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현 ㈜뮤렉스 대표
“노력한 만큼 성과는 오기 마련이고,
시련은 참고 견디면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국내 최초 다목적 체험 학습시스템을 개발한
뮤렉스(대표 엄정현)는 공대 출신 연구원 5명이
시작해 만든 기업으로 ‘자신이 만든 기술이
상품으로 만들어진다’는 엔지니어들의
꿈을 실현한 기업이다.
◇공대생 기업= 엄정현 대표는 공대출신으로 할 줄 아는 것은 기술개발 밖에 없었다고 한다.
공대에 다니던 시절 국산 기술이 외국기술에 뒤처져 있는 현실에 대해 심각해 고민했던 엄 대표는 어떤 기술이든 자기 손으로 국산화 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처음 직장에 취직한 엄 대표에게 떨어진 특명은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개발하던 노면 측정장치와 측량장치였다. 당시만 해도 국내 기술은 전무한 상태로 비싼 돈을 들여 외국기술을 이용해도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로인해 한국도로공사 측에서 먼저 제의한 노면 측정장치는 엄 대표에게 있어 자신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첫번째 사업이기도 했다.
그러나 엄 대표의 꿈은 외환위기라는 벽에 막혀 빛을 보지 못했고, 결국 다니던 직장은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맞게 됐다. 엄 대표도 회사를 떠나야 했다. 처음 좌절을 맛본 엄 대표는 신중한 고민 끝에 창업을 결정하고 함께 대학에서 공부했던 동기와 후배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이것이 뮤렉스의 시작이다.
◇첫번째 꿈을 실현하다= 5명의 대학 동문으로 구성된 뮤렉스는 창립 당시 맞춤형 설계 및 생산전문 업체로 다른 회사들의 제품 설계와 생산을 대신해 주는 기업이었다.
창업그룹이 모두 공대 출신 엔지니어들이라 기술 개발 말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다른 기업의 제품과 기술을 대신 만들어 주는 일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연구개발에만 매달렸던 엄 대표와 연구진들은 연속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도로공사, 삼성코닝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기업들의 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아이디어만 가져 오십시오! 뮤렉스에서 실현시켜 드립니다’라는 뮤렉스의 모토가 다른 기업들의 눈에띄게 됐다.
전 직장에서 외환위기 때문에 실패했던 노면 측량기술이 뮤렉스 사업의 첫번째 과제로 주어졌고, 엄 대표는 이를 완벽히 수행해 내며 과거에 이루지 못해던 꿈을 실현해 냈다. 지금도 노면측정 기술은 뮤렉스가 국내 최초개발이라는 명성을 유지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10년만에 얻은 브랜드= 창립이후 매년 주어진 과제에 충실히 임했던 엄 대표는 정보통신부의 CCTV용 4분할 감시 시스템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무선 원격 계측용 장비 개발에 연속으로 성공하며 설계 및 생산분야 용역업체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년을 보낸 후 커다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다른 기업들의 기술만 개발해 주다보니 엔지니어로서의 명성은 얻었지만 정작 자체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었다.
엄 대표는 “지난 10년간 각종 분야에 기술개발로 어느 정도 국산화도 이루고 엔지니어로서의 꿈도 이뤘지만 결국 다른 기업 좋은 일만 시킨꼴이 됐다”며 “이제부터라도 뮤렉스의 이름으로 생산되는 제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개발하게 된 것이 다목적 체험학습 시스템인 ‘엔스쿨’이다. 용역업체 경력 10년만에 뮤렉스의 이름을 내건 제품이 세상에 선보이게 된 것이다.
◇새로운 어학시스템의 필요성= 엄 대표가 다목적 체험학습 시스템인 엔스쿨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영어교육 위주의 사회 분위기를 보면서 엄청나게 소요되는 사교육비를 조금이나마 줄여보기 위해서다. 이미 기존 업체의 어학시스템을 개발, 생산해 봤던 경험을 통해 해당 분야의 개발 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한 몫을 차지했고, 국내 고유기술이 없다는 점도 엄 대표를 자극했다.
엄 대표는 “일선 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보급하겠다던 정부의 정책은 이미 한계에 다달았고, 전국적으로 붐이 일었던 영어마을도 만만치 않은 참가비로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똑같은 학부모 입장에서 가계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생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존 개발된 학습 시스템은 사용이 복잡해 활용이 어렵고, 단순한 듣고, 말하고 보는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에 비해 활동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뮤렉스의 어학시스템은 기존의 단순한 기능과 구조를 탈피해 외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설계된 국내 최초의 인체 공학적 어학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련은 지나간다=자체브랜드 상품을 생산하기까지 뮤렉스는 4차례의 부도위기를 맞았다. 한번 망할 때마다 몇년간 고생한 직원들의 노력이 허사가 돼 버렸다. 더구나 뮤렉스가 겪은 어려움은 회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납품 기업들의 부도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엄 대표는 “자비를 들어 제품을 납품했는데 결국 납품 회사가 부도가 났다”며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럴때마다 엄 대표와 직원들의 고생은 몇년씩 늘어났고, 내년이면 좋아질 것이란 희망도 조금씩 멀게 느껴졌다.
당시에는 참 막막했다. 국가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직원들 월급도 못주고, 그저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고 엄 대표는 전했다.
다행이 직원들 역시 엄 대표와 같은 생각으로 참고 기다려줬고, 그 결과 ‘노력한만큼 대가를 얻는다’는 것을 보여주듯 힘든 어려움 끝에 개발한 엔스쿨이 개발 3개월만에 큰 호응을 얻으며 전국 각지로 팔려나가고 있다.
엄 대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가능한 부분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다”며 “자체상품을 개발한 지금이 엔지니어와 경영자로서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장충식기자 jcs@kgib.co.kr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