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논술

爭 點 討 論

최근 종교인들의 호화 생활을 다룬 뉴스가 보도되자 이들의 소득을 공개하고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종교인이기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금을 내야 한다는 여론과 정신의 영역을 세속의 차원으로 끌어내리는 몰이해한 행위라고 반발하는 종교인측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데요. 이는 아마 ‘종교’와 ‘세금’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가지는 고유한 성격 때문일 것입니다. 종교는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고유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세금은 물질세계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체제이니까요.

종교인과 세금은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까요? 종교인에게도 세금을 부과해야 할까요? 사회 속에서 종교인과 종교단체는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생각해 봅시다./정윤희 상임연구원

종교인에게도 세금을 부과해야 하나?

<생 각 열 기>

봉사와 노동은 다른 것일까요? 만일 다르다면 어떤 점에서 다른지, 같다면 어떤 이유로 같은 것인지 생각해봅시다.

봉사와 노동의 차이는

※ 다음은 종교인들의 일상을 가상으로 꾸며 본 것입니다. 이를 보고 이들의 업무가 봉사에 가까운지 노동에 가까운지 생각해 봅시다.

(가) A교회의 목사 ‘갑’은 알기 쉬운 설교내용과 훌륭한 웅변술로 신자들의 인기가 높은 스타 목사이다. 많은 교회들이 앞 다투어 그를 초빙하는 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B교회는 ‘갑’을 초빙하여 부흥회를 성황리에 개최하였고, B교회신도들은 ‘갑’의 설교에 의해 신앙생활의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B교회는 ‘갑’에게 사례금으로 백만원을 지급하였다.

(나) B절의 스님‘을’은 어느 가족의 의뢰로 죽은 넋을 위로하여 극락왕생을 돕는 제의식인 천도제를 주관하였다. ‘을’은 49일동안 7번의 천도제를 치러 주었으며 의뢰인 가족은 편안한 마음으로 죽은자와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을’은 제사비용과는 별도로 의뢰인 가족으로부터 50만원의 사례금을 받았다.

최근 성직자의 호화생활이 보도되면서 종교인에게도 과세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감안하여 면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는데요. 종교인에게도 세금을 부과해야 할까요?

● 명제Ⅰ. 노동의 성격을 불문하고 소득이 있는 이상 소득세를 내야 한다!!

Yes /(부과해야)뺖종교인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소득이 필요하며 나름의 소득이 존재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종교계에서는 종교인의 활동이 노동이 아니라 봉사일 뿐이라며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종교인이 활동에 대한 일정액의 돈을 받는 이상 그들의 활동이 노동과 다른 그 무엇일 수 없다. 봉사란 “나라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의 이해를 돌보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하여 일함”을 의미한다. 즉 월급을 받고 하는 봉사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봉사료나 생활비가 월 천만 원에서 일억 원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종교인들도 생활비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아 자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이는 노동을 하고 월급을 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 외국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종교인이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소득세를 낸다. 종교인의 활동을 노동으로 보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시각이다. 종교인도 보편적 국민들처럼 국민의 세금 납부로 이루어지는 서비스를 받고 있다면 수입에 합당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No / (면세해야) 종교인의 활동은 일반적인 노동이 아니며 봉사일 뿐이다. 무엇보다 종교인들은 수입이나 생활방편을 목적으로 성직을 택하지 않는다. 그들이 받는 일정부분의 보수는 봉사와 희생에 대한 신도들의 보답이자 감사이며 생활보조일 뿐이다. 노동자들은 직업을 택함에 있어 가장 큰 목적이 임금의 획득에 있다. 이점이 종교인과 다르다. 노동가치는 수치화 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것도 가능하지만 종교인의 직무는 이와 다르다. 노력이나 수고를 돈으로 계산하지 않고 희생과 감사로 사는 종교인에게 노동자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최근 서울지법 민사부에서는 “목사에게 지급되는 보수는 근로 평가를 위한 지급이라기보다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생활보조이며 목사를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처럼 건국 이래 종교인에게 줄곧 면세의 혜택이 주어졌던 것은 종교의 정신적 역할을 인정하고 이를 배려하기 위함이었지 특혜를 주기 위함이 아니다. 이러한 배려가 존중되어야 종교의 사회적 가치가 지켜질 것이다.

● 명제Ⅱ. 종교인에 대한 과세는 조세형평성을 높이는 길이다!!

Yes /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헌법은 사회적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는다. 더구나 현행 소득세법에는 종교인에 대한 면세 조항이 없다. 소득세법에 종교인에 대한 면세 규정이 없다는 것은 세법상 종교인과 일반 노동자를 전혀 구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예술가나 작가의 경우도 별도의 면세 조항이 없기 때문에 모두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종교인들도 당연히 소득세를 납부해야 조세정의가 실현되고 조세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 소득세 납부는 국민의 의무이지 선택 사항이 아닌 만큼 종교인들도 소득세 납부에 나서야 한다. 목사, 승려, 신부 외 무속인, 역술인 등 모든 종교인의 숫자는 대략 2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를 통해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국민 복지 향상과 정부 재정적자 해소에 기여할 것이다. 정부와 국세청은 구체적 근거 없이 과세를 회피하는 것이 공평과세와 조세평등주의에 반하는 것임을 인지하고 종교인 과세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No / 한 국가의 구성원이고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조세 만능주의에 불과하다. 또한 종교인에 대한 과세는 실효성도 크지 않다. 교회를 예로 들면 우리나라 교회의 80% 정도가 미자립 상태에 있다. 미자립 교회의 목사는 대부분 법적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고 있다. 목사들이 고학력자들이지만 생활수준은 매우 열악하다. 소득세를 낼만한 위치에 있는 종교인들이 얼마 안 된다는 말이다. 높은 수입을 얻고 호의호식하는 종교인들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종교인들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는 일에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 또한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근로소득세의 몇 배에 해당하는 돈을 후원과 봉사로 사회에 되돌리고 있다. 이 같은 행위는 넓은 의미에서 스스로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납세만능을 주장한다면, 오히려 종교인들의 자발적인 나눔과 베품, 선의의 실천이 납세로 대체되는 메마른 시대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종교인의 납세가 자칫 종교의 세속화로 이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쟁 점 이 술 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내야 하는 세금.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종교인에게 이러한 납세의 의무가 배제되어 온 데는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정당성을 토론하기에 앞서 논의의 배경을 먼저 살펴봅시다.

