爭 點 討 論
착취가 없이 누구나 평등하며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는 나라, 또한 풍족한 자원으로 누구나 원하는 만큼 혜택을 누리고 행복이 충만한 나라를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가장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지칭하는 유토피아 개념은 오늘날 아이러니하게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현불가능하고 허황된 그 무엇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디지토피아(Digitopia), 테크토피아(Techtopia), 에코토피아(Ecotopia) 등 새롭게 희망적인 사회를 지칭하는 용어들이 유토피아에서 파생되어 나오곤 합니다. 이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 즉 새로운 이상사회에 대한 희망이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과연 유토피아는 이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고 만들 수 없는 헛된 공상에 불과한 것인지, 현실을 비판하고 변화시키는 추동력인지 함께 생각해봅시다./조성진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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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생각하는 이상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인가요? 나만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고 했을 때 그 기준은 무엇일지 함께 생각해봅시다.
내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어떤 모습?
다음은 미국의 자유주의 철학자 로버트 로직이 제안한 유토피아의 검토 잣대입니다. 물음 하나하나에 답해보며 유토피아의 모습을 상상해봅시다.
● 이 사회는 전원적일까 도시적일까?
● 이 사회는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회일까 아니면 기본적 욕구만이 충족되는 금욕적 사회일까?
● 이성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결혼 비슷한 제도가 있을까? 이 제도는 일부일처제일까?
● 자녀들은 그들의 부모에 의해 양육될까?
● 사유재산 제도는 존재할까?
● 평온하며 안정된 삶이 존재할까 아니면 모험, 도전, 위험, 영웅심을 발휘할 기회가 있는 삶이 영위될까?
● 종교는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하나일까 여럿일까? 종교의 중요성은 어떠할까?
● 사람들은 그들의 삶에서 사적 관심이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할까 또는 공적 행위나 공공정책의 문제들이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할까?
● 사람들은 일편단심으로 한 가지 특정의 일을 성취하려 할까 또는 미친 듯이 모든 일과 즐거움을 추구할까 아니면 그들은 충족되고 만족스러운 레저 활동에 전념할까?
● 교육의 주된 목표는 무엇일까?
● 사람들의 삶에서 스포츠는 중요할까(관중으로서 또는 경기 참여자로서)?
● 예술은 중요한 활동일까? 감각적 쾌락과 지적 활동 중 어느 것이 보다 추구될까?
● 의상의 유행은 있을까? 사람들은 외모에 관심을 가질까?
●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어떨까?
● 테크놀로지는 그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까?
1 이 물음 하나하나에 답해보며 여러분이 생각하는 유토피아의 모습을 개략적으로 스케치해봅시다.
2 “이것이 유토피아다”라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세 가지 기준을 제시해봅시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의 신장, 착취 없는 사회, 개인의 개성과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 과학기술의 진보, 생명의 연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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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란 말은 흔히 사용하는 말이지만 언제부터 사용된 말인지, 실제 어떤 의미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토피아에 관한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유토피아를 둘러싼 여러 개념을 살펴봅시다.
1.유토피아란 말은 언제부터 사용되었나요?
유토피아(Utopia)라는 용어는 영국의 정치가이자 인문주의자인 토머스 모어의 정치적 공상소설의 제목에서 유래한 말이에요. 소설 《유토피아》는 1516년에 간행된 작품으로 영국의 현실을 비유적으로 비판하며 이상사회를 묘사했어요. 유토피아는 사실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함축하는 말이에요. 그 하나는 ‘아무데도 없는 곳’을 의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최상의 곳’을 의미하죠. 이는 utopia가 ou(no)와 topos(place)의 합성어인지 eu(good, ideal)와 topos(place)의 합성어인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두 의미 중 어떤 의미를 강조하는가에 따라 ‘공상사회’의 의미를 갖기도 하고, 때론 ‘이상사회’의 의미를 갖기도 해요. 물론 두 의미를 결합하여 ‘지금은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존재하게 될 이상사회’를 의미하기도 하죠. 유토피아는 인류가 오래 전부터 꿈꿔 왔던 여러 유형의 이상사회를 총칭한다고 볼 수 있어요.
2.이상사회를 의미하는 다른 말도 많지 않나요?
낙원이나 파라다이스란 말은 흔히 들어봤을 거예요. 일체의 괴로움이 없고 행복만이 충만한 곳을 의미하죠. 인류는 오래 전부터 고단한 현실 생활을 잊고 지친 삶을 위로하기 위해 나름대로 이상사회와 관련된 신화나 전설을 발전시켰는데 이 때문에 이와 관련된 말이 매우 많아요. 유토피아 개념은 다양한 문명권에 등장하는데 엘도라도, 샹그리라, 아카디아 등 여러 명칭이 있죠. 동양에서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는 말이 있어요. 물론 이러한 낙원에 관한 묘사나 명칭은 철학적으로 다루는 유토피아 개념과 사뭇 다른 면이 있어요. 낙원은 현실과 달리 자원도 무한하고 사람들이 모두 선하며 모두가 무병장수한 사회를 의미하는 데 반해 유토피아는 자원이 넉넉하지 않고 인간들도 선한 본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신의 은총이 아니라 인간의 손으로 건설해야 하는 대상을 의미하죠. 낙원에 비해 유토피아가 보다 현실에 근접해 있는 의미인 셈이에요.
3.철학자들은 언제부터 유토피아를 그려왔나요?
