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법 개정과 관련하여 의사들의 반발이 심하다. 의사들은 의약분업 등 첨예한 이슈가 대두될 때마다 조직력을 발휘하여 그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고 있다. 전문직의 집단이기주의는 비단 의사 뿐 아니라 약사, 변호사 등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소비자의 편익 증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각종 개혁안들이 이들 전문직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는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목격하고 있다.
전문직 이기주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약사들이 단순 의약품의 소매점 판매를 막고 있는 것이다. 과거 정부는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소화제 진통제 드링크류 등 단순 의약품의 소매점 판매를 허용하고자 하였으나 약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실패한 전철이 있다.
현재는 모든 의약품이 약국에서만 판매되도록 되어 있으나, 약품의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단순 의약품을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저가격과 편리성의 편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할인점,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 단순 의약품의 판매가 허용되면 이들은 대량 구매의 이점으로 해당 약품의 가격을 대폭 인하시킬 것이다. 특히 할인점은 시중가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해당 의약품을 판매하게 될 것이며 이에 따른 소비자들의 이익은 국가 전체로 볼 때 1조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울러 단순 의약품의 판매처가 약국뿐 아니라 일반 소매점으로 확대되면 소비자의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제도 하에서는 약국이 영업하지 않는 심야나 휴일에는 간단한 의약품조차 구입하기 힘든 상황이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 할인점 등에서 일부 의약품을 판매하게 되면 소비자가 필요할 때 손쉽게 약품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소형 약국의 경영난이 우려되나 이들 약국이 경쟁력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면 일반 소매업체에 대한 우위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단순 의약품의 일반소매점 판매가 허용되면 약국 간에도 실질적인 경쟁이 이루어져 효율적인 방향으로 약국 구조가 재편될 전망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단순 의약품의 소매점 판매를 허용해 왔으며, 현재 세계적으로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미국의 드럭스토어들도 이러한 경쟁구조를 배경으로 성장해 왔다. 우리나라 약국도 일반 유통업체와의 경쟁하고, 대형화와 다양화를 추진하여 하루 속히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약사들은 단순 의약품의 소매점 판매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약사들의 주장대로 부작용과 남용의 우려가 큰 의약품은 전문가에 의해 취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광고 등을 통해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고, 경험상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 약품조차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집단이기주의적 사고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현재 대다수 소비자들은 약사의 도움보다 특정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화제, 드링크류 등을 구입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적인 지식과 취급방식이 요구되는 의약품을 제외한 단순 의약품을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할 경우 파생되는 문제점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의약품의 소매점 판매는 국민 전체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제도이기 때문에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과제이다. 일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말없는 다수의 이익이 침해되어서는 안 되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약사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소수의 이익집단에 이끌려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정책을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 동 환 안양대학교 무역유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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