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은 현실과 구분가능한가? -세컨드라이프를 통해 본 가상현실
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고 있다”
세컨드라이프를 만든 필립 로즈데일은 세컨드라이프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는 가상현실이 미래의 부를 창출해 내는 중요한 공간이라고도 말합니다. 세컨드라이프는 인터넷에 건설된 3차원의 가상세계입니다. 사용자들은 이곳에 건물을 짓고 경제활동을 하면서 살아가지요. 이곳에서의 삶은 현실에서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고, 쇼핑을 하며, 영화를 보고, 공부를 하죠. 하지만 세컨드라이프는 현실과 자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세컨드라이프의 규모가 커지면서 가상 현실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가상현실이 무엇이며, 가상현실과 현실은 구분할 수 있는지, 가상현실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등에 궁금증을 갖게 된 것이죠.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한가요? 세컨드라이프를 통해 한층 가까워진 가상현실에 대해 짚어보도록 합시다. /제윤아 상임연구원
< 爭 點 討 論>
시사쟁점 등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심도있게 생각해보는 코너. 정보의 바다에서 알짜만을 건져 올렸죠. 어때요? 벌써 빠져들고 싶죠? 뭘 망설여요. 그럼 빠져봅시다!!
< 생각열기>
자신이 세컨드라이프와 같은 가상현실의 일원이 되었다고 가장해 보고 다음의 물음에 답해 봅시다.
가상현실 속에 빠져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확산되지 않았지만 세컨드라이프라는 인터넷 가상현실 서비스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세컨드라이프에서는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세컨드라이프에서는 배나 비행기도 탈 수 있고 여러사람들과 모여 게임도 즐길 수 있습니다. 이성친구를 사귈수도 있고 결혼식을 올려 가상의 공간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뉴스를 보거나 영화 관람, 음악 감상, 친구와의 대화 등을 세컨드라이프에서 할 수도 있으며 쇼핑도 가능합니다. 가상의 공간이지만 땅을 사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 수도 있고 원하는 물건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제 세컨드라이프의 주민이 될 예정이라 가정해봅시다. 여러분은 이 가상의 세계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요? 세컨드라이프를 만든 린든랩의 소개를 읽고 생각해봅시다.
→린든랩이 소개하는 세컨드라이프란?
세컨드라이프는 전적으로 사용자가 창조하고 참여하여 이루어지는 영속적인 온라인 3D 가상 세계입니다. 빠르게 확장되는 방대한 공간 속에서, 사용자는 자신이 꿈꾸는 모든 일을 할 수 있으며 상상하는 인물을 창조 또는 자신이 그 인물이 될 수 있습니다. 세컨드라이프 내에 구축되어 있는 컨텐츠 개발 도구로 자신이 상상한 거의 모든 형태의 컨텐츠를 만들 수 있으며, 다른 사용자들과 실시간 팀웍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사용자가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는 세밀한 아바타를 통해 개성적이고 독자적인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백대의 컴퓨터가 연결되어 운영되는 강력한 물리시뮬레이션과 지속적인 인구 증가로 인해 사용자는 수만 에이커의 시뮬레이션 토지에서 상호 작용이 가능한 가상세계에 깊이 몰두할 수 있습니다. 토지의 개발 및 소유, 이에 따른 전자 화폐의 실제 화폐로의 환전기능과 3D 컨텐츠의 디자인 및 재판매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세컨드라이프 내에서 실제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나의 3차원 그래픽 아비타가 현실 세계와 아주 흡사한 세계를 돌아다닙니다. 그 속에서 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결혼을 하며, 경제활동도 합니다. 세컨드라이프가 보여주는 가상현실은 과연 우리가 실재하는 현실과 구분할 수 있는 공간인가요? 가상현실은 가짜 세계일까요, 진짜 세계일까요?
명제Ⅰ. 가상현실은 실재성이 박탈된 허구의 공간이다!
yes/(가능하다) 가상현실은 현실과 다른 ‘허상’의 세계다. 이는 현실과 가상현실의 특징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우선 현실은 인공물이 아닌 원본이며 사물 그 자체다. 현실에서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며,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현실은 신체를 매개로 하여 한 번씩 탄생과 죽음을 경험한다. 하지만 가상현실은 현실처럼 조작된 인공물일 뿐이다. 세밀하게 구현되어 현실처럼 생생하지만 문자, 영상, 그림, 음향 등의 이미지로 가득찬 인공적인 세계다. 또한 가상현실의 대상은 그래픽의 특성, 재현자의 관점에 따라 보다 화려하거나 단순하게 혹은 보다 편리하게 재구성된 것이다. 가상현실속 책상이 책상으로 간주되는 것은 전적으로 같아서가 아니라 현실의 책상이 지닌 속성이 부분적으로 동일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상현실은 현실처럼 보이면서 현실과 다른 독특한 위상을 갖는다. 게다가 가상현실에서는 흘러간 시간이 저장돼 다시 반복될 수 있고, 공간은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불려나와 현전한다. 이는 가상현실이 허구의 공간이며, 현실과는 다른 독립된 세계임을 말해준다.
no/(가능하지 않다) 가상현실도 또 하나의 현실이다. 가상현실뿐 아니라 현실도 사람의 인식에 의해 재구성된 것이다. 현실은 인간의 지각이나 관념을 떠나 존재하지 못한다. 현실에서 어떠한 사물을 책상이라고 인지하는 것은 판단할 수 있는 나름의 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실은 주어진 대상이기보다 인간의 의식에 의해 간주된 것에 가깝다.