플라톤, 생시몽, 푸리에, 마르크스, 마르쿠제 등 수많은 사상가들이 유토피아를 상상했을 만큼 유토피아의 철학적 뿌리는 깊어요. 플라톤의 이상국가에서 시작해 마르크스의 공산사회 개념에서 그 절정을 이루죠. 유토피아는 역사가 순환한다고 보지 않고 직선적으로 발전한다고 봐요. 미래 역사의 종착지에 유토피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죠. 또한 유토피아는 완전성을 추구해요. 아무렇게나 상상된 사회가 아니라 현실 세계의 온갖 부조리와 문제점이 해결된, 그러면서도 실현 가능하다고 보는 완전한 사회인 것이죠. 이런 이유로 많은 사상가들은 강력한 중앙 통제, 무오류의 지도자, 공동생산과 분배, 무질서한 국민들에 대한 끊임없는 교화, 일사불란하고 질서정연한 사회를 유토피아로 그려왔어요. 때문에 문학이나 영화의 세계에서는 유토피아가 결국 디스토피아로 이어진다며 조롱하곤 했죠.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조지 오웰의 《1984》 등이 대표적이에요.
4.디스토피아란 유토피아의 반대말인가요?
디스토피아란 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유토피아와 대립되는 상이에요. 많은 문학작품이나 사상에서 부정적인 미래를 그려냄으로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데 활용하고 있죠.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는 반대말이지만 유토피아의 추구가 결국 디스토피아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아요. 완전한 사회를 추구하다보면 결국 사람들을 통제하는 암흑세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하지만 유토피아를 그런 식의 절대적인 무엇이라 생각하지 않고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해가는 ‘과정’으로 보는 입장도 있어요. 한편 역사적으로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자본주의의 승리로 귀결되었다고 하여 유토피아의 종언을 부르짖는 사람들도 있죠.
5.디지토피아나, 테크토피아(테크노피아)와 같은 용어는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요?
현대사회에 들어 유토피아의 의미를 차용한 다양한 용어들이 탄생하고 있어요. 디지토피아(Digitopia)는 디지털과 정보 중심의 이상사회를 의미하며 테크토피아(Techtopia)는 과학기술이 극도로 발달된 이상사회를 의미해요. 이러한 이상사회는 현대 서구사회가 꿈꾸는 이상사회이기도 하죠. 하지만 디지털이나 기술이 중심이 된 사회가 오히려 인간성을 잠식하는 암울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요. 반면 에코토피아(Ecotopia)는 사회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과학기술 문명에서 벗어나 자연과 동화되는 삶을 이상사회로 꿈꾸는 것이에요.
플라톤, 생시몽, 마르크스 등은 한낱 꿈에 불과한 공상을 했던 것일까요? 인류는 왜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일까요? 상상 속의 이상향은 현실에 구현될 수 없고 걸림돌만 되는 것인지, 유토피아가 현실 비판의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인지 함께 토론해봅시다.
명제Ⅰ. 유토피아는 사람들에게 현실도피적인 경향을 부추긴다!
Yes/(헛된 망상에 불과)
실현 불가능한 공상을 일삼는 것은 사람들에게 현실도피적인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완전한 사회만을 바라는 것은 결국 현실을 외면하게 하고 현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여 개인들로 하여금 더 이상 역사의 주체로 나서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에 대한 환상적 묘사는 현재의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회피하게 하고 현실의 투쟁에서 멀어지게 한다. 유토피아적 구상들이 너무나 인위적이어서 최소한의 실현 기회조차 갖기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기존 현실을 철저히 분석하고 비판하는 일이 중요하지 이상적인 미래상을 기획하는 것은 불필요하거나 비과학적인 것이다. 오히려 역사에는 필연적 법칙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통해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토피아라는 공상을 쫓는 자는 그 이상적 모습이 지닌 현실과의 괴리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 실망하게 되고 현실의 변화에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유토피아는 여러 비유적 형태로 현실을 비판하는 듯 보이지만, 부조리한 현실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보수적 이데올로기에 힘을 실어줄 뿐이다.
No/(현실을 바꾸는 힘)
막연한 이상사회를 꿈꾸던 고대의 이상향과는 달리 근대적 유토피아는 역사성과 현실성을 갖추고 있다. 기존 현실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통해 얻어진 현실의 경향성이나 잠재성을 바탕으로 구상되기 때문이다. 유토피아는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으로서 희망을 토대로 한 미래 지향적 표상이지만 이것은 결국 현실을 초월하는 차원에서 기존 현실을 비판하고 변혁하려는 의지를 불러일으킨다. 유토피아는 오히려 역사를 전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설계도 없이 새로운 집을 짓는 것이 불가능하듯, 유토피아 없이 현실을 개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기존 현실에 대한 비판과 부정만으로 미래 사회의 모습을 확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에 존재했던 유토피아 사상가들을 보라. 그들은 기존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치료책을 제시하는 등 갈등이나 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안했다. 사회를 진보의 방향으로 인도하면서 기존 사회를 초월하는 대안적 사회상을 보여준 것이다. 모어의 유토피아 사상에서도 중요한 것은 낙원적 사회상이 아니라 사회비판의식이다.
명제Ⅱ. 유토피아를 논하는 것은 ‘관념적 유희’에 불과하다!
명제Ⅲ. 유토피아의 추구는 결국 전체주의의 도래로 이어진다!
명제Ⅳ. 유토피아는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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