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교육 이대론 안된다…
탈북청소년 지원 중복 추진
국무총리 산하의 국가청소년위원회가 탈북청소년 지원을 위해 설립한 무지개청소년센터의 센터소장이 대표로 있는 특정 민간단체와 공동으로 통일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된 다른 탈북단체와 중복된 내용의 사업을 추진,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국가청소년위는 센터의 특정 단체와의 공동사업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전년도에 비해 2배 넘는 예산이 신규편성되는 등 센터 관리감독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27일 본보 취재팀이 국가청소년위와 무지개청소년센타 등을 취재한 결과 국가청소년위는 지난해 4월 국내에 입국한 탈북청소년들중 상당수가 하나원 퇴소 후 학교 등 사회생활 적응에 실패, 사회문제화 됨에 따라 이들을 지원할 종합지원센터로 비영리 법인재단의 형태인 ‘무지개청소년 센터’를 설립했다.
센터는 4억원의 예산을 갖고 새터민 청소년 종합 지원체계 구축과 이주 청소년 문화통합 프로그램 등의 개발 등을 위해 프로그램 개발 및 정책 연구사업, 네트워크 구축사업 등을 핵심과제로 설정하는 등 독자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센터는 같은 해 4월부터 12월까지 (사)남북문화통합교육원과 연계해 지방 거주 새터민 청소년 실태파악 및 지원방안 개발을 위해 전국의 탈북청소년에 대한 개별 면담을 통해 교육환경과 생활 패턴·진로나 진학경로 등을 조사했다.
그러나 센터가 연계해 탈북청소년 생활실태 공동조사를 벌인 남북문화통합교육원은 센터 소장이 공동대표로 있는 북한 관련 민간단체로, 국가청소년위가 센터를 독자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당초 방침과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센터의 지방 거주 새터민 청소년 실태 파악은 (재)북한이탈주민후원회가 지난해 통일부 공모사업으로 남북통합교육원을 선정해 올해까지 진행될 예정인 ‘정규학교 순회교육’과 사업대상과 내용이 중복되는 프로그램이어 정부부처간의 연계 미비에 따른 예산의 낭비만을 가져왔다.
더욱이 국가청소년위는 센터의 통일부 공모사업과 중복되는 프로그램을 추진한 사실을 사업비 정산과정에서 뒤늦게 확인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센터에 대한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센터가 지난해 9월 새터민 청소년 관련 실무자들을 초청, 4박5일 일정으로 중국 연길 등을 방문하는 ‘우수 실무자 워크숍 연수’를 진행했으나 대부분의 일정이 관광성 외유로 짜여져 민간단체에 환심을 사기위한 것이라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재)북한이탈주민후원회 안효덕 부장은 “통일부로부터 2년간에 걸쳐 매년 2천만원씩 지원받아 진행한 정규학교 순회교육 공모사업과 중복됨에도 다른 기관과 협의없이 진행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센터의 기능이 다른 부처와 중복되면 예산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청소년위원회 김지수 사무관은 “무지개센터는 위원회 산하에 전국적으로 청소년상담센터가 있는 장점 등을 활용해 하나의 체계를 갖춰 업무의 연속성을 가지고 기존의 기관이 수행하지 못하는 부분의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건립됐다”라며 “센터가 생긴지 1년 밖에 안돼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체계가 잡히면 탈북청소년들의 한국사회 정착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구재원·박석원·전상천·이명관기자 junsch@kgib.co.kr
인터뷰/ 한양대 정병호 교수
“대안학교 등 민간단체들과 국가가 지원하는 한겨레학교, 그리고 이들 교육기관을 종합지원토록 설립된 무지개청소년센터가 제각기 맡은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게 된다면 탈북청소년들의 남한사회 적응의 전제인 교육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디딤돌학교인 한겨례학교와 무지개청소년센터 설립까지 탈북청소년 교육시스템 구축을 위한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한 한양대 정병호 교수는 최근의 탈북청소년의 남한 사회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에 관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01년 하나원에서 탈북청소년들과 직접 조우하게 됐다는 정 교수는 “안식년을 보내던 도중 하나원을 시작으로 탈북 청소년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해 하나둘학교를 만들었고, 민간기숙학교인 늘푸른학교와 방과후교실 등을 운영하면서 수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교수는 “하나원에서 부터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던 탈북청소년들과 접하면서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하게 됐으며, 결국 민간차원의 지원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판단, 제도적인 공식적인 지원체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한겨례학교나 새터민청소년지원센터 설립 등을 통한 종합적인 지원체제 수립의 필요성을 주장, 현실에 적용해왔으나 한겨레학교를 특정종교단체가 운영해서는 안된다는 사업주체와 대도시 인근에 설치해야한다는 장소의 선정 등은 아쉬운 문제라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특히 “탈북청소년들 교육과 남한사회 정착 문제에 대해 대안학교 관계자들이 자신을 희생하며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는 점은 높이 살만 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탈북청소년의 학교생활 적응 등을 위한 사회의 전반적인 제도가 정비되거나 새로 제정하는 시스템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탈북청소년 지원을 둘러싼 정부기관과 민간단체들간의 오해로 보이지 않는 갈등이 유발돼 민·관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며 “탈북청소년을 위한 협력적 관계의 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무지개빛 안보이는’ 무지개청소년센터
