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爭 點 討 論 > 문화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가?
시사쟁점 등 매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심도있게 생각해보는 코너. 정보의 바다에서 알짜만을 건져 올렸죠. 어때요? 벌써 빠져들고 싶죠? 뭘 망설여요. 그럼 빠져봅시다!!
신문의 섹션 중에 여러분들이 가장 즐겨 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정치나 경제·사회면보다는 단연 ‘문화’란을 먼저 펼치게 된다구요? 문화라는 말에는 말랑 하면서도 품위를 느끼게 하는 뉘앙스가 있어 어떤 정치성이나 사회성도 배제된 것 같이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문화적’이란 말 앞에 무장해제당해 마음을 놓고 맙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미지대로 문화에는 어떤 정치성과 사회성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요? 오늘 우리가 본 영화나 드라마, 들었던 음악, 먹었던 음식, 심지어는 학교에서 받았던 교육까지 우리를 둘러싼 문화라고 지칭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우리를 더 불평등의 굴레로 옥죄고 있진 않을까요? 문화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통해 문화가 사회적 계급구조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알아보고 앞으로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정윤희 상임연구원
<생 각 열 기>생>
당신의 문화자본은 몇 점?
■ 다음의 문항에서 자신에게 해당하는 경우를 선택하고 괄호안의 점수를 합하여 자신의 문화자본을 산출해봅시다.
1. 예술교육경험
정규학교 예체능 시간이나 특별활동 시간을 제외하고 최종학교 졸업 이전에 문화 예술 교육을 받은 기간 (피아노 학원, 미술 학원 등)
① 교육받은 기간 없음 (1)
② 6개월 미만 (2)
③ 6개월~1년 미만 (3)
④ 1년~2년 미만 (3)
⑤ 2년~5년 미만 (5)
⑥ 5년 이상 (6)
2. 예술가에 대한 지식 (각 분야마다)
① 팝가수
② 클래식 연주자, 지휘자
③ 성악가
④ 화가
⑤ 소설가
⑥ 영화감독
⑦ 만화가
전혀 모른다 (1)
5명 이상 안다 (3)
10명 이상 안다 (5)
3. 가족과 공유한 문화자본
① 가족이 함께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
② 가족들과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 적이 있다
③ 가족들과 음악회나 콘서트를 보러 간 적이 있다
④ 가족들과 미술 전시회를 보러 간 적이 있다
⑤ 부모님과 함께 참고서가 아닌 교양도서/소설
등 책을 사러 서점에 간 적이 있다
전혀 없다 (1)
1~3회 정도 있다 (3)
5회~10회 정도 있다 (5)
자주 있는 일이다 (7)
● 3~15점 : 문화 자본 하류층
아쉽게도 문화 가난뱅이로 드러난 당신! 미래는 문화의 시대입니다. 공부도 좋지만 문화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세요. 가장 손쉬운 문화 체험으로 독서와 음악 감상을 추천합니다.
● 16~35점 : 문화 자본 중산층
고만고만한 문화적 수준을 자랑하는 당신. 다만 설문 문항 2번에서 어느 한 분야에 심하게 치우치지 않았는지 점검해 보세요. 조금 더 분발하면 문화 상류층으로의 출셋길이! 휴일에 갤러리 탐방이나 UCC제작 등 적극적 문화 활동에의 도전을 권해 드립니다.
● 36~45점 : 문화 자본 상류층
독자적인 문화자본을 형성하고 있는 당신! 좋아하는 분야를 특화하여 사회에서 유용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 같군요. 다만 하류층과 중산층에게 선민의식을 갖지 말고, 좋은 것은 함께 공유하는 민주적 문화시민이 되세요.
문화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한편, 지배층의 이익을 옹호하는 기제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문화는 인간을 해방시키는 그 무엇일까요? 아니면 사회적 억압을 내면화하는 교묘한 수단일까요?
명제 Ⅰ.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간의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명제Ⅱ. 개인의 취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계층에 의해 결정된다!
명제Ⅲ. 문화는 계층 간의 사회적 차이를 정당화시킨다!
명제Ⅳ. 문화의 불평등 재생산 구조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쟁 점 이 술 술~>쟁>
문화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좋은 것인데 문화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니, 무슨 뜻일까요?
문화가 가지는 다양한 의미와 기능을 알아보면서 토론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살펴봅시다.
1. 문화란 무엇인가요?
