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실업교육 유럽을 가다 <완> 무엇을 위한 실업교육인가

최종식·김대현기자 /사진=김시범기자 choi@ekgib.com
기자페이지
유럽은 ‘최고 匠人’을… 한국은 ‘大學’을 꿈꾼다

‘교육정책에 있어서 선진국은 없다’

국가별 특성과 사회적 인식의 차이로 인해 어떤 정책도 정답이 될수는 없기 때문이다.

독일을 기술 선진국으로 이끈 100년 전통의 직업교육도, 최근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또 영국도 기본 교육과정만을 의무교육으로 정해 학업 균등을 꾀하다보니,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의무교육 연령을 확대해가며 직업교육을 새롭게 의무교육으로 편입키로 했다.

이렇듯 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유럽내 국가들조차 변화하는 사회적 인식과 청소년 실업 등 각종 문제점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정책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직업교육 정책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국가별로 직업교육을 중시해온 나라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지속적인 직업교육의 변화를 꾀해왔고, 기술교육을 등한시해온 국가들도 다양한 기술교육의 필요성에 맞춰 교육정책을 정비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사정은 또 다르다.

국내에 70~80년대부터 불기시작한 교육열풍이 사그라들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열풍의 끝은 대학진학으로 귀결된다.

초·중·고교의 모든 교육과정이 대학진학과 연계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다.

직업교육과정인 전문계 고교가 진학반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데다 내신성적 등을 고려한 또다른 대학진학의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는 전문계 고교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산업 현장실습을 금하도록 했다.

학생들의 노동력이 산업현장에서 착취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인문계 고교와 전문계 고교는 국민기본공통과목 등 자격증 취득을 위한 간단한 교내 실습만을 제외한 유사한 교육과정에서의 수업을 받고 있다.

특히 전문계 고교 학생들은 대학진학시 전문계 고교 특별전형, 관련 자격증 소지자 특별전형 등 갖가지 명목으로 특혜까지 받고 있다.

이는 일부 전문계 고교 학생들이 인문계 고교 학생들보다 높은 진학률을 기록하는 기이한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 수원지역 모 고교의 경우 지난해 한반 35명중 30여명이 대학(전문대학 포함)에 진학했다.

특히 전체 3학년 학생중 60여%가 대학에 진학했을 정도다.

이같은 기이한 현상은 국내 전문계 고교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중학교 학업성적이 인문계 고교에 진학하기 어렵거나, 대학진학이 어렵다고 판단될때 전문계 고교에 진학하는 것이 기본적인 고교 진학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국내 교육열풍은 중학교 과정에서 인문계·전문계 고교 선택시 진학상담 자체를 없앴다.

상당수 중학교 학생들은 성적에 따라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전문계 고교에 진학하게 된다.

고교 진학 이후에는 더욱 심각하다.

전문계 고교에서 전공하는 ‘과’에 대한 실질적인 직업정보는 물론 전공과 관련한 다양한 직업세계에 대한 정보를 접할수 있는 곳이 학교로만 한정돼 있다.

특히 독일 등 기술선진국에서는 저임금 고기술력의 학생 현장실습을 국가 기술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반면 노동력 착취라는 미명아래 금지하고 있는 국내 실정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에 따라 전문계 고교 학생들은 졸업뒤 대학진학을 해도, 취업을 해도 새로운 교육을 받아야 한다.

전문계 고교 전공과 대학 전공이 같아도, 취업시 고교 전공과 유사한 업무를 담당해도 마찬가지이다.

전문계 고교의 교육과정이 대학 교육과정 또는 산업체 업무와의 연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전문계 고교의 교육과정은 오히려 다른 나라의 인문계 고교 교육과정과 유사할 정도다.

대학 진학에 필요한 교육과정은 물론 적당한 교양과목 수업이 더해지면서 선진국 인문계 고교 시스템과 흡사하다.

더욱이 대학 진학시 부여되는 각종 전문계 고교 가산점 등은 학교측으로부터 학생들을 대학으로 이끌도록 유도하는 꼴이다.

이는 대학 진학을 포기(?)한 학생들 마저 대학으로 이끌면서 전체적인 학력 인플레현상까지 빚게 만들고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3년간의 학교생활이 헛되어서는 안된다.

국내 전문계 고교는 성적 등 대학 진학 여건이되는 학생들을 대학으로 이끌고 있고, 대학 진학률을 자랑까지 하는 풍토가 자리잡고 있다.

대학졸업장을 거머쥔 학생들의 취업이 전문계 고교 학생들보다 어려운데다, 급여수준도 딱히 더 좋지 않은데도 말이다.

전문계 고교 학생들의 대학진학은 신중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과의 지속적인 진로상담을 통해 진학을 결정지어줘야 한다.

또 학교에서는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수 있는 실질적인 실무위주의 직업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학생들의 지속적인 현상실습을 통해 확실한 직업관을 심어줘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후에도 대학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인문계 학생들과 같은 경쟁을 펼쳐야 한다.

전문계 고교 졸업장이 대학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자리잡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인문계·전문계 고교의 원할한 ‘전학’정책을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싶다.

학생들은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성적에 따른, 적성에 따른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인문계는 인문계 다운, 전문계 고교는 각 과별 전문성을 띤 실무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과정으로의 개편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이처럼 교육과정에 대한 전문적인 영역이 확연히 분리된다면 전문계 또는 인문계 고교 졸업장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사라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최종식·김대현기자 dhkim1@kgib.co.kr

/사진=김시범기자 sbkim@kgib.co.kr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