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유학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외로 나간 조기 유학생이 3만 5천명을 넘고 있으며 이 수치는 2001년에 비해 약 3배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이렇게 조기 유학이 급증한 결과 유학·연수 부분의 국제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한국 은행에 의하면 우리 국민들이 해외 유학·연수 목적으로 지출한 비용은 2000년까지만 해도 10억 달러가 넘지 않았으나 2005년 33억 7천달러를 기록한 후 올해 45억 7천만달러에 이르고, 2010년에는 82억 9천만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증대할 수밖에 없지만 해외 유학과 연수를 국내로 돌릴만한 여건을 단시일 내에 갖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기 유학은 이러한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고 있다. 소위 ‘기러기 아빠’로 대변되는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가족과의 별거를 불사하고 희생하는 가장들의 고통 또한 적지 않다. 최근에는 해외 주재원들조차 가족들을 영어권 국가로 유학 보내고 자기는 이방에서 혼자 사는 소위 ‘신기러기 아빠’도 생기고 있다. 이러한 기러기아빠 문제는 아버지들의 과도한 희생이라는 문제를 넘어 가족 해체라는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기러기아빠 문제뿐 아니라 조기 유학을 위해 아이들과 현지에서 같이 생활하는 어머니들의 고통도 적지 않다. 오로지 아이들 교육 때문에 말도 잘 안 통하는 이국땅에서 고생하는 것은 감수한다고 치지만, 현지국 출입국시 받는 심리적 고통이 만만치 않다. 최근 미국에서는 테러 방지 등으로 입국심사가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단기 체류 비자로 아이들을 돌보는 경우 체류 허가 기간이 짧아지거나 심지어는 입국을 거부당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조기유학생 어머니들이 빈번하게 출입국하면서 쓰는 비용과 고통도 만만치 않다.
조기 유학생들이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과 고통도 증가하고 있다. 현지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탈선하는 조기유학생들의 수도 만만치 않고, 현지에서의 공부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현지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정체성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조기 유학 후 현지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출세를 보장하지 못하자 학생들의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해외 대학출신이라는 것이 국내 취업에서 이점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고 현지에서의 취업도 만만치 않아, 잘못하면 이들 조기유학생들이 국제적 미아로 전락할 위기에 있다.
이처럼 조기 유학 열풍은 눈에 보이는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물론 조기 유학의 문제가 개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수가 급증하고 있고 조기유학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적절한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기 유학은 어떻게 생각하면 사회가 부담해야 할 인적자원 육성을 개인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며, 대국적으로 보면 글로벌한 인재를 육성하는 둘도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니 정부도 적절한 대책을 세워 이들이 우리 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잘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과도한 조기 유학 수요를 감소시키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학교교육의 내실을 기해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영어교육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다시 세워 해외에 굳이 나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적절한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겠다. 아울러 급증하는 조기 유학생들이 귀국할 때 국내에 다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조기 유학생들이 현지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에 취업하는 경우 적절한 분야를 알선해줘 이들이 국가 발전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 동 환 안양대 무역유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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