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자원·생물공학 미래가 우리손에…
수원농생명과학고가 우리나라 농업교육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수원농생명과학고 발 ‘농업교육혁명’이라 평가할 만큼 교육과정의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높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전공코스제 도입과 수준별 교육과정이 기존의 교육의 틀을 과감히 탈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 수원농생명과학고 발 교육과정 혁명
수농 1학년 학생들은 이전의 실업계와 전혀 다른 교육과정을 수행하고 있다. 학교측은 입학전에 학생 및 학부모의 동의를 받아 80년 넘게 유지돼 온 농업고교의 ‘과’를 완전 폐지했다.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신입생 370여명을 과 없이 일괄 선발한 뒤 1학년 과정은 국민공통기본교과를 중심으로 수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2학년에 진학하면 학생들은 6개월 단위의 전공코스를 선택해 수업을 받게되고, 2년간 40개의 전공코스를 이수하게 된다.
학교측은 전혀 다른 교육과정을 위해 전교사들이 나서 자신의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인 40개의 전공코스를 완성했다.
편의상 6개군으로 구분해 만들어 놓은 전공코스 동물과학군에는 ▲기초수의학 ▲애완곤충 ▲애완동물 등의 코스가 있다.
식물자원군으로 ▲생태관광농업 ▲수경재배 ▲기능성식물 ▲친환경농업 코스가 만들어졌으며 학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는 생물공학군으로 ▲미생물 응용 ▲산업미생물 ▲바이오공학 ▲농업환경보호 등이 있다.
이와 함께 농기계군에는 ▲그린기계, ▲팜샵 ▲자동차정비 등 6개코스, 식품과학군에는 ▲식품가공 ▲발효식품 ▲제과제빵 ▲전통명과 ▲조리 등이 있으며 생활분재를 비롯, 에코스타일리스트, 화훼디자인, 조경설계시공, 원예치료 등 생활과 밀접한 농생명분야의 전공코스가 만들어져 있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하면서도 농업 과학의 변화에 따른 체험을 통해 학생들이 진학은 물론 취업 등에서 전공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
서울농대 진학을 희망하고 있는 조현민군(1학년)은 “화훼창작디자인 전공코스를 선택해 생명공학분야에 활동하고 싶다”며 “농생명과학고의 교육과정이 너무 좋아 입학했으며 기숙사 생활을 비롯, 학생위주의 교육활동이 좋다”고 말했다.
◇ 부끄럽지 않은 꼴찌
수원농생명과학고 학생 중 상당수는 정규수업이 끝나면 중학교 교과서를 들고 교실을 향한다. 상위권 학생들을 제외하면 학생 대부분이 중학교 성적이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대학문이 넓어지면서 실업계열 학생 80% 이상이 진학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간 실업계열 학생의 30% 가량이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탈락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농 교사들은 개인사와 자존심을 벗어 던지고 제자들을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중학교 교육과정 보충수업을 벌이고 있는 것.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 등을 감안해 영어와 수학, 2개 과목을 중학교 1학년반에서 3학년까지 단계별로 수업받고 있다.
물론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고교과정 보충수업도 함께 진행되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일을 나가야 하는 학생이나 특기생을 제외한 전원이 보충수업에 참여해 새로운 공부재미에 빠져있다.
이수근 교무부장은 “꼴찌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포기하는 것이 부끄럽다는 것을 학생들이 인식하면서 수준별 보충수업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학생들이 작은 것을 얻고 좋아하는 것이 교사로서의 기쁨”이라고 말했다.
◇지성과 인성의 조화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인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활동이 전개된다. 이 중 교육봉사활동은 학교와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어우러져 40차례 넘게 광주의 한사랑 마을을 찾아 장애우들과 함께 해 돈독한 우정을 쌓고 있으며, 개별적인 활동은 물론 동아리 등을 통한 봉사활동도 곳곳에서 펼쳐진다.
학교측은 5차원전면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적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5차원전면교육은 속해독서법 등을 통한 지력, 건강함과 성결함, 5가지 기초운동법, 최대출력운동 등의 체력, 시간, 언어, 재정 등의 자기관리능력, 인간의 존엄성 등을 통한 인간관계능력, 3분묵상을 통한 심력 등이다.
◇최첨단 교육시설
수농에는 33개의 동아리가 활동중에 있다. 공무원취업반에서 약용식물반, 병과반, 버섯반, 초화연구반 등 전공과 관련된 동아리에서 관악반, 미술반, 포토반 등 취미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학교의 활동비 지원을 받는 이들 동아리반은 전공수업과 함께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와 함께 몽고와 일본 등지와 교류활동을 매년 벌이고 있으며 국화전시회와 1학생 1과제, 지역사회 프로그램 등 1년내내 학교가 생동감있게 돌아가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교육활동이 가능한 것은 넓은 공간에 기숙사를 비롯, 전공별 실험동 등을 갖춰 최적의 최첨단교육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3명의 교사가 박사과정을 마쳤고 상당수의 교사들은 전공분야 석사학위를 갖고 있는 우수한 교사진이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학교전체가 생동감이 넘쳐나고 있다.
/최종식기자 jschoi@kgib.co.kr
■인터뷰/수원농생고 홍 영 표 교장
“농생명공학은 국가성장 10대동력 미래지향 전문·세분화된 교육 수행”
- 농업교육에 미래가 있는가.
▲국가성장10대동력 중의 하나가 농생명공학으로 미래지향적인 분야이다.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농업의 변화를 주도하는 능력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농업고교라면 노작중심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치가 않다.
- 교육과정을 혁명적으로 바꿨는데.
▲7차교육과정이 만들어질 때 사실 실업계열 고교의 ‘과’를 폐지하는 문제가 논의됐으나 여러가지 이유 등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과’라는 틀 속에 학생들을 가둬놓는 것은 곤란하다.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분야를 학생들이 제대로 배우고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농업분야 40개를 전공코스로 결정했다. 코스별로 학생들이 좋은 수업을 받을 수 있고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자신있게 살아갈 것이다.
- 보충수업도 독특한데.
▲솔직히 상위권 학생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학생들 중학교 성적이 낮다. 기초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해서도 제대로 수강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조금은 자존심이 상할지 모르지만 영어와 수학의 경우 중학교 1학년 과정부터 단계별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 사실 교사들의 의지와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한데 교사들이 고맙기만하다.
- 5차원전면교육도 도입하셨는데.
▲지력과 심력, 체력, 자기관리능력, 인간관리능력 5가지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힘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 교육과정이 이 다섯가지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학습은 물론 사람관계 등 학생들 스스로 자신감을 갖도로 하는 힘이 될 것이다.
- 한국 농업교육에 상징성이 있는 학교인데.
▲교육계에서 수원농생명과학고를 주목하는 것은 정조대왕 이후 수원이 농업의 메카라는 점이고, 교육시설이나 환경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 전국의 73개 농업계열고교가 주목하는 것도 그동안 농업교육의 변화를 선도해 왔기 때문으로 앞으로도 수원농생명과학고가 지역사회의 긍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최종식기자 js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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