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 홉스-
‘교과서에서 찾은 논술’에서는 철학·역사·사회·문학을 번갈아 연재합니다. ‘철학’ 코너에서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여러 철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살펴봅니다.
오늘은 영국의 사상가 홉스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홉스는 찬양과 비판이 크게 엇갈리는 사상가 중 한 명인데요. 그만큼 그의 사상은 우리의 정치사상에 큰 영향을 주었지요. 그래서 그의 사상은 논술 문제에도 자주 등장하고요. 그럼 지금부터 홉스가 주장한 것이 무엇이고, 그것이 현대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함께 알아봐요.
여러분들은 홉스라고 하면 어떤 말이 떠오르나요? 공부를 열심히 한 친구라면 아마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혹은 ‘리바이어던’, ‘사회계약설’ 이런 것들이 머릿속에 떠오를 거예요. 맞아요. 여러분이 떠올린 그 말들이 홉스가 말하고자 했던 핵심어들이죠. 그럼 이 말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이 내용을 다룬 교과서 부분부터 살펴보죠.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 교육인적자원부-111쪽
홉스(Hobbes, T., 1588~1679)는 인간들이 자기 보존을 위하여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자연 상태에서 인간들은 저마다 자신의 생존과 이익만을 추구하며, 그 결과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다. 그것은 어떠한 법도 규범도 없는 무정부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스스로의 생존과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계약을 맺어서 법과 규범을 만들고, 이것을 집행하기 위한 정부를 세우게 된다. 이 때 법규의 위반자를 제재하기 위해서는 주권자에게 절대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하였다. 이러한 홉스의 사상은 당시에 절대 군주제를 옹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이후에 국민 주권 사상으로 이어져 근대적 시민 국가를 형성하는 데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하였다.
교과서에 압축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네요. 그럼 하나하나 짚어보도록 해요.
홉스는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자기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만 행동한다고 말해요. 인간은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보존하기 위해 자신의 욕구대로 행동하며, 그럴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거죠. 이것이 바로 홉스가 말하는 ‘자연권’이에요. 자연권은 역사적으로 형성되거나 실정법에 의해 창설된 여러 권리와 대응되는 것으로,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천부적인 권리라고 해요. 홉스는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고 말해요.
하지만 문제는 사람들 모두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는 데 있어요. 만약 자신의 이익과 다른 사람의 이익이 부딪친다면 어떻게 될까요? 가령 사과가 딱 한 개 있는데 먹고 싶은 사람은 많아요. 그나마 콩 한 쪽도 나눠 먹고자 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이 똑같이 나눠먹는다면 다행이겠죠.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그런 행동을 보이기가 쉽지 않아요. 각자 이왕이면 사과 한 개 전부를 다 먹고 싶을 테니까요. 만일 사람들 모두 며칠 동안 아무것도 못 먹었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테고요.
이처럼 홉스는 모두가 같은 것을 원하지만 이들이 공동으로 향유할 수 없는 경우 적이 된다고 말해요. 법이나 제도가 없는 사회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홉스가 말하는 자연 상태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보다 쉽게 상상해 볼 수 있어요. 자신의 안전과 욕망을 위해 사람들이 서로 할퀴고, 싸우는 모습을 말이죠.
홉스는 이와 같이 자연 상태에서 개인이 자신의 생명을 보호, 유지하기 위해 서로 대립하고 투쟁하는 상황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이러한 자연 상태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은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어떤 것이 정의로운지 판단할 수 없다고 했죠. 자연 상태는 어떤 법이나 도덕, 관습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이에 홉스는 자연 상태에서는 계속적인 공포와 폭행, 죽음이 있을 뿐이며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잔인하며, 고통의 연속일 뿐이라고 주장해요. 게다가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자연권을 위해 싸우지만 결국 그것을 제대로 누릴 수 없게 될 거라 말하죠. 이리하여 자연스럽게 홉스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해요.
홉스가 모색한 방법은 자신의 권리 중 일부를 포기하고, 다수의 합의와 계약을 통해 일종의 규제, 법칙을 형성하고 그것을 따르는 거예요. 즉, 이성을 통해 발견된 규칙 또는 일반 법칙인 ‘자연법’을 따르는 거죠. 그는 총 19개의 구체적인 자연법의 조항을 제시해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 모든 사람은 평화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평화를 획득할 수 없는 경우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여도 좋다
● 평화와 자신의 방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한,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는 한 모든 것에 대한 자신의 권리를 자진해서 포기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자신도 소유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 그들 사이에 맺은 약속을 철저히 준수하여야만 한다.
