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대승을 거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말해진다. 첫째는 참여정부의 실정과 진보·개혁진영의 무능력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그같은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제 시대정신이 좌파 진보에서 우파 보수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첫 번째가 부정적이라면 두 번째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결국 한마디로 통합신당이 패배하고 한나라당이 승리한 것은 역사의 필연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만약 그렇다면 12명 가운데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될만한 가장 훌륭한 자질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제치고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뽑혔기 때문에 당선됐다는 얘기다.
물론 그는 현대건설 성공신화의 주역이며 서울시장 재직시절 이룩한 업적 때문에 한나라당 후보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장점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한 수많은 흠결들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그가 낙마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위기의 고비들마다 삼성 비자금문제, 태안반도 유류 유출사고 등과 같은 대형 사건들이 터져 그와 관련된 추문들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역시 대통령은 하늘이 만든다는 것을 이번 대선에서도 필자는 실감했다.
현재 우리 국민들이 이명박 당선인에게 거는 기대는 매우 높다.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상승한 그의 입지전적인 성공신화를 대통령이 돼서도 만들어 내기를 온 국민들은 염원한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필자도 그의 업적을 고대하지만, 이명박 성공신화가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선에서 서울지역 투표성향을 보면 보수와 진보의 양극화가 분명히 드러났다. 잘 사는 강남 주민들은 전폭적으로 그를 지지했던 반면 못사는 강북 주민들일수록 그의 지지율은 낮았다.
그는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의 뒤를 잇는 세 번째 상고 출신 대통령이다. 앞의 두 대통령과 다른 점은 그들처럼 최종 학력이 고졸이 아니라 명문 대학 졸업자라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의 학력이 향상되는 것을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앞의 두 대통령 지지자들은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아니라 빈곤층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밑바닥 인생에서 출발, 최고위층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의 성공 이후에도 그런 신화를 만들 수 있는 인물이 우리 사회에서 또 나올 수 있을까?
케임브리지 대학의 장하준 교수의 비유를 빌면, 그는 사다리를 타고 최정상까지 올라간 다음 뒷사람은 올라올 수 없도록 사다리를 걷어차는 방향으로 대한민국을 이끌려는 것은 아닐까. 이전에는 아무리 가난해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그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시대는 점점 그런 입지전적인 성공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이전에는 교육이 신분상승의 기회였다면, 이제는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구조를 바꾸고자 무리하게 개혁을 추진하다 역효과를 낳았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정책조차도 시장논리에 맡기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우리 사회 누구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 싹을 잘라낸다면, 그의 성공은 우리 국민들의 실패가 된다. 우리 사회에서 그런 꿈을 더 이상 가질 수 없다면 매년 7% 경제성장, 10년 후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이 되는 국민성공 시대를 연다고 해도 국민들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을 당선인은 알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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