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논술 <정시대비 글쓰기 특강>

논술, 시작이 반이다!  / 논제 파악과 제시문 분석

논술이란 무엇인지, 실전에서 논술문 작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나 충분한 연습 없이 정시를 맞이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특히 올 한해 수능에 올인하며 뒤늦게 논술의 중요성을 인지한 학생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논술은 하루아침에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논술을 포기하는 것은 원하는 대학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오랜 시간 논술에 대비하며 자신의 생각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온 학생들이 우위를 점하겠지만 다수의 학생들은 동일한 출발선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시의 논술고사까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비한다면 수능 한 등급 이상을 올릴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본 코너는 정시 논술고사까지 채 한 달이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논술문 작성의 실제를 살펴보고자 기획됐다. 정시대비라는 타이틀이 걸려 있지만 1, 2학년 학생들도 논술문 작성의 기초로 생각하고 실전의 연습에 활용하기 바란다.

<논술이란 무엇인가?>

논술은 글쓰기가 아니라 ‘생각’

글쓰기 특강에서 논술이란 무엇인지를 먼저 따지는 것이 이상할 수 있다. 하지만 논술문을 제대로 작성하기 위해서는 논술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철저한 고민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논술에 대해 착각과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논술에 대한 오해의 근간에는 지식 중심의 교육 관행이 자리하고 있다.

논술이란 어떤 주제에 대한 자신의 ‘주장(입장, 견해)’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을 말한다. 혹은 주어진 문제의 상황에 대한 타당한 해결책을 논리적으로 제시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논술이 지식을 서술하는 것이라 오해한다. 어떤 주제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서술하는 것으로 논술을 바라보는 것이다. 학원에서 배운 듯 판에 박은 답, 논리와 창의력 없이 논제와 상관없는 현란한 글솜씨 등은 논술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다. 사실 논술에서 배경지식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물론 체계적인 논술문을 자신의 사고를 통해 쏟아낼 수 있다면 배경지식은 화려한 꽃을 피울 것이다. 하지만 섣부른 배경지식은 논술문 작성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논제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에 대해 고민, 판단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논제에서 벗어난 지식을 나열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논술은 글쓰기지만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다. 오히려 ‘생각’에 가깝다. 또다른 표현으로는 ‘문제해결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술의 특징을 잘 이해해야 같은 노력으로도 월등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주장과 논거는 논술문의 필요조건

논술은 ‘주장’을 서술하는 것이라 했다. 이를 위해서는 가치관이 명확히 서야 한다. 인간의 삶에 대한 이해, 역사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과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어야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고민은 논술문 작성의 밑바탕이 된다. 자신의 철학이 뚜렷해질수록 논술문의 깊이가 달라진다. 논제에 따라 편의적으로 자신의 가치관이나 입장이 수시로 변하는 글을 쓰게 되면 실력이 축적되지 않을 뿐 아니라 훌륭한 논술문이 나올 수 없다.

또한 논술은 수필이나 일기와 같은 감상문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글이다. 객관적 사실과 논리적 근거에 입각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과관계가 명확해야 하며, 막연한 추측, 비약, 흑백논리, 감정적 호소 등은 금물이다. 주장과 논거가 논술문의 ‘필요조건’이라면 풍부한 지식, 글맵시, 어휘력 등은 논술문의 ‘충분조건’이다. 무엇이 기본이며 무엇을 중심으로 논술문 작성이 이루어지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논제파악이 절반이다!>

논제파악이 중요한 이유

수능이 끝나면 지원할 대학과 전형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대학별 고사에 올인해야 할 시점이다. 설사 자신이 지원할 수시 2-2에 논술고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정시까지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시간을 대학별 고사, 즉 논술과 구술면접 준비에 할애하고 대학별 특성에 맞춰 시간을 안배해야 한다. 아래의 전략을 참고하여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 시간을 조절하기 바란다.

