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한치앞도 못보는 정책
정부가 북한이탈 청소년 증가에 대비해 설립한 한겨례학교의 정원이나 시설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절반이상 축소했으나 학교가 완공되기도 전에 증축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탈북청소년 정책에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25일 통일부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2003년 2월 교육부에 급증하는 탈북청소년 교육을 위한 공립학교에 대한 수요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국립 형태의 정규학교 설치를 요청했으나 보안당국은 공립학교 대신 정부가 학교설립을 지원하고 종교단체나 탈북자 관련 민간단체가 교육·수용하는 사립학교로 짓는 것이 바람직하는 의견을 냈다.
당초 규모·예산 절반이상 싹둑
교육시설 ‘태부족’
반면 탈북청소년 교육을 담당한 공릉사회복지관과 남북문화통합교육원 등의 민간단체들은 다음해인 지난 2004년 3월 갖은 간담회에서 사립학교로 짓더라도 학교운영에 종교적인 색체가 없고 탁북자들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경험이 있는 기관에서 설립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04년 7월 시민단체의 의견은 묵살한 채 돌연 특정 종교재단이 학교설립을 희망한다며 우선 사업자로 지정한 뒤 오는 2005년 9월까지 180억원을 들여 안성시 칠장면에 중·고 각각 140명씩 등 모두 280여명 규모의 한겨례학교를 짓기로 했다.
더욱이 통일부는 지난 2005년 7월 같은 해 탈북자의 입국 수가 줄어들어 학생 충원이 어려울 것이 예상된다며 시설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교육부는 당초 170억원에 달하던 학교건립 예산을 90여억원으로 변경, 체육관과 기숙사 등의 시설을 포함 교사동을 69실에서 26실로 대폭 줄이는 한편 학생정원까지 중·고교 각각 60명씩 등 140명으로 절반으로 조정했다.
단 우선 최소규모 학교(140명)로 개교한 뒤 입국 인원이 증가하면 당초 계획했던 학급규모(280명)의 시설로 늘리겠다고 단서를 붙였다.
그러나 한겨례학교가 채 완공되기 이전인 현재 임시교사동에서 90여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고 있는데다 교육대기중인 학생들의 수까지 감안하면 조만간 정원 120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북핵 6자회담 등으로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조성되면서 중국 등지에서 국내 입국을 대기하는 탈북자가 최소 10만여명 이상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탈북청소년을 위한 교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겨례학교는 완공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도 증축공사의 필요성이 시급한 것으로 보여 정부의 근시안적인 탈북청소년 교육정책으로 가뜩이나 남한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청소년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통일부는 검토결과 우선 최소규모로 개교한 뒤 탈북청소년들의 입국인원 증가시 단계별로 확대하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개교초인 점을 감안해 당초 설립목적에 구현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재원·박석원·전상천·이명관기자
junsch@kgib.co.kr
한겨레학교 학사행정 차질
교육부, 세부지침 마련하지 않아 탈법 운영 불가피
교육부가 현행 교육관련 규정 대신 예외적으로 한겨례학교를 설립한 뒤 학교운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을 만들지 않거나 일선 교육청에 추가 세부지침을 내리지 않아 일선 교육기관의 학사행정이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04년 7월부터 통일부와의 협의를 거쳐 탈북청소년의 특수성에 걸맞는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학교운영에 상당한 자율성과 신축성이 가능한 사립 대안 특성화학교를 설립키로 했다.
이에 교육부는 한겨레학교를 특성화학교 및 자율학교로 지정, 현행 초·중등교육법 61조의 학교 및 교육과정 운용상의 특례와 시행령 105조의 교원의 자격(교장과 교감의 자격)·학년제·수업연한·교재사용·학교운영위원회 등의 규정을 한시적으로 적용받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한겨례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의 의무를 진 경기도교육청이 한겨례학교가 현행 초중등교육법의 예외적 적용을 받기 위해 정비해야할 세부 행정지침 등을 마련하지 않아 학교측이 관련 규정과 동떨어진 학사운영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교육부도 현재까지 탈북청소년학교 운영을 뒷받침 할 상호모순된 학기제 원칙 등에 관한 관련 규정의 정비에 나서지 않고 있어 오히려 한겨례학교의 자율적인 운영은 물론 효율적인 교육과정 마련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교육부로부터 교육방침을 받지 못한 도교육청은 현행 규정의 보완이나 운영지침 등은 손질하지 않은 채 현행 규정만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자칫 학교의 탈법 운영을 장기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학교측은 “남한 아이들과 여러모로 다른 탈북청소년들만 다니는 곳이 바로 한겨레학교인데 특수한 형태의 학교에 맞는 관련 제반 규정을 정비하지 않으면서 규정만 준수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학력심사위도 ‘빛좋은 개살구’
교육인적자원부가 한겨례학교를 디딤돌학교로 운영키 위해 설립당시 구성키로 한 학력심사위원회를 사실상 운영하지 않아 탈북청소년들이 일반 정규학교에 진학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등 학교설립 취지를 크게 훼손하고 있다.
25일 교육부와 한겨례학교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한겨례학교의 디딤돌학교 역할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 학력심사위를 구성, 북한에서의 최종학력과 한겨례학교의 학업성취도와 특기의 성취도, 본인과 보호자의 희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학력을 심사해 일반학교로 편입학년을 결정해 편입을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같은 한겨례학교 설립 기본계획을 세워놓은 뒤 개교 1년이 넘도록 학력심사위를 구성조차 하지 않아 탈북청소년들의 일반학교 진학기회를 제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한겨례측은 학력심사위가 구성되지 않자 본인과 학부모가 정규학교 편입학을 원하던 탈북청소년 6명만 학교측이 자의적으로 남한 교육체계와 학년과 학령이 유사한 점 등을 고려해 편입학년을 판단, 일반 중·고등학교로 편입시켰다.
학교측은 재학생들을 정규학교로 보내기 위해서 자의적인 기준을 세워 편입학 학년 등을 판단하는 과정에 예기치 못했던 많은 문제점이 수반되는데다 가뜩이나 일반 중·고교에서도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디딤돌학교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학교측은 그동안 수학연한에 입각한 관점에서 어떤 문화권에 있는 공교육기관에서 수학했든 수학연한 만큼은 한국에서도 인정해 준다는 내용을 담은 ‘학력인증제’를 임시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탈북청소년은 북한에서 고등중학교 6년(남한의 고등학교 1년 수료)을 모두 이수한 경우 예외적으로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인정, 대학특례입학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북한의 인민학교를 졸업했을 때는 초등학교 5학년으로 편입시키고, 북한의 고등중학교를 마쳤을 때는 고등학교 졸업으로 인정하는 등 제도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어 한겨레학교의 경우 학력과 학령이 비슷한 학생들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교육부는 당초 한겨레학교를 설립할 때 학력심사위원회를 운영키로 했으나 새터민 전체에 대한 학력인정의 기준이 되는 학력심사위 운영원칙 등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거시적인 틀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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