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몰입교육, 도입해야 하나
爭 點 討 論
“세계화 시대에 국민들이 영어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국가와 개인이 차이가 난다.” 이명박 대통령이 회의석상에서 한 말입니다. 국민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개인도 발전하고 나라도 부강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대통령의 이러한 생각은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하겠다는 인수위의 발표에서 절정에 달했습니다. 영어공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사교육비 절감은 물론 교육양극화 해소와 국가경쟁력 향상도 꾀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영어몰입교육 도입 발언은 반발이 커 곧바로 철회되기는 했지만, 교육계를 넘어 사회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정말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새 정부의 바람대로 사교육비가 줄어들고 교육의 양극화는 해소될 수 있을까요? 더불어 국민들의 영어사용능력이 향상되어 국가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까요? 세계화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해야 할지 생각해봅시다. /김인규 상임연구원
<생 각 열 기>생>
흔히 영어발음이 좋은
사람은 영어를 잘 한다는
생각이 많습니다. 그러면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원어민의 영어발음을
그대로 우리말로
표기해야 할까요?
과연 영어를 잘한다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원어민처럼 발음해야 영어를 잘 하는 것일까?
“‘Press-friendly’(언론친화)하게 하겠다고 했더니 모든 신문 방송에 ‘프레스 프렌들리’ 이렇게 써놨어요. f 발음은 후렌들리가 맞아요. 미국에서 ‘오렌지’ 달라고 했더니 아무도 못 알아들어요. 그래서 ‘오륀지’ 이러니까 ‘아 오륀지’ 이러면서 가져오더라고요.”
이경숙 대통력직인수위원장은 영어공교육 공청회에서 ‘p’ 발음과 ‘f’ 발음, ‘l’ 발음과 ‘r’ 발음 구분 등 영어발음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이어 영어를 발음하는 그대로 표기하기 위해서 “영어 표기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어 표기법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원어민처럼 발음하기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컴퓨러로, 바나나를 버내너로, 오렌지쥬스는 오륀지지우스로, ‘패션’을 ‘훼션’으로, ‘티쳐’를 ‘티쳘’로, ‘댕큐’를 ‘생큐’ 등으로 표기법을 바꿔야 한다는 거죠. 이경숙 위원장은 이를 위해 국어체계의 일부를 손질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영어표기법을 원어민의 발음 그대로 바꾸면 우리나라 국민의 영어발음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까요? 아울러 영어발음은 영어를 잘 하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 걸까요?
① 영어발음을 원어민처럼 유창하게 하기 위해 영어 표기법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할지 생각해봅시다.
② 원어민 발음의 기준은 미국 본토의 주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자신의 생각을 말해봅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영어교육 개혁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었던 영어몰입교육이 언제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지 모를 일입니다. 영어몰입교육은 세계화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걸까요?
● 명제Ⅰ. 세계화 시대, 영어활용능력은 국가경쟁력이다!
Yes/(도입해야)오늘날 국제어로 자리잡은 영어는 세계화 시대에 선진화된 문화와 정보를 수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다.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역량이 세계화를 주도할 만큼 크기 때문이다. 실례로 인터넷 언어의 80% 이상이 영어이며,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정보들 가운데 과학적 주제들은 거의 모두 영어다. 결국 영어사용자는 비사용자에 비해 부와 정보에 접근할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영어활용능력은 비단 개인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무역 자유화로 국가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세계가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어 영어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영어구사력이 바로 국제협상력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해외투자자들은 한국인들의 영어사용능력 부족을 투자 기피 이유 중 하나로 꼽기도 한다. 반면 비영어권 국가인 핀란드는 영어몰입교육에 공을 들인 이후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영어구사력이 높은 국가들은 경제성장과 삶의 질 또한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No/(도입하지 말아야)세계화 시대에 영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나, 그 중요성은 과장되었다. 실제 영어가 꼭 필요한 특수 직종을 제외한 다수 국민들이 영어를 사용할 기회는 많지 않다. 영어가 필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은 경쟁력이 되겠지만 이를 모든 국민에게 적용할 필요는 없다. 국민들의 영어구사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해외자본 유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투자할 가치가 있다면, 해외 기업들은 통역을 고용해서라도 국내에 투자할 것이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작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영어활용능력이 아니라 과학기술과 문화역량, 선진화된 경제시스템 등이다. 또한 싼 가격에 고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은 영어를 잘 못하지만 경제대국이 되었고, 영어를 잘하는 필리핀은 여전히 경제후진국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않았나.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영어교육만 강조한다면, 온 국민을 영어열풍으로 몰고 가 국가적인 역량의 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실용정부의 기치에 맞게 영어교육도 꼭 필요한 인력과 부문에서만 키우는 효율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
● 명제Ⅱ. 영어몰입교육은 가장 효율적인 영어교육 방법이다!
Yes/ 10년 넘게 영어공부를 해도 원어민과 대화조차 못하는 영어교육의 현실을 뜯어고쳐야 한다. 우리의 영어 교육은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순으로 교육하며 문법중심이 강한 편이다. 그러나 문법을 의사소통과 분리하여 교육한다면 그 목적은 언어습득이 아니라 언어학의 습득이 되고 만다. 이제 듣고 말하기 우선의 영어교육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영어몰입교육은 말하기와 듣기, 과목 내용의 이해까지 세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교육방법이다. 언어의 습득은 기본적으로 모방에서 시작된다. 학생들이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과 기회가 많을수록 영어습득의 효율성은 높아진다. 때문에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영어권 국가인 우리나라는 영어몰입교육을 통해 수업시간에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수 있게 하여 학생들에게 최적의 영어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다. 또한 자연스레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학습 의욕도 고취시킬 수 있다.