논제이탈을 안 하려면

논제를 건성건성 읽는 학생들이 있다. 전반적으로 묻고 있는 주제가 무엇인지만 대충 파악하고 글 작성에 돌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입시논술은 포괄적인 주제를 던져주고 자의적으로 작성하는 글이 아니다. 논제의 세부 요구를 치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논제를 읽고 또 읽어야 한다. 낱말 하나하나의 뜻에 깊이 주목하고 ‘주문사항’이 무엇인지 하나도 빠짐없이 정리해야 한다. ‘~에 근거하여’나 ‘~을 고려하여’ 등 놓치기 쉬운 표현도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논제의 요구를 파악할 때 각 요구사항이나 전제 등을 세분화하여 번호를 매겨두는 것이 좋다. 각 번호의 요구사항을 활용해 개요를 작성해야 함은 물론이고 글 작성 후 빠뜨린 것은 없는지 점검하는 것도 필수다. 요구사항을 세분화하여 파악하는 것은 달리 말하면 꼭 쓰라는 것만 쓰라는 의미도 포함한다. 의의를 논하라고 했는데 한계에 대해서만 논하거나 문제점을 부각시켜 논하는 것은 결국 논제이탈로 이어진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거나 평소 접해봤던 주제라 하여 논제의 요구범위를 넘어선 내용을 서술하는 것은 큰 문제다.

논제는 항시 일반 주제에 대한 일반론적 주장을 묻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주제에 대한 구체적 주장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논제의 문구를 엄격하게 구체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논제의 배경과 출제의도를 살펴야

다음의 물음과 대답을 살펴보자.

질문 우리나라에 이발사는 몇 명이나 있을까?

(서울대 학교장 추천제 구술고사)

답변 1뺖글쎄, 한 1만 명쯤 될까.

답변 2뺖알 수 없다. 나는 이러한 지식을 배우지도 않았고 앞으로 필요하지도 않다.

답변 3뺖우리 아버지가 이발사인데, 한 5만 명쯤 된다고 하더라.

답변 4뺖성인 남성 2000만 명이 한 달에 한번 이발을 하고, 이발사 한 명이 하루 10명을 이발한다고 가정하면….

서울대 입학생이 이발사의 수를 알아서 뭣하겠는가. ‘몇 명’에 초점을 맞춘 답변 1, 2, 3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 답하기 전에 출제 의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답변 1은 수험생의 ‘사고력’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질문은 어떤 과정을 거쳐 결론을 도출할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답변 4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다.

답변의 방향이 올바르면 논리나 문장이 다소 서툴러도 평균 정도의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아무리 명문장을 구사해도 출제 의도를 잘못 파악하면 평균 점수도 얻기 힘들다. 즉 좋은 답안과 나쁜 답안을 가르는 첫 번째 갈림길은 ‘출제의도 파악’ 여부이다. 출제의도 파악은 세 가지 과정을 거친다. 논제 분석, 제시문 분석, 논제와 제시문의 연결이다.

간혹 논제에서 요구사항이라 보기 힘들지만 문제의 도입부에 전제하고 있는 문장들이 있다. 예를 들어 ‘현대인들은 거대한 조직 속에 익명으로 방치되어 있다’는 식의 문장이다. 이런 문장을 쉬이 지나치는 것도 문제다. 논제에서 사용하고 있는 문장이나 표현은 어느 하나도 쓸모없는 것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이러한 논제의 전제 문장들은 논제의 출제 배경이나 요구하는 글의 방향이 될 수 있다. 요구사항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문장을 이해하여 글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를 통해 해당 논제에 대한 논의가 홰 필요하며 어떤 의의가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논제의 유형을 파악하라

논제의 물음이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는 것은 글쓰기 구상에서 매우 중요하다. 글의 방향이나 구성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유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요약형뺖주어진 글의 핵심 주장이나 견해를 압축적으로 정리한다.

② 논증형뺖주어진 문제상황이나 주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세우고 근거를 들어 타당성을 입증해 나간다.

③ 설명형뺖특정한 견해와 주장과 개념, 주어진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사실적으로 고찰해서 그 의미와 가치를 설명한다.

④ 논쟁형뺖여러 대립되는 입장들 중 특정한 입장과 논쟁을 벌여 자신의 입장을 변론한다. 의견대립과 비판적 논의 즉 동의, 반박 등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부각한다.

⑤ 인과분석형뺖주어진 문제상황이 어떻게 해서 발생되었으며 우리에게 끼치고 있는 영향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서술한다.

⑥ 비판종합형뺖다양한 사태와 다양한 입장을 비판적으로 고찰하여 지지근거와 반박근거를 종합하여 새로운 단계의 논의로 이끌어간다.