국가청소년위원회는 민간단체들의 공청회나 간담회 개최 등의 요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무지개청소년센터 설립을 강행한 뒤 현장지원을 위한 예산배정 취지와 달리 연구중심의 센터 역할에 촛점을 맞춰 운영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국가청소년위가 탈북청소년 문제 해결에 시금석이 될 민관의 역할부담과 민간의 참여가 절실히 요청됨에도 불구 말로만 ‘참여정부’를 내세운 뒤 반복적으로 참여 배제형 정책을 추진, 민·관 협력체제까지 훼손시켰다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졸속 추진된 국책사업
국가청소년위는 지난 2005년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전병헌 의원으로부터 탈북청소년에 대한 지원사업을 수행한 적이 없다고 지적받았고, 다음해에 4억원의 예산을 배정받아 센터건립을 추진키로 했다.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탈북청소년 관련 민간단체들이 국가청소년위에 간담회나 공청회 개최 등을 요청하며 투명성 있는 센터 설립추진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가청소년위는 모든 정책결정이 공청회나 간담회를 거쳐서 추진돼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며 설립을 강행됐다.
이에 민간단체들은 국가청소년위가 특정단체 대표와 만나 센터 설립을 협의하고 소장으로까지 초빙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국가청소년위원회는 센터 설립 목적이 새터민 뿐만 아니라 다국적 이주노동자 및 결혼이주자 가정의 자녀인 청소년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센터는 새터민 적응 문제 전문가들이 대부분인 반면 이주민 자녀 지원을 위한 외국어 구사능력과 현장활동 경험이 풍부한 실무자들은 전무, 센터의 정체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후 부터 탈북 민간단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설립된 센터지만 민간단체의 참여 거부 등의 외면으로 반쪽짜리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정착지원인가 연구센터인가
센터는 당초 탈북청소년 정착지원을 위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예산배정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설립취지와 달리 센터가 탈북청소년의 학력과 신체, 정서발달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한 사례관리 구축 등의 정책연구에 주기능을 둠에 따라 연구센터 역할이 주된 활동방향으로 설정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센터의 예산이 탈북청소년에 대한 직접지원 사업이 아닌 관련연구나 기타 불필요한 사업들에 투입, 예산낭비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센터는 지난 9월 민간에서 탈북청소년 관련 활동 경력이 우수한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우수 실무자 워크숍’을 고구려유적지와 백두산 청지 온천수 온천욕 등의 호텔숙박 등 관광성 외유 프로그램을 진행, 한계를 보였다는 비판을 민간단체로부터 받고 있다.
또 전국의 탈북청소년들에 대한 생활실태 조사 등은 현장 지원이 아닌 연구중심의 기능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업무의 실효성(?)
센터는 설립 첫해인 지난 해 4억원의 예산으로 8인의 직원이 탈북청소년 관련 사업을 펼쳤다고 밝혔으나 센터에 배정된 예산은 사실상 1개 재단의 설립 비용 및 인건비로 대부분 지출됐다는 지적이다.
또 센터의 예산이 지난 해에 비해 2배가 넘는 9억원의 예산을 편성받아 센터인원을 보강, 좀더 실질적으로 지원하겠다다고 밝히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민간단체들과 협력적 대화가 진행되지 않아 업무의 실효성에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
현재 통일부 산하 (재)북한이탈주민위에 가입된 80여개 민간단체중 탈북 대안학교인 남양주 ‘한꿈학교’ 등 20여개 단체들이 참여한 ‘아동청소년위원회’는 연대지원망을 구축해 상호 정보교류를 통해 중복사업을 조정하는 등 공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국가청소년위가 탈북청소년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위한 센터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강구하지 않을 경우 센터사업에 대한 협력적인 참여를 하지 않기로 한 상태여서 센터와 민간단체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재)북한인권시민연합 이영환 조사연구팀장은 “정부의 민간단체와 행정절차를 무시한 한겨례학교 설립에 이어 무지개센터마저 임의대로 설립을 강행, 조직의 ‘옥상옥’에 따른 폐해와 예산낭비만 초래하고 있다”며 “센터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관간의 협력적 대화채널 복원이 우선이다”라고 지적했다.
(재)무지개센터 윤상석 교류협력팀장은 “센터의 설립은 국가청소년위가 다양한 설립 및 운영방안에 대한 타당성 있는 검토를 거쳐 진행한 것”이라며 “민간단체 지원을 위해 탈북청소년 관련 단체들과 대화를 통해 업무의 연계성 확보 등으로 전국적 네트워크망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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