No/ 영어몰입교육은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들에서나 채택할 수 있는 교육방법이다. 영어가 공용어가 아닌 우리나라에서는 몰입교육이 오히려 심화 학습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수학과 과학 등 다른 과목의 학습수준도 떨어질 우려가 크다. 또한 말하기 듣기 중심을 강조하여 읽기, 쓰기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해 전문적인 분야에서 학문을 할 수 있는 지적 체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영어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자연스레 수업에서 배제되고, 일부 상위권 학생들만을 위한 수업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TEE(영어로만 진행하는 영어수업) 이론에서도 학자들은 모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몰입교육이 반드시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의사소통 능력이란 단순한 언어능력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지식과 사고력을 포함하는 능력이다. 때문에 영어몰입교육으로 영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말 능력과 사고 능력을 키우는 등 전반적인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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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영어열풍이 뜨겁습니다. 그 열풍의 근원지에는 ‘영어몰입교육’ 논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영어몰입교육이란 무엇인지, 논란이 어떻게 전개된 것인지 살펴봅시다.
1. 몰입교육이란 무엇인가요?
언어몰입교육(Immersion education)이란 모국어 외 목표어를 설정하고 목표어를 위한 별도의 수업시간을 두지 않은 채, 일반 정규과목의 모든 수업을 목표어로 진행하는 것을 말해요. 영어몰입교육이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 않는 나라에서 영어를 목표어로 설정하고 몰입교육을 하는 것을 의미하죠. 언어몰입교육은 1963년 영어를 모국어로 삼고 있으며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캐나다의 퀘백주에서 프랑스어몰입교육으로 처음 실시되었어요. 이후 효과적인 외국어 학습모델로 알려져 있죠.
2. 언어몰입교육은 일반 언어수업과 무슨 차이가 있나요?
언어몰입교육은 학습자가 해당과목의 내용과 목표어를 동시에 습득하도록 하는 교육방법이에요. 전통적인 문법중심에서 벗어나 목표어를 사용하여 해당 교과의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죠. 목표어를 사용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만큼 교사와 학생 또는 학생끼리의 의사소통에도 목표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목표어 노출 비율이 매우 높아요. 몰입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학문적인 지식 뿐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익힐 수 있죠. 이러한 몰입교육의 취지와 상반되게 종래의 한국 영어교육은 언어자체를 학습하는 것이 주류를 이뤘어요. 이러한 반성 때문에 최근 우리나라에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3. 최근 영어몰입교육 도입 논란은 어떻게 진행된 것인가요?
예전에도 영어몰입교육 도입에 관한 시도와 논의는 있어 왔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사립학교인 영훈초등학교가 96년 처음으로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한 이후, 지금은 민족사관고와 일부 외국어고 등에서 부분적으로 영어몰입교육을 시행하고 있죠. 최근 영어몰입교육이 다시 논란이 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 과정에서 2010년부터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에요. 이에 대해 교육단체와 일선 교사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몰입교육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인수위는 발표 일주일 만에 영어몰입교육을 시행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번복했어요. 여론의 반발로 무산되긴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영어몰입교육에 대해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여건이 조성된다면 언제든지 시행할 가능성은 열려 있어요. 한편 새 정부는 영어몰입교육의 전면 시행을 철회하며 그 대안으로 2010년부터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진행하는 ‘영어공교육 강화방안’을 발표하여 이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어요.
4.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의 내용은 무엇인가요?
영어공교육 강화방안은 지금의 학교 영어교육 체계로는 학생의 영어활용 능력을 높이지도 못하고 막대한 영어 사교육비를 줄이지도 못할 거라는 판단 때문에 제기됐어요. 이 방안은 2010학년도부터 전국의 모든 고교에서 영어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죠. 이를 위해 영어수업이 가능한 영어전용 교사를 2013년까지 2만3천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또한 영어수업이 가능한 일반인을 영어교육에 전면 투입할 계획인 ‘영어전용 교사 자격제도’도 계획하고 있죠. 영어교육과정을 획기적으로 개편하여, 초등학교 영어 수업시간을 확대하고 중고교에서는 말하기, 쓰기 등 회화 중심의 교육을 실시할 방침도 있어요. 2015학년부터는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등 네 가지 영역을 모두 평가하는 국가 영어능력평가 시험도 도입돼요. 이러한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들은 영어몰입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5. 다른 나라에서도 영어몰입교육을 시행하고 있나요?
현재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는 나라들은 싱가포르, 홍콩, 인도, 필리핀, 노르웨이 등 10여 개국에 이르고 있어요. 이들 나라들은 대부분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거나 영어사용이 일반화된 나라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이들 나라들이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는 이유는 조금씩 달라요. 영어몰입교육을 도입하고 있는 대개의 나라들은 다민족 국가들로 다양한 언어들이 사용되고 있어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일례로, 말레이시아는 중국계, 인도계, 말레이시아계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른 민족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공용어로 영어를 채택하는 경우예요. 때문에 영어 공교육과 몰입교육을 해도 국민적인 거부감이 덜한 편이죠. 다민족으로 구성된 인도, 싱가포르, 필리핀, 핀란드도 말레이시아의 경우와 비슷해요. 때문에 일각에서 몰입교육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영어권 국가에서나 도입하는 제도일 뿐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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