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은 삶 속에서 ‘의사소통’의 중요한 도구
필자는 수능 이후 학생들이 논술을 학교가 아닌, 외부 기관에 의지하는 현실을 안타까워 방과후 논술 수업을 개설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신청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10명이 조금 넘는 학생이 선택하여 학생에게 이유를 물으니 “선생님 저는 논술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에 가기 때문에 필요 없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당시에는 할 말이 없었다. 나 또한 논술을 대학을 입학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술 공부를 하다 보니 그 때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대학 입학의 수단으로써의 논술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이 논술적 사고와 태도라는 점에서 논술은 삶을 살아가는데 의사소통의 중요한 도구가 된다. 대학에서 과제는 대부분 보고서이고 시험 또한 논술식이다. 연필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대박을 터뜨릴만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상사에게 말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 기획안이 바로 논술인 것이다. 즉, 나의 주장을 상사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논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처럼 논술은 우리 삶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논술 교육은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지도해야 한다.
그렇다면 논술이란 무엇인가? 논술은 실용적 글쓰기이다. 어느날 문단에 등단한 시인 선생님이 “윤선생! 학생들이 논술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나?” 선생님의 고민은 문학적 글쓰기와 실용적 글쓰기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논술은 어떤 문제에 대해 자기 나름의 견해나 주장을 내세운 다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자기 견해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글쓰기 활동이다.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특별한 형식이나 체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진술하는 수필이나 감상문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논술이란 무엇일까? 학교에서 논술 수업을 하다보면 학생들이 “선생님! 왜 가르치는 사람마다 논술에 대한 정의와 논술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르죠?”라고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선생님은 논술을 잘 하기 위해서 많이 읽으라고 하는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많이 읽는 것보다 얼마나 깊이 있이 있게 읽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선생님도 있다. 신문의 사설을 읽으라고 하기도 하고 사설보다 오피니언(의견)이 좋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논술은 주어진 논제에 대한 비판적 읽기를 통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논술은 읽고 생각하고 쓰는 과정 전체를 평가한다.
먼저 비판적 읽기란 반성적이고 능동적으로 글을 읽는 것이다. 신문의 광고를 볼 때 어떤 학생은 광고 제작사가 의도한 그대로 수용하는 학생이 있는 반면, 어떤 학생은 왜 이 광고가 좋은 광고 인지, 어떤 이유에서 나쁜 광고인지를 비판적으로 생각한다. 광고의 내용이 여성의 성을 상품화 시킨 것인지, 과장 광고나 허위 광고 인지, 지나친 다이어트 조장으로 우리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를 만연시킬 수 있다는 등의 비판적 태도를 지닌다.
두 번째로, 창의적 문제 해결은 논술의 내용(비판적 읽기와 창의적 문제 해결을 논술의 내용에 해당되고, 논리적 글쓰기는 형식에 해당된다.)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에 속한다. 창의적 문제 해결은 주어진 논제에 대한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사고를 통해 이루어진다.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은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닌, 글을 읽는 사람이 평가한다는 점에서 억지로 의도된 글 보다는 진실된 글에서 창의성이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논리적 글쓰기는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논리적 사고의 핵심은 ‘논증’이다. 논증이란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것을 말하며 주장(결론)과 근거(이유)로 이루어진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재밌다.’고 주장하면 ‘김선아의 연기가 실감이 나고 대사가 톡톡 튀고 진짜 같기 때문에’이라는 근거를 대야 논리적인 글이다. 반면, ‘김아중은 미녀가 아니다’라는 주장의 근거로 ‘미녀는 괴롭다.’ 그런데 ‘김아중은 행복하다.’라는 것을 제시한다면 논리적인 글이 아니다. ‘000도 달았다.’라는 대사처럼 상품을 선전하는 광고는 논술과는 다르다. 상품 광고는 물건을 많이 파는데 목적이 있으므로 소비자의 감정에 호소해야만 한다. 하지만 논술에서는 ‘권위나 대중에 호소하는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이러한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력, 논리적 사고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통합 교과형 논술이다. 통합 교과형 논술의 핵심은 영역 전이성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전이(transfer)라는 말은 의학 용어로 사람에게 (암)전이가 되면 좋지 않지만, 통합 교과형 논술 시험에서는 전이가 되면 될수록 좋다. 예를 들어, 논제로 ‘균형과 평형’이라는 것이 출제 됐다면 영역 전이가 잘 되는 학생은 윤리 시간에 배운 ‘쾌락주의 역설’과 경제 시간에 배운 ‘한계 효용의 체감의 법칙’, 사회 시간에 배운 ‘제로섬 게임’, 과학 시간에 배운 ‘에너지 보존의 법칙’, 환경 시간에 배운 ‘생태계의 항상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영역 전이가 서툰 학생은 이 중 한두 가지만 떠오를 뿐이다.
어쩌면, 영역 전이가 잘 되어 통합을 잘 하는 사람은 교사보다 전과목을 배우는 학생일 것이다. 때문에 통합은 교사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해야 하며, 교사는 그런 통합 능력을 길러주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윤영진 (광명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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