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진료정보교류 시스템에 관한 소고

김성대 극동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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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지병으로 인하여 서울에 소재한 대학 종합병원 응급실에 황급히 모시고가 간호사에게 병세에 대해 설명을 하였더니 조금 있다가 담당 전문의가 왔다. 다시 병세에 대해 설명하란다. 똑같은 병적에 대해 설명하려니 웬지 앵무새 같은 느낌이 들어 한달 전에 귀 병원에 입원했던 병적 기록이 있으니 어머님에 대한 진료 정보를 보고 진료를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담당의사에게 말했다. 그러나 나의 답변을 무시하며 20년 전부터의 지병에 대해 숨쉬기조차 힘들어하신 어머님이 아주 기운 없는 소리로 병적에 대해 다시 설명을 하였다.

어머님은 당뇨에 따른 합병증으로 5~6년 전부터 증세에 따라 3개의 병원을 오가며 병원에 입원하신 날이 1년이면 6개월정도 입원을 하셔서 내가 기억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각 병원에는 타 병원에 대한 병적기록을 제출했기 때문에 어느 병원이든 어머님에 대한 병적정보 기록이 남아있었다. 다른 종합병원에서는 외과 내과에 상관없이 환자의 진료정보는 같은 병원내에서는 컴퓨터로 공유하여 굳이 환자가 과거 병적기록에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아무튼 응급실에서 X-레이 촬영과 피검사를 하고 1시간정도 기다렸더니 검사결과가 나왔다. 어머님은 지난해부터 신장이 좋지 않아 투석을 하셨는데, 폐와 심장에 물이 차 위독하니 중환자실로 입원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중환자실로 병실을 옮기니 중환자실 간호사가 어머님에 대한 병적을 다시 설명하라는 게 아닌가! 1층 응급실에서 전부 설명했으니 응급실의 환자기록카드를 참고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니 여기는 중환자실이기 때문에 다시 설명하란다. 병원시스템 또는 각 병원마다 컴퓨터 정보프로그램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몰라 일단 어머님이 힘들어하셔 어이가 없었지만 다시 설명하였다. 그리고 10분후에 20대로 보이는 담당의사가 와서는 자기가 담당의사니 다시 설명하란다.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설명을 하고 나서 담당의사에게 귀 병원에서만 병적내용을 4번이나 설명하였는데, 같은 병원내에서 환자에 대한 진료기록에 대해 정보공유가 되지 않냐고 했더니 우리나라 병원에서는 정보공유를 하는 병원이 한 군데도 없다는 대답이다. 담당의사니 다른 병원에는 되는 걸로 알고 있지만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

투석을 하면서 폐와 심장에 차있는 물을 빼는 치료를 일주일간 받아 거의 물이 빠졌으나 위에서 현미경으로 관찰될 정도의 소량의 피가 출혈되니 위 내시경으로 검사를 해야 하는데 혈압이 정상적이지 않고 저혈압이라 혈압을 높이는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중환자실에서 입원하신지 12일만에 어머님은 세상과 이별하셨다. 지병으로 오랫동안 투병만 하시다가 한달 전 당년 73세에 돌아가셨다.

정신없이 상을 치르고 나니 처음 응급실에서부터 겪었던 병원정보시스템에 대해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컴퓨터 보급률이 세계최고라는 우리나라가 그것도 서비스 기업 중에서도 호텔, 은행과 더불어 대표적인 기업의 정보 서비스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 할 말이 없었다. 타 병원들간 환자진료기록의 정보교류는 여러 가지 난제가 있을 수 있지만 같은 병원내에서 만큼은 병원의 규모가 작든 크든간에 절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기업이나 대학병원 일부분에서는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일부 병원이 문제인 것 같다. 어떤 기업이든 고객(환자)중심의 시스템으로 지향되어야 하며 병원내부 중심의 시스템으로 운영 돼서는 안 되며, 의사 역시 고객(환자)위에 군림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모름지기 병원산업(Hospitality)이란 사람이 육체적·정신적으로 재충전하는 곳이다. 병원에 경비원 백(배경)이라도 있어야 된다는 말이 사라졌으면 한다.

김성대 극동대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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