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의 개헌 등 ‘꼼수’

국민을 너무 많이 고생시킨다. 국정 파행, 민생 파탄으로도 모자라 꼼수로 시달림을 주기가 일쑤다. 2003년이던가, 난데없이 ‘국민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꼼수를 비롯해서 ‘권력을 통째로 넘겨준다’ ‘대연정의 노래’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꼼수 재주를 부리다가 지난 해엔 ‘임기단축론’을 거론한 게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같은 꼼수가 헌정에 없는 발칙한 얘기로 외통수가 되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더니 엊그젠 난데없이 헌법상의 권리를 들어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이 역시 다만 정면의 모양새만 빌렸을 뿐 정수가 아닌 꼼수이긴 마찬가지여서 국민사회를 끝도 가도 없이 공깃돌 흔들어 대듯이 하여 정말 피곤하다.

그의 품격이 의심되는 꼼수가 아닌 자신을 입증해 보이려면 설득력 있게 답변해야 할 한가지 주문이 있다. “개헌은 되지도 않을 일을 가지고 평지풍파를 안 만든다”고 한 취임 3주년의 북악산행 간담회 말과 이번의 개헌 제안의 말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야겠다. 이에 대한 설명을 하면 차차 듣겠지만 도대체가 대통령이란 사람의 말이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말처럼 헷갈리기만 한다. 원칙에서 벗어난 임기응변의 상황 논리적 주술이기 때문이다.

하긴, “국민의 평가는 완전히 포기해 신경을 안쓴다”는 대통령이 작심하면 무슨 사고인들 못칠까마는 ‘신경을 안쓰는 것’은 고사하고 국민을 가지고 노는 것 같아 피곤하기가 그지 없다.

이젠 3선 개헌으로 장기 집권할 구형(舊型) 독재자가 나올 계제가 못되므로 4년 연임제 검토의 시기가 된 것을 부인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5년 단임제가 절대적으로 나쁜 것만도 아니다. 어떻든 개헌은 해도 다음 정권에서 할 일이고, 임기가 불과 1년 남은 사람이 할 일은 아니다. 개헌을 들먹이기 보단 지금부터라도 진정 돌봐야 할 건 절박한 민생 문제다. 그런데 민생을 돌보기는 커녕 마냥 정치 농간에만 신경을 쓰면서, 그래도 잘 한다며 “도대체 잘못한 게 뭣이냐”고 우기는 신형(新型) 독재가 실로 가공스럽다.

좌파 10년 집권에 이어 좌파 정권의 재창출을 지상과제로 삼는 것이 노 대통령이다. 그로썬 지상과제이긴 하지만 여당을 포함한 이 정권의 실정은 국민사회의 지지도가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충격 요법으로 터뜨린 것이 개헌이지만 당치않다. 고약한 속셈은 또 있다. 개헌이 되고 안되고는 둘째 치고 개헌정국으로 국정 파탄의 책임을 물타면서 정치권을 주도, 임기말의 권력 누수를 최대한 막을 요량의 속셈이 깔린 것이 개헌 제안이다.

이만이 아니다. 역시 이밖의 충격 요법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잘 아는 남북정상회담의 물밑 접촉이다. 이의 그림만 텔레비전 화면에 잘 그려내면 민심이 일시에 돌아설 것으로 계산하고 있지만 이도 당치않다.

노 대통령은 술수의 꼼수가 되레 외통수가 된 실패의 전철을 참고 삼아 누구도 감히 반대못할 정면 돌파의 카드로 새롭게 보는 게 개헌이고 남북정상회담인 것 같다. 하지만 개헌 카드는 이미 밝혔듯이 아니다. 다만 남북정상회담은 회담 자체를 반대할 수 없는 것은 맞다.

그러나 노무현-김정일이 만나 함박웃음으로 악수하고, 믿거나 말거나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다 해서 국민사회가 감동할 단계는 아니다. 그런 건 김대중-김정일 회동 그림으로, 그리고 이어 퍼준 대북지원으로 이미 식상한지가 오래다. 북의 핵무기 폐기 관련의 담보장치 없이 끝나는 남북정상회담은 오히려 부담이 되는 노무현 정권의 멍에로 되돌아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해 두어야 한다.

또 있다. 노 대통령이 충격 요법으로 점치는 또 하나의 전격 조치를 청와대는 준비하고 있다. 소식통에 의한 모종의 이 사고 치기는 극약 처방인 걸로 안다. 그러나 이 역시 결국은 꼼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다만 유의해야 할 것은 있다. 상대의 꼼수 대응에 실착을 하면 꼼수가 정수로 둔갑된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말 황당한 대통령이다. 이래서 대통령의 끈질긴 꼼수 도전이 국민사회는 먹고 살기도 바쁜 판에 더욱 피곤하기만 하다.

경제점검회의에서 “대통령은 말 좀 아껴달라”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말에 “공개석상에서 모욕 주는거냐”며 발끈 받아쳤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 자신은 막말을 쏟아내면서 선의의 충고는 거부한다. 대통령의 말이 많아서 국민이 슬픈 게 아니라, ‘평화의 바다’ 등, 대내외적으로 말 같지 않은 말이 많아 국민은 또 슬프고 피곤한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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