단서조항이나 유의사항을 놓치지 마라

논제에는 갖가지 단서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정한 관점에서 논하라든지, 제시문을 참고하여 서술하라는 등의 요구조건들이다. 또한 ‘21세기’, ‘현대사회’, ‘한국사회’ 등의 단서조항들이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한국사회라는 단서가 붙어있는데 논의를 세계로 확장하여 진행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학교 측이 제시하는 유의사항도 논제의 일부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답안의 분량을 엄수해야 함은 물론이고 제한시간, 필기도구의 종류, 해서는 안 될 표기 등의 조건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제시문이 문제 해결의 key!>

제시문 독해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져

제시문은 논제의 범위를 제한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제시하는 글이다. 논제를 어렵게 하기 위해 제시하는 경우는 없다. 제시문을 통해 논제의 의도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거나 글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재료를 얻을 수도 있다.

제시문 독해의 중요성은 과거에 비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주요 대학들이 통합형 논술 문제를 개발하면서 제시문을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학문 영역 간의 통합이거나 이종 주제를 통합적으로 다루기 위해 제시문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제시문을 단순 참고자료 정도로 여긴다. 이는 논제 해결 과정에서 천군만마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제시문을 꼼꼼하게 독해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것이 아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철저한 독해와 분석이 필요하다.

최근 논제들은 두 개 이상의 제시문이 주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각 제시문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서로 대비하여 제시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독해할 필요가 있다. 도표나 통계자료가 주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 데,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별도의 연습이 필요하다.

제시문 독해는 논제파악의 완성

제시문 독해는 논제파악과 뗄레야 뗄 수 없다. 논제를 파악하는 것의 완성은 제시문에 대한 정확한 독해에 있기 때문이다. 논제는 대개 제시문을 어떤 의도에서 제시한 것인지, 제시문이 어떤 문제의 상황을 다루는 것이며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를 안내한다. 논제의 요구를 바탕으로 제시문을 독해할 때 정확한 접근이 가능하다. 반면 제시문 분석이 논제의 요구를 보다 명확하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시문에 대한 독해가 논제의 요구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곤 하기 때문이다. 논제와 제시문을 연관지어 종합적으로 파악할 때 논제의 요구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제시문 독해는 항상 논제의 요구를 먼저 읽은 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제시문이 논제보다 먼저 제시되는 경우가 많은 데 가급적 논제를 먼저 읽어 방향을 가늠한 후 제시문을 독해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고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독해가 불가능한 제시문이 출제되진 않아

평소 다양한 독서를 통해 독해 능력을 키운 학생이 아니라면 여러 유형의 제시문을 읽어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시문은 고교 교과 과정을 뛰어넘는 난해한 글이 제시되진 않는다. 어렵고 꼬여 있는 듯 보이는 제시문이라도 핵심어와 핵심 문장을 찾고 하나하나 풀어 가면 의미 파악이 가능하다. 어느 한 구절이라도 의미 파악에 있어 실마리를 찾았다면 이를 통해 전체의 윤곽을 찾을 수 있다.

쉬운 글이라도 안이하게 접근하는 것이 문제다. 표면적인 의미만 파악하는 것은 자칫 논제의 요구에 비추어 적절한 독해가 아닌 경우도 있다. 논제의 요구와 다른 제시문 간의 상관관계를 고려하여 문장 뒤에 숨은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하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을 알고 면밀히 전후 상황을 살펴야 한다.

제시문이 정답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펼칠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제시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제시문의 견해가 정답인 양 제시문에 끌려가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제시문이 주어진 의도는 전체적인 범위를 한정하고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함에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펼치고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주장을 제기하라는 것이 논제의 본질적인 요구다. 제시문의 주장을 지나치게 따라가 많은 부분을 인용하거나 제시문의 사고에 한정돼 주장을 펼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반대로 제시문을 독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이 섰다고 하여 편견과 선입견에 기대 제시문을 파악하는 것도 문제다. 제시문 독해도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자칫 자신의 주관에 기대 독해에 나설 경우 오독하거나 문제의 맥락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제시문 독해가 목적은 아니다. 제시문을 활용해 논제의 요구를 서술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따라서 제시문 독해는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을 넘어서 비판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해당 제시문의 견해에 대한 어떤 반론이 가능한지, 다른 관점은 무엇이 있는지 염두에 두며 읽어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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