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채 1주일도 남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인 예수님은 2천년 전 마구간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왜 마구간에서 태어났을까? 당시 베들레헴의 여관이 만원이라 방이 없어서. 왜 여관이 만원이었을까? 크리스마스 이브였기 때문이었을까? 당시 유대는 로마의 식민지였다. 로마의 통치자 아우구스투스는 거대한 제국 내에 속하는 모든 가구들에 대해 5년에 한 번씩 호적조사를 명하였다. 호적조사를 통해 인구 및 가구에 대한 통계를 작성하여 징세와 징병의 기초로 활용하고자 한 때문이었다. 조그마한 마을 베들레헴 출신이면서 타지에 나가 살던 많은 사람들도 이 호적조사에 응하기 위해 일시에 고향으로 몰려오게 되었고 그 결과 베들레헴의 여관들이 가득 차 뒤늦게 도착한 예수님의 부모들이 묵을 빈 방이 없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예수님의 탄생은 인구조사와 관련이 있는데, 고대로부터 국가의 통치자들은 국가를 통치하기 위한 기본적인 정보로 활용하기 위해 통계조사를 실시하였다.
1776년 미국은 독립 후 제정한 헌법에 정기적인 인구조사 실시를 해야 한다는 조항을 명문화하였고, 이에 따라 미국은 1790년 세계 최초로 근대적인 센서스를 실시한 나라가 되었다. 이를 기화로 선진 각국들은 앞 다투어 센서스를 실시하였고 그러한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 5년마다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하여 우리나라 현재의 상태를 파악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과거로부터의 변화와 미래에 대한 전망을 하고 있다. 인구, 주택, 경제, 군사, 교육, 노동, 복지 등 한 나라를 이끌어 가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정보들을 바로 이 통계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는 소수 권력자의 의사에 의해 국가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민주화의 진전에 따라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게 되었다. 어떤 정책에 대해서든 이해가 엇갈리는 집단들이 있게 되므로 이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하고 조정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데 오늘날 통계가 바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문제뿐 아니라 FTA 협상을 비롯한 국가 간의 협상에서도 통계는 마찬가지로 중요한 근거자료가 되고 있다. 따라서 유엔이나 OECD 등 국제기구에서는 가입국가들에 대해 국제적으로 활용 가능한 통계의 목록을 제시하여 작성을 권고하고 있다.
백의의 천사로 널리 알려진 나이팅게일은 흔히 간호사로 알려져 있기만 할 뿐 생의 많은 부분을 통계전문가로서 활동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나이팅게일은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 통계를 올바르게 작성하고 활용함으로써 영국의 군대와 병원의 위생개혁을 단행하고 그 결과로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나이팅게일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고로 국가를 다스리는 지도자들은 반드시 통계를 유용하게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을 배워야 하며 통계를 보고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오늘 대통령선거를 통해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게 된다. 새 대통령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했으면 하는 일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현 상태를 명확하게 보고 필요를 올바르게 진단하는 일이다.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는 잠시 며칠만 기뻐하고 이후에는 ‘쿨(Cool)’해져서 우리나라 각 분야별 통계를 조목조목 살펴보기를 권해 드리고 싶다. 통계로부터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세계 속의 우리의 좌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통계로부터 하늘의 소리, 그리고 백성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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