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디딤돌 vs 정규학교
학교설립 운영방식 싸고 교육부-학원, 첨예 대립
정부가 탈북청소년을 일반 정규학교로 편입시키기 이전단계의 디딤돌학교 형태로 설립한 한겨레학교를 위탁운영자인 전인학원측이 학사일정 편법 조정 등을 통해 개교 1년만에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정규학교로 운영, 학교운영방식을 놓고 교육부와 학교 위탁경영자간에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21일 본보 취재팀이 취재한 교육인적자원부와 통일부, 한겨레학교 등을 취재한 결과 교육부는 남북한 간의 학제 차이로 학력수준과 학년별 연령대가 2∼3세이상 차이나면서 일선 중·고교에서 적응률이 크게 떨어지는 점을 감안, 정규학교 편입하기 이전의 디딤돌학교인 한겨레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한겨레학교의 학사운영도 학년 구분없이 탈북청소년들의 북한 수학연한 및 연령 등을 고려해 과정별로 수개월에서 최장 2년까지 운영, 수료를 시킨 뒤 가칭 학력심사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일반학교로 진학기회를 부여키로 했다.
그러나 학교위탁 사업자인 전인학원측은 한겨레학교가 일반 정규학교와 동일하게 설립인가를 받음에 따라 교육관련 규정상 20살 이상의 고연령 탈북청소년은 정규교육을 받을 수 없도록 제약, 일반학교로 편입할 수 없음에도 불구 수용해 교육하고 있다.
또 한겨레학교가 디딤돌학교로서의 기능은 외면한 채 지난해에 학교설립 이후 처음으로 중학교 3명·고등학교 5명 등 총 8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는 등 정규학교로 운영되고 있어 교육부의 학교설립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다.
게다가 통일부와 교육부가 탈북청소년들이 일반 중·고교에서 남한 청소년들과 함께 어울리며 생활하는 통합형 교육과정을 이수, 남한 사회정착을 지원토록 한 정책에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겨레학교측은 교육부가 교육대상이 탈북청소년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배려하지 않은 채 일반 정규학교와 동일한 기준으로 학교설립 인가를 해줘 탈북청소년의 특성에 맞는 맞춤교육 수행과정상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교육부가 한겨레학교를 특성화·자율학교로 지정했지만 탈북청소년을 위한 특화된 교육을 수행하기에는 교육현실과 괴리가 있는 법적제약이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반발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김형기 사무관은 “정부는 탈북청소년 교육도 통합형교육과정의 큰 틀 속에서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탈북청소년들의 특수성을 고려한 한겨레학교도 정규학교 편입을 통한 교육목적을 달성키 위해 디딤돌학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구재원·박석원·전상천·이명관기자
junsch@kgib.co.kr
인터뷰/ 한겨레학교 곽종문교장
“시행착오 평가 개선 핵심적 역할수행 최선”
“탈북청소년 교육에 대한 경험이나 선례가 거의 없어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한겨레학교의 미래는 대단히 희망적입니다.”
국내 처음으로 탈북청소년을 위해 설립된 한겨레학교 곽종문 교장은 학사운영이 파행을 빚는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곽 교장은 “학교설립 당시 교육부 등 유관기관의 고민은 어떻게 이 학교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가 중대한 관심사였다”며 “학교운영과 관련된 법이나 제도의 뒷받침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또 “한겨레 학교의 사업주체 선정과정에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학교부지 매입과정서 인근 주민들과의 마찰로 학교공사가 오랫동안 지연되는 등 학교개교 이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며 “주어진 특수한 상황속에서 개교한 것 자체만도 절반은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한겨레학교는 불과 2년만에 학력과 학령의 극복과 잠재능력 개발 등 4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당초계획은 20여년간의 시간이 주어져도 가능할 지 모르지만 탈북청소년의 남한사회 정착이라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곽 교장은 마지막으로 “한겨레학교가 현행법과 교육현실 사이에서 아직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범하고 있지만 잘잘못을 평가해 개선할 것”이라며 “학교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교육당국이 법과 제도적인 면에서 좀 더 유연하고 탄력적인 지도를 해 줄 것”을 당부했다.
■ 교원충원 문제 논란
“학생 4배 급증 충원 불가피” vs “법적 근거없어 재단이 부담”
한겨레학교의 1년 3학기제 학사운영으로 학사업무가 과도하게 증가해 교원충원이 시급하나 교육당국이 법적 근거가 없으니 재단이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등 사실상 거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1일 경기도교육청과 (재)전인학원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한겨레학교 학교설립 당시 교원충원 방식으로 중·고 분리형(교사 28·행정직원 13명)과 통합형(교사 21명·행정직원 11명) 2개안을 제시했다.
이에 한겨레학교는 지난 3월 최소규모 학교로 개교할 당시 학생 수가 22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해 통합형 교원충원 방식을 선택, 현재 교사 19명 등 모두 27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한겨레측은 학생들이 20여명에서 90여명으로 4배까지 증가해 학사업무가 과도하게 늘어난 데다 입학대기중인 탈북청소년들의 수 증가 등을 고려해 당초 배정키로 했던 33명중 모자라는 교원의 추가 배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교육부의 한겨레측에 대한 교원배정을 약속한 공문만 있을 뿐 실제 교사를 추가배치할 법적인 근거가 없는데다 교원의 법정정원을 채우지 못한 일선 학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추가 배치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또 한겨레학교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전인학원측이 사립학교인 만큼 법이 보장하는 부분외의 운영문제는 재단이 부족한 교원채용에 따른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한겨레측은 개교당시 교육부가 탈북청소년 교육을 담당하는데 대해 약속했던 부분인 만큼 특수한 교육상황을 고려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부족한 교원 대신 자원봉사자들을 활용, 교육일정을 임시방편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편 (재)전인학원 강해윤 상무이사는 “한겨레학교 교원운영은 관련 규정에 맞게 운용되고 있다”며 “교원추가 충원 문제는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학사과정 위법운영 ‘잡음’
1년 3학기제 방학없이 운영
한겨레학교가 일반 정규학교 교육과정을 1년간 2학기제로 운영토록 한 학기제 관련 규정을 무시한 채 학력과 학령이 부족한 탈북청소년들에게 방학도 없이 1년간 3학기제로 2년 과정으로 학사과정을 위법적으로 운영, 논란이 일고 있다.
특성화·자율학교로 지정된 한겨레학교는 탈북청소년의 남한 학생들과의 학력격차와 학령을 줄이기 위해 1년간 3학기제 2년 과정으로 중·고교 학사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겨레의 3학기제 학사운영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44조의 1년 2학기제 규정을 전면 위반한 것에 해당돼 교육과정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게 교육당국의 지적이다.
관련규정에 따르면 통상 1년간의 교육기관중 일반 학교와 자율학교의 수업일수는 각각 220일과 198일이다.
하지만 3학기제로 운영되는 한겨레학교는 한해 동안 최소 297일 이상의 수업일수를 채워야하며, 또한 일반 중·고교 수업시간보다 150%이상 더 많이 수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법정 수업시간을 충족시킬 수가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한겨레학교 재학중인 탈북청소년은 관련규정상 학기별 이수해야할 과목·단위·시수·일수 등을 모두 준수하기 위해 남한사회의 문화 등을 익힐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인 방학도 없이 수업일정을 무리하게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학사운영의 위법적 이라는 지적에 대해 한겨레측은 남한 학생들에 대비해 아이들의 학령과 학력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조금 부담이 될 수 있지만 1년 3학기제로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탈북청소년에 대한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 중고교 관련 법제의 테두리에서만 교육을 수행하라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고 효용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는 주장이어 반론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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