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95년에 수출 1천억 달러를 달성하였으며 지난 2004년 2천억 달러를 넘어선 이후 2년 만에 다시 수출 3천억 달러라는 위업을 이룩하였다. 현재까지 수출 3천억 달러를 기록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10개국이며 2천억 달러에서 3천억 달러까지 평균 5.9년이 걸린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단 2년만인 짧은 기간에 수출 3천억 달러를 달성하였다. 수출증가율도 2003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를 나타내어, 현 추세대로라면 2010년에 수출 4천억 달러를 넘어서 2012년에는 수출 5천억 달러, 무역규모 1조 달러를 기록하여 홍콩, 네덜란드, 벨기에 등을 제치고 세계 교역규모 8위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무역대국으로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된 것은 주력 수출품들이 우리기업들의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기술개발에 힘입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양대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는 금년 들어 단일품목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각각 3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선통신기기는 저가제품을 중심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여 수출세가 다소 주춤하나 3대 수출품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한편, 수주물량 잔량기준으로 세계 5위까지의 기업이 모두 우리나라에 속한 선박 수출도 2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금년 들어 세계 LCD 패널 수요가 급증한 평판디스플레이는 2배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며 수출 1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새로운 주력 제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반면, 금년에 이룩한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출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먼저 수출액은 늘었지만 소수 대기업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너무 높다. 국내에는 9만여 개의 수출기업이 있지만 이중 상위 10개사가 국내 총 수출액의 40.3%를 차지하고 있으며, 상위 100개사의 수출합계액은 70.4%에 달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수출기업의 수출비중은 적은 편이다. 이에 더해 환율하락, 원자재가 상승, 자금 및 인력난, 해외시장 개척 부진 등으로 한계에 직면한 상당수 중소수출기업이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지금까지 힘들게 버텨온 많은 중소수출기업들도 환율하락의 지속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더 이상의 수출활동이 쉽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어 국내경기 부진으로 인한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뿐 아니라 수출기업들 사이에서 양극화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내년에도 세계 주요국의 경기둔화, 세계적인 FTA체결확산에 따른 비체결국과의 교역위축 등 전반적인 환경이 수출기업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국별로는 현재 우리나라의 최대수출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증가세는 빠르게 둔화되어 2003년 50%에 육박하던 대중 수출증가율이 금년에는 겨우 10%를 간신히 상회하였으며, 내년에는 두 자릿수 수출증가율을 달성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2위 수출국인 미국의 경우 내년에는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둔화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금년 3.4%에서 2.9%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어 우리 기업들의 수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 3천억 달러 달성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대기록이며, 이는 모든 수출기업이 합심하여 이루어낸 결과이다. 다만, 그 명암이 기업규모나 업종에 따라 크게 다른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를 토대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여 “무역규모 1조 달러, 세계무역 8강”을 조기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서 우선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우량 수출중소기업 육성과 함께 투자활성화, 안정적인 노사문화 정착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 확실히 조성되어야 한다. 또한 미래 우리경제를 주도해 나아갈 수 있는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과 부품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1위의 수출효자 품목을 개발하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김 학 서 한국무역협회 경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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