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은 실용적 글쓰기 3

윤영진 (광명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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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비판·주장 등 적는 ‘신문일기’ 일주일에 한 편 글쓰기로 논술실력 ‘쑥쑥’

논술을 지도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느냐?’이다. 질문의 의도는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 내에 논술을 잘 할 수 있느냐?’이다. 이럴 때마다 수영선수 ‘박태환’ 이야기를 하곤 한다. 박태환 선수처럼 수영을 잘 하고 싶다고 해서 유명 수영선수가 쓴 책을 읽어 보거나, 박태환 선수의 동영상을 수십 번을 봐도 수영을 잘 할 수는 없다. 수영장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가서 물을 마셔가면서 배우지 않으면 실력은 늘지 않는다.

논술도 마찬가지다. 일주일에 한 편 이상의 글을 써보지 않으면 실력은 늘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에서 이런 환경을 조성해 주지도 않으면서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한 편이상의 글을 쓰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필자는 학교에서 수행평가와 연계하여 일주일에 한 편 글쓰기 방법을 실시하고 있다. 일명 ‘신문일기’쓰기이다. 그렇다고 실제 신문을 가지고 일기를 쓰는 것은 아니다. 일기는 하루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과 반성이지만, 신문일기는 기사의 내용을 비판하고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것이다. 신문일기는 일주일에 한 번, ‘기사 선택하기→출처 밝히기→기사의 내용 읽기→모르는 용어 풀이하기→내용 요약하기→나의 생각쓰기→조별 일기쓰기’의 7단계를 통해 논술 실력을 향상시키는 활동이다.

첫 번째 단계의 ‘기사 선택하기’를 위해서는 어떤 신문을 읽느냐가 중요하다. 요즘 지하철에서 나눠주는 무가지 신문은 ‘게이트키핑(gate-keeping, 기자나 편집자와 같은 뉴스 결정권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일)'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좋다. 신문을 선택 했다면 1면부터 기사를 가볍게 읽다가 관심 가는 기사를 선택하여 노트에 붙인다. 기사의 내용은 가급적 선과 악이 분명한 것보다 다양한 의견을 담을 수 있는 내용이 좋다.

두 번째 단계의 ‘출처 밝히기’는 나중에 논술 시험을 볼 때 내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기록한다(예를 들면 ‘경기일보, 2007년 12월 24일자’).

세 번째 단계의 ‘어휘 풀이하기’는 기사를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이나 인터넷을 검색하여 노트에 기록한다. 실제 논술 문제를 풀다가 제시문에 나오는 단어의 의미를 아예 모르거나 잘못 해석하여 논제의 요구 방향과 다르게 흐르는 경우가 많다.

네 번째 단계의 ‘내용 요약하기’는 기사의 내용을 다섯 줄 이상으로 요약하는 것이다. 최근 대학에서는 통합 교과형 논술로 바뀌면서 대부분 1번 문항으로 제시문의 내용을 요약하라는 논제가 많다. 제시문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논리적인 글을 쓸 수 없다. 다섯 줄 이상이라는 조건을 단 이유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몇몇 학생들이 성의 없이 단 두 줄로 내용을 요약해 버리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단계인 ‘나의 생각쓰기’는 신문일기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기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서술하는 단계로 열줄 이상 쓰게 한다. 짧은 글이지만 기사 내용에 대하여 원인과 주장 그리고 대안을 밝히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정말 이건 말세다.’, ‘이것은 말도 안 된다.’ 등의 감정적인 표현을 하는 학생들이 많으므로 교사의 지도가 필요하다.

마지막 단계인 ‘조별 일기쓰기’는 다섯 명 정도로 구성된 모듬원들이, 친구가 쓴 나의 생각을 읽고 난 후 첨삭을 해주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설프게 평가를 해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교사보다 더 날카롭게 지도 조언 해주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좀 더 욕심을 부리면, 조별일기와 유사한 가족일기도 있다. 가족일기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가족 중의 한 사람이 간단한 코멘트를 해주는 형식이다.

필자는 신문일기를 4년 째 실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학생들의 자신감 넘치는 글을 읽을 때마다 많은 보람을 느낀다. 꼭 신문일기가 아니어도 좋다. 가장 좋은 논술 지도 방법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고민하는 글을 쓰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윤영진 (광명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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