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빕밥 논술

디워 논란, 어떻게 볼 것인가?

<爭 點 討 論>

시사쟁점등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심도있게 생각해보는 코너. 정보의 바다에서 알짜만을 건져 올렸죠. 어때요? 벌써 빠져들고 싶죠? 뭘 망설여요. 그럼 빠져봅시다!!

‘한동안 침체되어 왔던 한국영화계가 <디워> 의 흥행몰이로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워> 가 몰고 온 논란은 영화계를 넘어 사회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네티즌과 영화 평론가들의 <디워> 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달라 시작된 <디워> 논란은 이제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디워> 논란으로 인해 네티즌들과 충무로 영화인, 평론가들 사이의 감정 대립은 극한으로 치닫기도 했는데요. 네티즌들은 왜 그토록 <디워> 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코미디언 출신 영화감독의 지칠 줄 모르는 도전 정신과 열정에 감동해서일까요? 미국시장에 당당히 진출하게 된 민족적 자부심의 표현일까요? 또한 <디워> 를 혹평하는 이들에 대한 집단행동은 무엇 때문인가요? <디워> 논란 속으로 함께 들어가봅시다. /김인규 상임연구원

<생 각 열 기>

<디워>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공중파 방송의 ‘100분 토론’이었습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를 공중파 방송의 시사토론 주제로 정한 것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상영 중인 영화에 대한 TV 토론 프로그램은 타당한가?

개봉 전부터 예매율 1위를 차지하며 관객의 기대를 모았던 <디워> 가 지난 8월 1일 개봉했습니다. <디워> 는 개봉 일주일 만에 관객 400만 명을 끌어 모으며 폭발적인 흥행몰이를 했는데 영화의 흥행과 함께 영화를 둘러싼 논쟁도 한층 뜨거워져 갔습니다.

급기야 지난 8월 9일, 개봉한 지 열흘도 안 돼 <디워> 는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의 토론주제로 선정됐습니다. MBC 시사프로그램 ‘100분 토론’에서 “ <디워> , 한국영화의 희망인가?”라는 주제로 패널들끼리 열띤 토론이 벌어진 것입니다. 방송이 끝난 이후 <디워> 논란은 평론가와 네티즌 사이에서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이를 두고 ‘현재 상영 중인 영화를 공중파 방송의 시사프로그램 토론주제로 삼은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 시민 1

<디워> 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해서,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를 TV 시사토론 주제로 삼은 것은 부적절했다고 생각해요. 방송에 나온 내용들도 영화의 스토리 전개가 어떻고, 작품성이 어떻다는 평가가 많았어요.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도 영화매체에서 다루면 될 것을 굳이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다뤄야 할 필요성은 없었죠. 그리고 패널들이 현재 상영 중인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 내용까지 말할 땐 너무 한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결국 생산적인 토론이 되지 못하고 논란만 더 키운 꼴이 되어버렸잖아요. 시청률을 의식한 무책임한 편성이라고 생각해요.

♣ 시민 2

시사프로그램이 사회적인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를 다루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라고 봐요. <디워> 는 흥행열풍을 몰고 왔을 뿐만 아니라 네티즌과 평론가들 사이에 논쟁이 촉발된 영화이기도 하죠. ‘100분 토론’에서 <디워> 를 토론주제로 삼은 것은 단순히 영화의 작품성을 논하기 위해서가 아니죠. 한동안 침체되어 왔던 한국영화계에 <디워> 가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 것인지 진단해 보는 것으로 의의가 있지 않을까요.

● 현재 상영 중인 영화를 공중파 시사프로그램의 토론주제로 잡아 방영한 것은 적절한 결정이었을까요? 자신의 생각을 말해봅시다.

<디워> 에 대한 열광은 빗나간 애국주의의 발로인가?

명제Ⅰ. CG기술만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논할 수는 없다!

yes> (빗나간 애국주의다)뺖CG기술은 영화의 일부분일 뿐이다. 영화의 완성도를 논할 때는 극적인 이야기 전개와 주제의 형상화, 배우들의 연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CG기술이 훌륭하더라도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와 잘 조화되지 못하면,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화려한 CG기술로 만들어낸 영상은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할지는 몰라도, 감동을 줄 수는 없다.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고 깊은 울림을 주지 못하는데 CG기술만 우수하다고 해서 웰메이드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CG기술은 영화를 화려하게 포장하는 기능만 할 뿐이지, 작품성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가 아니다. 또한 괴수영화, SF영화라고 해서 스토리의 개연성과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배우의 연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장르영화라 해서 영화의 근본적인 속성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CG기술만으로 영화의 완성도와 작품성을 논하거나, CG기술만 뛰어나도 괜찮다고 옹호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No> (지나친 비판이다)뺖영화는 장르가 구분되어 있다. 멜로영화, 코미디영화, 예술영화, SF영화, 성인영화와 어린이영화 등 각각의 영화장르에 따라 핵심적으로 요구되는 바도 달라진다. 작가주의 예술영화에서는 시나리오의 치밀한 구성과 이야기 전개, 감독의 주제의식, 배우들의 완숙한 연기 등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 하지만 괴수영화나 SF영화는 다르다. 사람이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고, 설사 등장하더라도 괴수나 로봇이 주인공일 수 있다. 관객들이 괴수영화와 SF영화에서 원하는 것은 감독의 사회성 짙은 주제의식이나 혼신을 다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아니다. SF 괴수영화에서는 괴수의 CG를 빼놓고 완성도를 논할 수 없고 특수효과와 CG 등 기술적인 뒷받침이 대단히 중요하다. CG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영상이 자연스럽고 스펙터클할 때 관객들도 영화에 몰입할 수 있다. 현대 SF영화에서 CG기술이 미진하면 시나리오가 훌륭하다 해도 영화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괴수영화에서 CG기술의 완성도를 높였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명제Ⅱ. 평론가는 국익과 상관없이 작품 자체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명제Ⅲ. 애국주의적 접근은 한국 영화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명제Ⅳ. <디워> 팬들의 집단행동은 ‘사이버 전체주의’에 가깝다

<쟁 점 이 술 술~>

영화 <디워> 에 대한 논란이 사회현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습니다. 토론에 앞서 <디워> 논란의 핵심이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봅시다.

