OECD국가 중 민간보험방식에 의존하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어요. 우리나라는 의료서비스에 있어 비교적 공공의 성격이 강한 사회보험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서비스의 질이나 공적 보장의 수준이 극히 열악한 수준이에요.

2.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현실은 어떠한가요?

사회보험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현실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빈약해요.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은 11%(주요 선진국 70~80%)에 불과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 범위도 64%(OECD평균 80%)에 그치고 있죠. 국민의료비 중 공공지출비율도 53%(OECD평균 73%) 수준에 불과해요. 우리나라는 이처럼 시스템의 형태와는 달리 의료서비스의 공공부문이 극히 취약하고 민간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은 편이에요.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은 점차 고갈되어 지난해엔 2천847억 원의 적자를 보았다고 해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의료 산업화가 제기되기도 하며 반대편에선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죠.

의료 산업화란 무엇인가요?

의료 산업화는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품, 의료기기 등 의료 생산재 부문과 의료서비스 부문을 육성하여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아울러 경쟁을 통한 의료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일련의 정책적 흐름을 말해요. 한마디로 의료의 산업·경제적 기능을 강화시키려는 정책이죠. 이중 제약산업과 의료기기 산업의 육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편이에요. 하지만 의료서비스 부문까지 산업화하려는 시도에 대해선 반발이 적지 않은 편이죠.

3. 의료 산업화 주장은 언제부터 제기되었나요?

의료 서비스를 산업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으나 정책에 반영하는 것을 적극 검토한 것은 참여정부 시기부터예요. WTO협상을 통해 의료시장 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이 도래하자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고민되었죠. 또한 고용 창출과 다양하고 고급화된 소비자의 의료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었어요. 참여정부의 의료정책은 공공서비스 확대와 함께 의료 산업화를 추진하는 다소 상반된 목표를 두고 있었고 결국 의료 산업화 정책은 구체화되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이후 인수위에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완화할 것을 검토하는 등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포함하여 의료 산업화의 구체적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4.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란 무엇을 말하나요?

병의원, 약국 등 요양기관이 건강보험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을 말해요. 이러한 당연지정제를 폐지 내지 완화하자는 주장은 곧 ‘요양기관 계약제’를 실시하자는 주장과 같죠. 이는 병원에 따라 건강보험공단과 계약을 맺는 곳이 있는가 하면 민간의료보험회사와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당연히 당연지정제 폐지는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활성화하는 정책과 긴밀한 연관이 있어요.

5. 우리나라 병원들은 영리법인이 아니었나요?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병원이 이미 영리법인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병원들은 공공병원뿐 아니라 민간이 건립한 경우도 비영리법인으로 강제하고 있죠. 다만 여러 변법을 통해 이익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일 뿐이에요. 영리의료법인이란 의료서비스 산업에 외부 자본의 유입을 제도적으로 허용해, 병원운영의 이윤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것을 허용하는 의료기관을 의미해요. 병원의 기업화를 추진하는 거죠. 현재로선 병원의 이익은 의료기관이나 의료 연구에만 재투자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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