1. 종교인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법조항이 있나요?

종교인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법조항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우리나라는 조세법상 열거주의를 택하고 있어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 한해 법조항에서 열거하여 명시한 거죠. 하지만 이 항목에 종교인에 대한 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로 종교인에게 세금을 걷지 않는 것이 관례로 굳어져 왔죠. 물론 세금을 내고 있는 종교인이 없지 않아요. 천주교는 90년대 초 종교인에 대한 세금 납부 논쟁이 벌어진 이후 성직자들이 소득세를 납부하도록 조치했어요. 불교나 개신교의 경우도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하는 종교인들이 있어요. 하지만 이들 종교인은 전체 종교인에 비해 많지 않은 비중이죠. 한편 종교단체(교회, 사찰, 성당 등)는 비영리법인 중 공익법인으로 분류되어 거의 모든 세금이 면제되고 있어요. 부동산 혹은 각종 자산을 취득할 경우나 건물 신축, 헌금이나 시줏돈, 기부금 등의 모든 수입을 정관상 나와 있는 고유 목적에 해당하는 일에 사용하면 세금을 물지 않아요. 교회건물을 세놓거나 영리목적으로 사업체를 별도로 차려 수익을 얻는 경우에만 세금을 물리고 있죠.

2. 종교인 과세가 오랫동안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종교인의 활동이 임금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이 아니라 영적 봉사이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다수 종교계의 입장이에요. 이러한 생각에 기반해 오랜 기간 종교인의 경우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관례상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았어요. 또한 정부수립 초기 국가가 하지 못하는 교육이나 복지를 종교가 담당한 측면이 많았고 이러한 공익성을 인정해 암묵적으로 면세 혜택을 준 측면도 있죠. 하지만 이러한 이유보다 자칫 종교계를 자극해 반발을 불러오는 정치적 부담이 종교인 면세를 유지토록 한 이유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종교에 대한 탄압으로 비춰질 우려도 작용한 것이죠. 또한 종교인에게 소득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부과할 소득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종교단체의 회계 처리가 분명치 않아 소득세를 원천 징수할 수 없다는 행정상의 어려움도 크게 작용했다는 의견이 있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종교인들에 대한 면세 혜택이 조세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종교인도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요.

3. 최근 종교인에게도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종교인 과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사실 종교계 안에서 먼저 시작되었어요. 1987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출범하면서 교회 재정의 투명화와 성직자 세금 납부 운동이 벌어졌죠. 하지만 종교계 내부의 반발이 커 성직자 세금 납부가 현실화되진 못했고 간간이 논란이 지속되는 정도였죠. 그러다 2006년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종비련)라는 시민단체가 “성직자들에 대한 면세 조항이 없음에도 국세청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과세를 하지 않고 있다”며 국세청장을 직권남용 및 직무 유기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한 사건이 일어났고, 이후 종교인 과세가 급격히 공론화 되었어요. 최근엔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호화판 생활을 누리는 종교인의 모습이 방영되자 종교인 과세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어요. 그에 따라 종교인 과세에 대한 찬성 여론이 80% 이상을 웃돌고 있어요.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종교법인법을 제정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 상황이에요.

4. 종교법인법이란 무엇인가요?

종교단체를 종교법인으로 등록시켜 보호하고 혜택을 주되 의무사항도 규제하는 법이에요. 현재 종교단체는 수입과 지출내역을 공개할 의무나 관련 제도가 없어요. 때문에 헌금이나 기부금이 고유목적에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게 현실이죠. 때문에 종교법인법을 만들어 적절한 혜택을 주면서 투명한 회계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이는 종교인의 과세와도 일부 관련이 있어요. 종교단체의 회계가 투명하게 처리되고 공개되어야 종교인의 소득도 드러나고 세금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죠.

5. 외국의 경우 종교인 과세가 이루어지고 있나요?

외국의 종교인들은 대부분 소득세를 내고 있어요. 미국은 월급이나 각종 사례금 등 종교인이 벌어들이는 모든 수입이 과세 대상이며, 다만 종교인의 주거비용은 비과세로 규정하고 있어요. 독일을 비롯한 몇몇 유럽 국가들은 신자들이 국가에 종교세를 납부하고 국가는 이 돈으로 종교단체를 지원하며 종교인들은 이에 따라 소득세를 내고 경우도 있죠. 그러나 이들에 대해 일반인과 똑같이 과세하는 것은 아니며 종교단체를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하게 하여 여러 가지 세금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어요.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