{img5,L,300}1. <디워> 는 어떤 영화인가요?

영화 <디워> 는 6년의 제작기간과 순수 제작비 300억 원이 소요된 대작이에요. 제작기간과 제작비용 면에서 국내 최고지요. <디워> 는 기획단계에서부터 국내시장이 아닌 미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 등 전세계 시장을 겨냥하여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어요. 특히 <디워> 는 자체 인력만으로 컴퓨터 그래픽(CG)기술을 완성하여 국내 특수효과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또한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미국에서 15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잡고 이달 14일 개봉, 벌써부터 흥행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어요. 현재 <디워> 는 영화개봉 19일 만에 관객 700만 명을 돌파해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떠올랐어요.

2. 심형래 감독은 어떤 인물인가요?

심형래 감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코미디언 중 한 사람이었죠. 하지만 <영구와 아기공룡 쭈주> <드래곤 투카> <용가리> 등의 영화를 만들며 SF 괴수영화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애착을 보여 왔어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심 감독은 99년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된 바 있어요.

3. <디워> 논란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디워> 논란은 영화 <디워> 를 본 네티즌들의 평가와 영화 평론가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시작되었어요. 사실 평론가의 평점과 흥행, 관객의 평가가 엇갈리는 경우는 흔하지만 이번의 경우 그 차이가 극심하고 <디워> 에 대한 네티즌들의 기대가 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기 시작했죠. 특히 개봉 직후 독립영화 감독 이송희일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디워> 에 대해 비판한 글을 올린 것이 언론에 의해 공개되면서 논란은 증폭되었어요. 이송희일 감독은 “ <디워> 는 영화가 아니라 1970년대 청계천에서 조립한 미국 토스터기 모방품에 가깝다”며 비판했고 이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 이 감독에 대한 악성 댓글 공세가 이어지기도 했죠. <디워> 논란은 8월 9일 방영된 MBC ‘100분 토론’에서 다룬 이후 극에 달했어요. 이 토론에서 진중권 문화평론가는 <디워> 에 대해 혹평을 했고 이후 언론을 통해 네티즌들의 집단행동을 빗나간 애국주의나 전체주의라 비판했죠.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오히려 충무로나 평론가 집단이 대중을 무시하며 권력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어요. 대중이 적극적으로 문화 상품에 대한 평가에 나설 수 있는 시대에 시대착오적인 평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죠.

4. <디워> 논란에서 대립되고 있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논란은 영화 내적인 부분과 영화 외적인 부분으로 사실상 나뉘어 있어요. 초기 논란은 영화의 작품성을 두고 시작되었어요. 영화의 완성도를 평가함에 있어 영화의 기본 서사구조와 CG기술의 우수성이 대립되기도 했죠. 작품 속에 포함된 애국주의적 코드도 논란 속에서 자주 거론되는 부분이에요. 영화 말미에 아리랑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고 심형래 감독의 인생역정을 자막으로 처리한 부분을 두고 찬반 논란이 많았죠. 영화 외적으로는 애국주의를 자극하는 마케팅 기법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어요. 자체 개발 CG기술이 할리우드 수준으로 발전했고 이를 통해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할리우드를 정복하겠다는 식의 홍보가 논란의 대상 중 하나가 되었죠. 또한 코미디언 출신인 심 감독이 언론을 통해 한국 영화의 온상인 충무로로부터 외면당했다고 발언한 것 때문에 충무로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심 감독과 충무로의 대립이 자주 거론되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디워> 를 옹호하는 네티즌들이 반대 의견에 대해 집단행동을 보이기도 해 <디워> 현상이 우리 사회의 부정적 애국주의나 전체주의적 경향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5. <디워> 현상을 잘못된 애국주의적 경향이라 볼 수 있나요?

이 부분은 이번 토론의 핵심 내용이기도 해요. 일각에서는 자신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악성 댓글이나 신상공개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해요. 마치 황우석 사건 당시 황우석을 옹호하는 집단이 보여주었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죠. 이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어떤 현상이 옳건 그르건 간에 집단적 광기에 매달려 소수의 견해를 무참히 박살내고야 마는 <디워> 팬들의 행동에서 ‘전체주의 경향’을 읽을 수 있다고 우려해요. 반면 일부 과격한 사이버 테러가 있었지만 이는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네티즌들의 힘이 그만큼 강해진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어요. 자신의 의견을 적극 표명하고 토론에 참여하는 등 사이버 민주주의의 긍정적 경향으로 정착될 수 있다는 설명이죠. 또한 <디워> 현상이 애국주의적 경향이기보다 사회적 상실감이 큰 젊은 층이 어려운 역경 속에서 성공을 거둔 심 감독에게서 희망을 본 것이라는 설명도 있어요. <유레카논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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