이처럼 그는 자연상태의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자연권을 더욱 합리적이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자연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해요. 또 이러한 자연법이 개인의 자유와 자연권을 일부 제한하긴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죠.
하지만 이러한 자연법은 강제력이 없어요. 자신이 아무리 자연법을 철저히 지킨다고 한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이 자연법을 지키리란 보장이 없는 거니까요. 또 많은 사람들이 자연법을 지킨다 하더라도 한 사람이 얌체같이 지키지 않는다면 결과는 더 나빠질 수 있고요.
각자의 이성에만 호소해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자연법을 지키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매우 불확실하고 위험한 일이에요. 그래서 홉스는 모든 사람들이 자연법을 철저히 준수하게 만드는 강제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장치는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춘 가능한 강력한 단체여야 하고, 구성원들이 개인적인 이익과 단체의 이익이 상충할 경우에도 단체의 명령을 따를 수 있도록 막강한 구속력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하죠.
홉스가 생각한 이 단체는 오늘날의 ‘국가’예요. ‘리바이어던’이란 개념은 바로 여기에서 나왔죠.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에 등장하는 괴물의 이름이에요. 리바이어던은 사회의 질서를 잡아주고 위험에서 구해주는 역할을 하죠. 홉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국가를 이러한 거대한 괴물에 비유하여 이름을 붙인 거예요. 그는 자연 상태에서는 모든 것이 불안하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가 되기 때문에 리바이어던에게 권력을 주어야 한다고 봐요. 즉, 국가는 강력한 공통 권력인 주권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거고, 그것은 ‘사회계약’을 통해 이루어지죠. 그의 책 <리바이어던> 에는 바로 이런 권력과 국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리바이어던>
주장에는 좀 특이한 점이 있어요. 국가의 통치자는 분명 국민들의 권리 중 일부를 양도받아 통치하는 것이지만 통치자는 국가를 통치할 뿐 국민에 대해 어떤 계약상의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는 국가는 ‘지상의 신’과 같은 존재고, 통치자는 최고의 절대 권력을 지녀야 한다고 봤죠. 이에 국민들은` 통치자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 거고요. 절대 군주를 강조한 거죠.
이 부분이 바로 로크의 주장과 다른 부분이에요. 로크 역시 홉스와 마찬가지로 사회계약설을 주장했지만, 그는 만약 통치자가 국민과 계약한 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계약이 파기된 것으로 보고 저항하거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요. 하지만 홉스는 이러한 저항권이나 혁명권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통치권은 국민에 의해 변경될 수도, 몰수될 수도 없고, 통치자는 문책이나 처벌을 받을 수 없다는 거죠.
하지만 절대적인 권력을 인정하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어요. 지난 역사 속에서 절대 권력자에 의한 독재, 그로 인한 엄청난 피해를 우리도 경험한 바 있으니까요. 물론 홉스가 절대 권력이 부패하고 남용될 위험성을 아예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다만 그는 완전한 무정부 상태인 자연 상태의 비참함과 고통, 위협에 비한다면 부패한 절대 권력의 횡포는 충분히 견딜 만한 것으로 보았던 거죠. 그는 ‘최악의 정부도 무정부보다는 낫다’는 말로 자신의 주장을 표현했어요.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들에게 맡기고 싶어요. 홉스가 말하는 것처럼 최악의 정부라도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나은 것인지 아니면 무정부 상태가 나은 것인지는 한 번 생각해 봄직할 거예요. `
홉스의 사상은 찬양도 받았지만 사실 여러 측면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어요. 즉 현실의 이기적인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모습을 잘 설명했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의 확립에 큰 보탬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자연 상태에서의 인간의 상황을 지나치게 비판적으로 과장하여 묘사했다는 지적도 있고, 절대 권력의 횡포를 지나치게 축소했다는 평가도 있죠. 또, 절대 권력의 횡포에 저항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에 대한 비판도 거세요. 로크는 이러한 견해에 대해 ‘스컹크나 여우의 화를 피하기 위해 사자의 입에다 몸을 맡기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으니까요. 이에 로크는 견제 세력이 없는 절대 권력은 언제라도 난폭한 사자와 같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권력을 분리하고, 이러한 권력을 시민법에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현대사회는 이익사회이고, 경쟁적 시장 사회가 최고조로 발달한 시대예요. 때문에 홉스의 사상은 지금의 현실과 연계시켜 생각해볼 가치가 있죠. 홉스의 사상을 계기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국가와 개인의 관계는 어떠해야 할지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해요./유레카논술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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