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유통시장의 최대 이슈는 주요 외국유통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그 점포를 국내 업체들이 인수한 것이다.
잘 알다시피 1996년 유통시장 개방이후 처음으로 우리 나라에 진출한 프랑스의 까르푸가 이랜드 그룹에 인수되어 홈에버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영업하고 있고,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 점포는 신세계 이마트에 의해 인수되었다. 대형 인수합병 이후 우리 나라의 할인점 업계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홈에버의 4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이와 같은 유통업계의 구조 재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먼저 유통시장 개방 당시 외국계 유통업체가 우리 나라 유통산업을 지배할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그 예측이 빗나갔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우리 유통업체의 수준이 세계적 유통업체와 견주어 손색없을 만큼 성장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매우 반가운 것이다. 우리 유통업체들은 우리 시장을 굳건히 지킨 저력을 바탕으로 멀지 않은 장래에 세계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대규모 할인점 업체의 성장은 물가 안정과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에 기여해온 것도 사실이다. 할인점에서 제공하는 저가 상품은 저성장 경제하에서 중산층의 구매력 유지에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대형 할인점이 과거 고비용 저효율의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대형화로 효율성을 높여 국가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것도 유통업 구조 재편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할인점 업계가 불안정한 4강 구도로 재편됨에 따라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먼저 할인점의 원래 컨셉이 상시저가 제도를 유지하여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데 있으나 최근 우리 나라 할인점 업계에서는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가격할인 행사가 주요한 판촉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할인점 가격에 대한 신뢰도가 급속히 추락하고 있으며, 가격 경쟁에 따르는 부담을 제조업체에 전가하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대형유통업체들이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상품의 구입가를 낮추고 입점료, 물류비 등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대형소매업체들은 할인행사시 저가 납품을 강요하고 있으며, 자사 고유의 포장을 요구하거나 유통업체상표(PB)로 납품을 강요하는 등 부가서비스를 요구하기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중소제조업체의 44%가 대형할인점, 백화점의 횡포가 심하다고 응답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 유형으로는 저가 납품 강요, 광고비와 인테리어 비용의 부당한 전가, 부당한 거래 중단 등을 들고 있다. 유통업체상표 상품의 경우 부당 반품과 판촉비 전가가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로 보고되고 있다.
물론 위와 같은 몇 가지 사례를 가지고 대형유통업체가 우월한 지위를 활용하여 제조업체를 압박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대형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간 거래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여 부당한 가격 인하 압력과 불공정 행위가 있는지를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고, 대형유통업체의 우월한 시장지배력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김 동 환 안양대 무역유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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