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선택, 완전한 포기

박진우 수원대 통계정보학과 교수·통계대사
기자페이지

새해를 맞는 설렘이 많이 사위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 설렘이 남아 있는 1월 중순이다. 새해를 맞으면 개인들은 으레 금주, 금연, 규칙적인 운동 등 여러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이고 업무에서의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 자기개발을 위한 계획 등을 수립한다. 개인뿐 아니라 정부나 민간의 각 기관에서도 나름의 새해 목표를 세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져서 정권인수를 위한 인수위원회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인수위에서는 새 정부가 이룰 각 분야의 목표들을 세우기 위해 밤낮 없이 수고하고 있다.

개인의 삶에서는 한해가 끝날 무렵이면 연초에 세운 계획들은 까맣게 잊고 지냈다는 사실을 깨닫곤 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국가적으로 봐도 매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의 기대감과는 달리 정권 말기가 되면 실망과 그로 인한 불평이 가득한 것을 보게 된다. 과연 목표는 세우기 위한 것일 뿐 성취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것인가?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완전한 선택이란 완전한 포기의 다른 표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는 법이다.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라는 마가복음 10장 45절의 성경구절을 보면 예수님은 섬김 받기를 포기하고 온전히 섬기기를 선택한 결과 온 인류의 스승이 되었다.

유한양행의 설립자 유일한 선생은 자신의 전 재산을 포기하고 더불어 사는 따뜻한 사회를 선택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존경받는 기업인의 표상이 되는 명예를 누리고 있다. 반면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다 선택하려 할 때 무리가 따른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좋은 결과만을 취하려 할 때 갖가지 부정, 불법, 탈법, 편법이 난무하게 되거나 아니면 별달리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지 못하는 무능의 쓴잔을 마셔야 한다.

무엇을 선택하는 것은 반드시 포기를 수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때 섣불리 여러 가지를 선택하려 하기보다 반드시 선택해야 할 바를 숙고하여 결정하고 이후에는 그것을 완전히 선택하는 법을 연습해가야 한다. 아울러 선택과 동시에 포기해야 할 것은 완전하게 포기하는 법도 훈련해야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표로 하는 운동선수는 고된 훈련을 선택하는 한편 당장의 편안함과 안일함을 포기해야 한다.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은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고 게으름과 방종을 포기해야 한다. 새로이 정권을 담당하게 되는 지도자들은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를 선택하는 대신 일신의 영달이나 사욕은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인생에서 모든 것을 다 선택하며 살 수는 없는 법. 올 한해 마땅히 선택해야 할 것에 대해 완전히 선택하되 이를 위해 포기할 것 또한 완전히 포기하여 작은 성취를 맛보고 싶다. 또한 출범을 앞둔 우리나라 새 정부도 선택해야 할 것과 포기해야 할 것을 지혜롭게 결정하여 실천하므로 시작의 설렘 이상으로 마칠 때 국민들 가슴 깊이에서 우러나는 갈채를 받는 정부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