가상현실 역시 인간에 의해 지각된 내용이 구현된 것이므로 하나의 현실로 인정될 수 있다. 게다가 가상현실의 근본 토대는 현실이다. 가상현실의 행위 주체가 인간이라는 기본적인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또한 가상현실은 현실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가상현실을 통한 결과물, 이를테면 건축물, 비행 감각, 해저탐사, 오락적 즐거움 등은 현실에서 비행기를 조종할 때, 환자를 수술할 때, 해저탐사 연구 등에 영향을 미치며, 유익한 자료가 된다. 가상현실과 현실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고 있으며 가상현실의 유행이 현실에 반영되는 등 역전현상도 나타난다. 발달된 가상현실의 시대에 현실과 가상현실을 분리해서 사고하는 것은 억지다.
명제Ⅱ. 가상현실 속 자아와 현실의 자아는 다르다!
명제Ⅲ. 세컨드라이프는 게임을 뿐이다!
명제Ⅳ. 가상현실에 있어 현실과 유사한 규제는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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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세컨드라이프의 열풍으로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가상현실은 현실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가?
토론에 앞서 가상현실이 무엇이며, 최근 대표적인 가상현실로 지칭되는 세컨드라이프가 무엇인지 함께 짚어 봅시다.
1. 가상현실이란 무엇인가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이란 현실은 아니지만 현실과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공의 세계를 말해요. 시각, 청각, 촉각 등과 같은 인체의 감각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장비를 이용해 실제 환경과 비슷하게 구축된 가상세계를 경험하고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을 가상현실이라고 하는거죠. 사실 가상현실이라는 용어는 학자에 따라 가상환경, 원격실재, 인공세계, 사이버스페이스 등으로 불리며 정의도 약간씩 달라요. 그래도 가상현실이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가 실제로 새로운 환경에 와 있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는 것에는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지요.
2. 가상현실은 어떻게 이용되고 있나요?
우선 가상현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현실생활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사실감을 느낄 수 있어요. 원하는 환경을 *원격현전 시키고 그곳에서 쉽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지요. 또한 가상현실은 익명성을 전제로 하고, 두 개 이상의 자아를 허용해주며, 수정이 쉽고 빠르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어요. 가상현실 기술은 인간이 일상적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환경을 직접 체험하지 않고서도 그 환경에 있는 것처럼 보여주고 조작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교육, 건축, 의학, 원격 조작, 원격 위성 탐사, 과학적 시각화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어요. 앞으로도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할 거예요. 아직 가상현실은 초보적인 기술단계에 있지만 최근 세컨드라이프라는 인터넷 가상현실 사이트가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3. 세컨드라이프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말 그대로 ‘또 다른 삶’,‘ 제2의 세계’인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는 2003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정보기술업체인 린든랩이 개발하고 서비스를 시작한 인터넷 속 가상현실 사이트예요. 사용자들은 3차원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뤄진 인터넷 세상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며 살아가죠. 사용자들은 옷이나 신발, 자동차, 빌딩 등을 소유하거나 만들 수 있어요. 회사는 사용자들이 내는 토지 사용료로 수익을 내죠. 현재 세컨드라이프는 전세계 가입자가 870만 명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어요.
4. 세컨드라이프는 게임의 일종 아닌가요?
세컨드라이프에는 일정한 룰이나 미션이 없어요. 일반 게임처럼 승부를 가린다거나 어떤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듯 활동을 하죠. 린든랩은 스스로 자유롭게 무언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컨드라이프를 “전적으로 사용자가 창조하고 참여하면서 이뤄지는 영속적인 온라인 가상세계”라고 설명해요. 세컨드라이프에서는 현실과 유사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기도 해요. 사용자들은 땅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직접 제작하고 이를 통해 경제활동을 하죠. 세컨드라이프 내에서 통용되는 통화는 린든 달러인데요, 이는 현실 세계의 달러와 환전이 가능해요. 이에 세컨드라이프에서 돈을 벌면 현실에서도 부자가 될 수 있죠. 그래서 IBM, 소니, 도요타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세컨드라이프에 사이버 지점을 개설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세컨드라이프에서는 그밖에도 원하는 장소로 언제든 순간 이동할 수 있는 ‘텔레포트’가 가능하고, 원하는 모습의 아바타로 살아갈 수 있으며 상상 속의 행동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물론 세컨드라이프가 지나치게 현실과 닮다 보니 현실에서의 골칫거리들이 발생하고 있기도 하지요.
5. 세컨드라이프에서 어떤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나요?
세컨드라이프의 경제 활동 규모와 회원 수가 늘면서 불법과 무질서, 탈세 같은 현실세계와 같은 고민거리들이 등장하고 있어요. 불법 온라인 도박이나 카지노가 성행하기도 하고요. 아동 포르노 사진 등이 세컨드라이프를 통해 판매되고 있기도 하죠. 가상 총격 같은 사이버 폭력도 이뤄지고 있어 문제로 제기되고 있어요. 현실세계와 세컨드라이프가 연관되고 또 그것이 부딪히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해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은 세컨드라이프에서 또 다른 아내를 얻어 현실과 가상세계에서 이중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한 남자의 사연을 보도했어요. 그의 현실 부인은 아침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가상 세계에 빠져 지내는 남편의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이중결혼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어요. 이처럼 가상현실에 빠져 현실과 혼동한다거나,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키는 것 등도 커다란 문제 중 하나예요.
● 원격현전(遠隔現場, telepresence): 통신매체를 통해 어떤 환경을 눈앞에 있는 것처럼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의자에 앉아서 클릭만 하면 도서관이 불려나오거나, 위급한 환자가 원격지의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 상황 등이다.
● 아바타: 3차원이나 가상현실 게임, 채팅 등에서 사용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지칭하는 말. 그래픽으로 나타내는 사용자 자신을 대리하는 대리자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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