문화를 한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일반적으로는‘한 사회를 특징지어주는 어떤 시대, 어떤 지역의 인간들이 행하는 삶의 모든 양식’이라고 정의할 수 있어요. 유교 문화, 중세 문화, 도시 문화 등 지역과 시대, 지배적인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의 총체적인 삶의 방식인 것이죠. 그러나 일상생활 속에서 좁은 의미의 ‘문화’란 교양이나 고상한 것과 같은 의미로 쓰일 때도 있어요. ‘문화생활을 누려야 한다’며 콘서트홀이나 영화관, 미술관 등을 찾는 경우에는 이런 의미가 강하죠. 이처럼 문화는 인간을 인간답게 해 준다는 면에서 진흥시켜야 할 긍정적인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커요. 그러나 문화의 개념에 ‘고상한 것’이라는 뉘앙스가 있다는 것은 문화가 기준이 되어 차별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어요. 실제로 우리는‘비문화인’이라는 말이나 ‘문화 수준이 낮다’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러한 표현에는 특정 문화에 대한 일종의 특권의식이 반영되어 있어요.
2. 문화에도 특권의식이 반영될 수 있는 건가요?
과거 서양이 식민지 개척을 할 당시, 아프리카 등 비서구권에 대해 ‘문화가 없다’고 하며 이들에 대한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했어요. 이때의 문화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특권적 의식을 내포한 개념이죠. 서구 문화의 잣대로 비서구권의 문화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생긴 의식이기도 해요. 이러한 문화 개념은 자칫 자신보다 문화 수준이 낮다고 생각되는 계급에 대한 지배나 교화를 정당화시킬 우려가 있어요. 문화가 일종의 지배의 도구, 혹은 빌미가 되는 것이죠.
3. 문화가 지배의 도구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문화가 지배층의 이익을 충실히 반영하여 피지배층으로 하여금 복종을 내면화시킨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유교문화권에서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자식, 남편과 아내를 주종관계로 보고 이러한 가치를 신봉하라고 가르치는 것 역시 지배계급에 봉사하는 문화의 이데올로기적 측면이에요. 이러한 가르침은 직접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 아니라 문화적 양식을 통해 전파되곤 해 민중의 자발적 동의를 얻게 되고, 결국 무력이나 정치적 노력 없이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도록 만들어요. 사실 불평등의 원인은 사회적인 것에서 찾고 이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문화를 통해 ‘자연적인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현실을 은폐시키거나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해요. 그런 면에서 문화는 가장 섬세하고 치밀한 지배의 수단이 될 수 있어요. 특히 미디어의 대중 영향력이 커진 현대사회에서는 대중문화에서조차 이러한 위험 요소가 항상 도사리고 있어요.
4. 대중문화도 지배이데올로기의 도구가 될 수 있나요?
자주 접하는 미디어에서 특정 가치관을 은연 중에 유포시키면 우리도 자연히 이에 영향받겠죠. 반공이데올로기가 강조된 군사독재 시절, 만화 영화에 등장하는 북한군의 모습은 늑대나 돼지로 묘사되곤 했어요. 이러한 방법은 어린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북한에 대한 혐오감을 심문화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좋은 것인데 문화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니, 무슨 뜻일까요? 문화가 가지는 다양한 의미와 기능을 알아보면서 토론에 필요한 배경지식을 살펴봅시다. 어주어 반공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기제로 작용했어요. 단순히 ‘북한이 나쁘다’고 선전하는 것보다 문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혐오감을 강하게 심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죠. 또한 대중문화는 정치적 사안과 같은 사회문제로부터 대중들의 관심을 돌려놓는 유효한 수단이었어요. 정치인들은 3S(Sex, Sport, Screen)를 활용하기도 했죠. 즉 대중들에게 현실을 잊게 하고 쾌락이나 값싼 오락에 몰두하게 하여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무디게 만들었어요. 그러나 이러한 지적은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역량을 과소평가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해요. 한편 문화가 지배이데올로기의 도구가 되어 영향을 미치는 것 외에 계층에 따라 ‘문화자본’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사회적 불평등이 재생산된다는 지적도 있어요.
5. 문화자본이란 무엇인가요?
1970년대 피에르 부르디외에 의해 처음 사용된 말이에요. 경제적 자본이 자산이나 금전 소득과 같은 유형의 자본을 말한다면, 문화자본은 한 개인이 사회화 과정 속에서 획득하여 쌓은 문화적 특성과 습관을 말해요. 특정 문화를 향유하고 누릴 수 있는 소양, 예술품을 알아 볼 수 있는 심미안, 높은 학력, 풍부한 교양 등이 우수한 문화자본이라고 할 수 있죠. 주로 교육이나 가정 환경에 의해 형성된다고 보기 때문에 개인의 출신성분, 즉 계급에 의해 문화자본의 빈부가 판가름난다고 해요. 경제 자본이 갑작스레 풍부해진 졸부가 문화 자본이 빈약해 상류층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나, 문화자본을 풍부하게 상속받은 계층이 이를 잘 활용하여 다시 지배 계급이 되는 경우 등 문화자본의 중요성이 크다고 보는 입장이 있어요.
<유레카논술 제공>유레카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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