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여, 그래도 꿈을!

박진우 수원대 통계정보학과 교수·통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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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고 노란 단풍들이 타들어가더니 이제는 어느새 바싹 마른 갈색으로 변해 부는 바람에 속절없이 휘날리고 마는 겨울의 문턱에 들어섰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보다 마음 스산하고 을씨년스런 사람이 바로 대학졸업을 눈앞에 둔 청년들이 아닐까 싶다. 다름 아닌 취업의 어려움 때문이다. 어려움을 익히 예감하고 대학 기간을 내내 영어, 컴퓨터, 자격증 준비, 각종 고시준비 등에 쏟아 붓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의 벽은 여전히 높고 미래는 불확실하기에 우울한 마음으로 그 찬란한 청춘의 기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필자 역시 대학 졸업을 앞두고 미지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에 짓눌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매일 눈만 뜨면 떠오르는 막연한 불안감에 가위 눌리던 시절의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휴식 중에 읽은 한 일간지의 칼럼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작고하신 함석헌 선생이 기고한 글이었는데, 선생께서는 당시 가장 인기가 높던 의대, 법대, 약대학생들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연민을 느낀다는 다소 도발적인 내용으로 시작되는 글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딱히 진로를 정하지 못해 고민하던 나로서는 장래에 대해 확실한 안정이 보장된 처지에 있는 그들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였는데 그들에 대해 오히려 연민을 느끼다니…? 계속되는 칼럼의 요지는, 한창 꿈을 꾸고 자신을 키워나가야 할 20대의 청년들이 이른 시기에 자신의 장래 진로를 확정해버린 후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고 살아 애늙은이가 되어버리기 쉽다는 점을 경계하는 것이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할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태도로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꿈을 꾸는 젊은이가 돼라는 선생의 호령이 담겨 있었다. 당시 선생의 그 글은 위축될 대로 위축되어 좀스러운 마음이던 내게 큰 질책이 되었다. 아울러 꿈꾸기를 멈추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하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청년들은 자신들이 미래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별로 생각하지 못한 채 눈앞의 현실만 보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시편 119편 7절)라는 성경 말씀이 있다. 기실 오늘날 각 분야의 지도자라는 분들은 모두 과거에는 미래가 불확실한 청년에 불과하였다. 그 분들이 오늘의 위치에 이르기까지는 숱한 역경을 거쳤을 것이다. 닥치는 고난에 좌절하지 않고 겸손히 배우며 자신을 새롭게 하는 기회로 삼는 사이 마침내 오늘날 지도자의 자리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리라. 현실의 어려움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청년이 꿈꾸기를 잊어버리는 것 아닐까? 염려에 사로잡혀 지낼 시간에 나름의 미래를 꿈꾸며 자신의 용량을 키우는 것이 현재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일 것이다.

e-나라지표라는 정부 사이트에 나온 공식통계에 따르면 2006년 12월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7.9%에 이른다고 한다.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본격적으로 야기된 이른바 청년실업의 문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선진 각국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대선을 목전에 둔 지금, 훌륭한 지도자가 나와서 슬기롭게 이 문제를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청년들에게 함석헌 선생의 훈계를 다시 전해주고 싶다. 청년들이여, 현재의 어려움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라도 자신의 미래에 대해 꿈꾸기를 멈추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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