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 산업은행과 같은 금융공기업들의 고임금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들 금융공기업은 물론 일반 공기업, 공무원, 교사 및 일부 사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긴 정년, 다양한 복지제도 등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세간에서는 이들을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도 한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임금도 상대적으로 저하되는 등 고용조건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상당수의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고 취업준비에 매달리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좋은 고용 조건이 시장 경쟁을 통한 높은 수익 때문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좋은 고용조건은 높은 효율성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이 내린 직장 대부분이 공공 부문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공기업과 공무원들은 경쟁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비효율성이 높고 경우에 따라서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것은 경쟁력의 상징이라기보다는 비효율의 대명사로 국민적인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일찍이 라이벤스타인(Leibenstein)이라는 경제학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X 비효율(inefficiency)이라고 하였다. X 비효율이란 독점기업이 비용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쓸데없는 비용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대독점기업이 최고경영자에게 엄청난 연봉을 준다든지 제트기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공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사회의 평균 수준보다 엄청난 보상을 하는 것도 전형적인 X 비효율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신이 내린 직장에 대한 논란은 국민 감정상의 문제 뿐 아니라 국민 경제적으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공 부문 및 거대 독점기업에 있어서 직원들에 대한 과도한 보상은 사회적 비효율성을 야기 시켜 국가경제에 해악이 된다.
특히 공공 부문의 경우 직원들에 대한 보상은 예산과 연계되기 때문에 과도한 보상은 예산 낭비와 이어지게 된다. 독점기업의 경우도 과도한 임금은 생산설비 및 기술개발에 투자되어야할 자원이 낭비되는 문제점을 가지게 된다.
또한 신이 내린 직장은 취업 준비생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의 취업시장은 공기업, 공무원, 대기업 등과 중소기업으로 2원화되고 있으며 그 격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신입사원 연봉의 경우 대기업은 3천만~4천만원 인데 반해 중소기업은 1천만~2천만원 선으로 그 격차가 매우 크고, 기타 복지제도 등에서도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들은 중소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대기업 및 공기업 사원, 공무원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부문의 입사 문이 좁다 보니 엄청난 수의 대학졸업생들이 취업 재수를 하는 등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결국 국민경제 전체로 볼 때 구직과 구인 간에 미스 매치가 발생하여 비효율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신이 내린 직장과 관련된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부문에 경쟁구조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무원, 공기업 직원들에게는 철밥통이라는 고용보장을 철폐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예산 낭비를 철저히 감시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민간이 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민영화시켜 불필요한 공무원 숫자와 공기업 수를 대폭적으로 감축시켜야 할 것이다.
/김 동 환 안양대학교 무역유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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