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정착 지원 ‘흔들’
남쪽생활 적응 교육사업 등 중단할 듯
⑨ 종합복지관 교육망 부실(?)
한국복지재단이 올해부터 대북 직접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로부터 운영·위탁받은 전국의 산하 종합복지기관 등에 탈북청소년 교육 등 탈북자 관련사업을 점진적으로 중단키로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민간단체들이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5일 한국복지재단과 산하 종합복지기관 등에 따르면 재단은 지난 2001년부터 북한동포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내의 보내기 사업에 이어 평양만경대 제2식료공장내 통일빵 공장 건립, 조선적십자종합병원 등의 병원시설 현대화를 위한 지원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재단은 올해부터 대북직접 지원사업과 탈북청소년 교육 등의 탈북자 정착지원 사업의 성격이 정면으로 배치되는데다 민간단체 등과의 사업이 중복된다는 점을 들어 산하 종합복지기관 등이 실시하던 탈북청소년 교육 등 관련사업을 중단토록 교육 등을 통해 알렸다.
이에 따라
재단 산하의 전국 종합복지기관들이 올해들어 탈북청소년 교육 등의 탈북자 정착지원 사업을 사실상 전면 중단했거나 일부 단체는 사업규모를 축소한 뒤 더이상 진행하지 않고 있다.
광명 하얀종합복지관은 올초부터 지난 2005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900만원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해 왔던 탈북청소년과 자원봉사 교사 연계를 통한 학력지원 프로그램을 전면 중단한 뒤 탈북자 상담만 진행키로 했다.
부산지역에서 탈북자 지원사업을 수년간 진행했던 부산종합복지관도 (재)북한이탈주민후원회의 2006 민간협력사업 공모 당시 새터민 정신건강프로그램에 선정,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올해부터 모든 탈북자 관련 사업을 중단했다.
대구종합복지관 등 2개 복지관은 올해초 북한이탈주민후원회 공모사업에 각각 새터민 문화체험사업과 새터민여성지원사업에 지원했다가 심사과정에서 돌연 신청을 취소, 후원회를 당혹케 만들기도 했다.
전라남도 광주지역 탈북자를 지원하던 광주종합복지관 등 전국의 정부가 설립한 한국복지재단 산하의 상당수 종합복지관이 올해부터 탈북자 정착지원 관련 사업분야에서 전면 철수하고 있다.
이처럼 재단 산하의 전국 종합복지관시설 20여곳이 탈북자 정착지원사업 일환으로 진행했던 탈북청소년 교육 등 탈북자 지원사업을 사실상 잇따라 중단하자 탈북청소년 관련 민간단체들이 재단 본연의 역할을 외면하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재단의 산하 종합합복지기관들이 수년간 일선 지자체 등 지역사회와 함께 탈북청소년 등을 위해 실시해오던 교육프로그램을 잇따라 중단하면서 정부의 탈북청소년 교육 네트워크가 사실상 붕괴되면서 정부의 탈북정착지원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이탈주민후원회 안효덕 부장은 “탈북자들을 초기에 지원해주던 NGO단체들은 재정상의 문제 등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전국의 종합합복지관이 거점별로 빈곳을 메워줬는데 올해부터 상당수 복지관이 탈북정착지원사업을 더이상 수행하지 않는다니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복지재단 모선영 사업복지본부장은 “재단이 이제껏 수행해온 다양한 사업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아동사업 등 특정부분에 역량을 강화하는 혁신프로젝트 추진과정에서 탈북자지원사업이 본부의 사업우선순위에서 멀어졌을 뿐 전면백지화 시킨 일은 없다” “울산 화정종합복지관 등은 여전히 탈북자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구재원·이동희·박석원·전상천·이명관기자
junsch@kgib.co.kr
■ 공릉새터민정착지원센터는…
무지개학교 공부방서
꿈과 희망을 배워요
센터는 지난 2003년부터 탈북아동청소년 공부방 ‘무지개학교’를 개소해 전담 선생님과 함께 영어, 중국어 독서지도 과목의 외부강사가 돌아가며 7~10세의 탈북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봐주고 있다.
또 탈북청소년들의 중·고등학교 학력이수 및 검정고시 교육에 중점을 두고 대학생을 멘토로 연결해 가정방문을 통해 국·영·수 과목의 학습교육과 함께 진로탐색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센터는 S-OIL이 출자한 우학재단에서 장학금을 받는 대학생들이 탈북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번씩 일대일 교육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지역사회교육전문가와 연계해 탈북청소년 부모들에게 자녀양육방법교육과 자녀상담, 부모들간의 정보를 공유하는 교육과 간담회도 개최하고 있다.
이와함께 센터는 대학진학 및 적응지원 프로그램으로 대학진학 상담과 입시설명회, 예비대학생을 위한 ‘새내기 학교가다’ 등을 진행하고 있고 대학생을 위한 캠퍼스 멘토링과 탈북대학생 캠퍼스 동아리 지원활동도 벌이고 있다.
센터는 종래 공릉복지관 사업의 하나에 불과했지만 탈북자 수가 탈북청소년 100명을 포함해 900여명까지 급격하게 늘어나자 신규탈북자 담당과 사례관리, 취업지원 등을 맡는 전담 복지사들과 아동 청소년사업, 심리상담사 등 사업 분야를 세분화해 탈북자들의 필요에 따라 6명의 전문인력이 정착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공릉종합사회복지관 김선화 부장은 “노원구에 정착하려는 탈북자들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업무수요를 감안 별도의 정착지원센터를 개소,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탈북자들이 우리사회의 주변인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다채로운 정착지원사업을 전개, 지역사회에 동화되는 윤활유 역할을 담당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상담심리사 김정수 남양주시청소년상담센터 소장
“탈북청소년들의 문제행동 예방과 조기개입을 위한 사회심리적 전문상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체계의 확보가 시급합니다.”
탈북청소년의 심리·사회적응을 위한 통합 프로그램인 ‘희망을 찾는 우리들’을 2년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남양주시청소년상담센터 김정수 소장은 “탈북청소년들이 제3국에서의 장기체류 및 국내입국 등에 따른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정체성 혼란 및 진로선택의 고민 등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소장은 “재작년 처음으로 아이들과 접할때에는 북한사람들과 첫만남이라 무척 떨렸고 이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며 “더구나 이들의 사투리가 심해 말귀를 못알아들어 무척 고생했다”고 회상했다.
또 “센터는 결국 탈북청소년들과 고민을 공유하는 관계로까지 발전했고, 현재는 교육시간 외에도 이들을 찾아가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고 시가 주최하는 행사에 초대해 함께 가기도 한다”며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이같은 경험을 토대로 센터는 탈북청소년의 심리적 적응상태와 성격 등을 변별할 수 있는 심리검사를 거쳐 가족관계와 탈북과정 등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집단상담과 1대1 개별면담을 통해 정서적인 불안 등을 치유하는 개인상담으로 구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특히 “시민들이 탈북자들을 하나의 테두리로 묶어 단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사회에서 개개인이 다양성을 인정하듯이 탈북자도 하나가 아닌 각자의 객체를 인정해 줘야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 소장은 마지막으로 “한국이나 미국 청소년들도 성장과정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듯이 북한청소년들도 마찬가지이다”라며 “다만 탈북과정에서의 극도의 긴장감과 가족해체의 경험, 일부 여자아이들의 경우 성적착취의 아픈 경험까지 갖고 있는 만큼 좀더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시민들의 애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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