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지사 김문수의 ‘대(大)수도론’, 그의 정치구호 1호다. 헛발질이다. 아니 자책골이다. 공허하고 공연한 정치구호로 비수도권의 대(對)수도권 견제의 화근을 키워 성장동력의 수도권 저해와 국익을 해친 이타(利他) 행위다.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의 연대행정이 본질이라면 정치색을 깐 ‘대수도론’보다는 형해화한 ‘수도권행정협의회’의 활성화를 모색했어야 한다. 이는 지방자치법상의 법정기구다. 처음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만으로 구성된 ‘수도권행정협의회’는 강원도와 충청북도까지 포함됐다. 그만 상호 협의 미숙으로 긴 잠에 빠졌지만 엄존하는 협의기구다. 사실은 김문수가 내건 팔당호 수질 1급수 개선 역시 상류 수계인 강원도와 충청북도도 협의 대상이므로 ‘수도권행정협의회’ 차원의 논의가 제격인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뜬금없는 ‘대수도론’을 들고 나온 덴 까닭이 있다. ‘수도권행정협의회’는 말 그대로 행정적이다. ‘대수도론’은 정치적이다. 이를 내세워 수도권에서 정치적 주도의 입지를 강화하려고 했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 판단의 배경인 것이다. 실제로 ‘대수도론’은 누구보다 동반자여야하는 서울시나 인천시측에서 아주 냉담하다. 이유가 있다. “정치색에 왜 들러리 서야 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 들린다. 결국 ‘대수도론’은 딴 생각을 지닌 정치적 의도의 포석이었던 것이 시작부터 패착이 되고 말았다.
도지사 김문수를 평가하기는 1년도 안되어 아직 이르다. 언제부턴가 유행이 된 ‘취임 100일’이란 홍보가 있다. 갓난애 백일도 아니고 ‘취임 100일’의 ‘100’ 수치엔 별다른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그저 덕담 수준일 뿐이다.
여기서 보는 김문수 도정의 싹수는 파랗치만은 않다. 노랗치도 않다. 더 지켜봐야 할 색깔이다. 예컨대 뻥뚫린 서울 중심의 방사형 순환교통망 도로를 만든다지만 수 조원, 아니면 두 자릿 수 조(兆) 단위가 들 재원이 궁금하다. 지방세 체납이 8천300억원에 이르는 등 경제 침체로 세수 확보가 어려운데다 경제 전망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올 지방채 발행이 1천억원으로 빚내어 예산편성을 하는 판이다. 또 그같은 도로 만들 돈이 있으면 물류를 포함하는 철도망을 건설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이견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상 행보의 발견이다. 프레스센터에서 자청한 외신기자 회견은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다. 수도권 규제완화 문젤 굳이 외신에 밝힐 이유가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뒤집어 말하면 집안 망신시키는 얘기가 된다. 주한 미군 고위 장성을 찾아가고 주한 미국대사를 굳이 방문하는 것도 상응한 경기도지사의 행보가 맞는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은 원어민 교사 확보를 위해서라지만 걸맞는 발길은 아니다. 이 또한 딴 정치적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프로야구 경기의 난데없는 시구는 생뚱맞다. 플레이오프전 개막 같으면 개최지의 시장이나 지사에게 시구를 의뢰한다 할 수 있다. 지난 14일 수원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가진 현대-한화의 플레이오프전은 2차전이다. 시구를 의뢰한 건지, 자청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어떻든 이 역시 딴 생각을 지닌 정치적 몸짓으로 보는 눈들이 많다.
“서울은 시청앞 잔디밭을 꾸며도 언론에 보도가 되지만 경기도는 천지개벽이 일어나도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고 했다. 얼마전 평화방송 라디오를 통해 터뜨린 중앙언론에 대한 불만이다. 그러면서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가는 것처럼 알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상하다. 무슨 천지개벽이 일어났는 지 알 수 없다. ‘금의야행’(錦衣夜行)에 비유할 만큼의 비단옷 같은 일이란 뭣을 두고 말하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별 기사거리도 아닌 범사(凡事)에 특히 중앙언론 보도를 갈망하는 것 또한 딴 생각 때문이라는 게 지역사회의 눈총이다.
역대 도지사에겐 찾아볼 수 없는 공관 안방정치가 잦다. 시장·군수 부인, 당내 지역구위원장 부인 등을 한번에 30~40명씩 불러 들였다. 뭐가 불편했던지 도비 3천만원을 들여 음향장치를 했다. 안방정치는 더 계속될 모양이다. 이도 딴 생각과 무관하지 않은 걸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나 다를까, 짐작된 차차기 딴 생각의 실체가 불거졌다. “김 지사 취임 이후 행보가 대권을 염두에 둔 것 같다”는 대권병 조짐이 지적됐다. 국회 건설교통위 경기도 국감에서 장경수 의원(열린우리당·안산 상록갑)이 이렇게 문제 삼았다. 도지사 김문수는 “(대권)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생각이 있어도 있다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 생각은 본인의 자유다. 걱정되는 것은 뿔난 대권병 징후군의 조로증(早老症)이 가져올 도정의 파행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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