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좌파의 ‘함정’

좌·우파간의 호상 정권 이동이 변괴는 아니다. 다른 나라에선 그렇다. 살아가는 방법의 변화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 나라의 국민은 때론 좌파 정권을, 때론 우파 정권을 선택하면서 상호 보완하는 사회체제를 꾸려간다.

며칠전 정권이 바뀐 스웨덴 역시 이러하다. 스웨덴 국민은 총선에서 ‘구호품(분배)보다 일자리(성장)를 표방한 중도우파를 선택, 복지천국을 이뤄 경제 실정과 함께 세부담을 가중시킨 십년 집권의 중도좌파에 패배를 안겼다. 영국의 노동당과 보수당도 그렇고, 프랑스나 독일도 그렇고, 남미도 마찬가지다. 일본 역시 집권당인 보수 자민당 정권이 패배, 진보적 야당 연합정권이 수립된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린 이게 아니다. 말인즉슨 보수적 성장이나 진보적 분배나 상호 보완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래서 역사 발전의 두 수레바퀴로 보고자 하긴 한다. 한데, 아니다. 정부의 분배정책엔 결함이 많다. 예컨대 살인과 자살을 부르는 지경이 된 전세난 해소책으로 4천억원의 추가 지원을 한다지만 그런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민생경제를 보듬어 서민소득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노숙자들에게 월 50만원씩 주는 바람에 사지가 멀쩡하면서 일 할 생각은 않고 정부 돈에 맛들인 사람이 많다. 심지어는 가짜 노숙자도 없지 않다. 이 모두가 국민의 세금이 그냥 눈녹듯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렇다 해서 분배 자체를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부정하는 것은 이 정부의 잘못된 분배정책이다. 이 점이 다른 나라의 좌파와 다르다. 한국적 좌파는 반기업 정서, 왜곡된 분배정책 외에 또다른 치명적 특성이 있다. 그 연유는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인 데 있다. 과거의 동·서독과 같은 평화공존의 분단국가가 아니다. 동족상잔의 시산혈하로 피비린내 풍긴 전쟁을 경험한 분단국가다. 지금도 총부릴 맞대고 있다. 한반도의 이런 특수환경은 보수(우파)와 진보(좌파)의 개념을 변질시킨 불행을 낳았다.

좌파는 친북이고 우파는 반북으로 보는 통념이 오늘날 국가사회가 지독하게 겪고 있는 갈등의 요인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핵 무기 및 대북제재 등 문제의 본질이 결국 이에 귀납된다. 무조건 친북, 무조건 반북 다 정답이 아니다. 이 시대에 멸공이나 북진통일을 말하는 극우는 정신병자다. 북녘과 포괄적 상호 관계의 동포애 교류가 있어야 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불가피하다. 그러나 극좌는 아니다.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극좌 역시 정신병자다. 문젠 이런 정신병자를 두둔하는 이 정권이다. 평양정권의 대변인격이 됐다. 예컨대 북의 달러화 위조는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사실이다. 중국도 인정한다. 이 정권만이 “아닐 것”이라고 우기다가 고립을 자초하는 이상한 입장에 처했다.

5·16 군사정부나 신군부의 군사독재는 민주주의의 패륜으로 지탄하면서도 북의 선군정치는 민족주의라며 미화하는 좌파들이 있다. 여기 같으면 현역 군인은 앉을 수 없는 요직을 큰 왕별 단채 앉을 수 있는 것이 평양정권의 권력구조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군을 모든 권력의 우위 권력으로 주술화한 것이 선군정치다. 남북장관급회담 합의사항도 군이 비토하면 그만이다. 최고 지도자를 “장군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최대 경칭이다. 군사독재와 비할 수 없이 더 심한 평양식 군사독재의 선군정치를 민족주의로 보는 좌파 인식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대북 관계에서 가장 고려되는 것은 전쟁 재발이다. 전쟁 재발을 걱정하면 좌파에선 “별 잠꼬대 같은 수구 냉전의 소릴 다 한다”고 비꼰다. 금강산 구경도 가고 평양도 다녀오고, 남북간에 공식 교류도 갖는다. 지난 10여년 동안에 6조5천899억원 상당의 대북지원을 했다. 이 정권이 들어서고는 3조 970억원 상당을 퍼주었다. 전체 규모의 46%나 된다. 이런 판에 설마 전쟁이야 나겠느냐는 것이지만 역사에 예고된 전쟁은 없다. 한 번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 두 번인들 일으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모든 권력의 우위에 선 군의 선군정치는 시한폭탄 같은 도발의 위력을 지녀 평화를 바라는 민족적 염원을 간단없이 위협한다.

진보와 보수, 좌·우의 통상적 가치 추구가 국내에선 이처럼 평양정권을 보는 잣대가 또 다른 기준인 것이 한국적 현상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권력 세습의 우리식 사회주의 통일도 통일로 보아 동조하지 않는다면 나라의 정체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곧 나라의 정체성이다. 그리하여 우리도 참다운 분배와 성장의 좌·우파 정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계급투쟁과 혁명사관에 사로잡혀 공산주의도 아닌 평양정권의 수정주의를 우군으로 보는 좌파는 그 자신의 오기에서 벗어나길 거부하는 함정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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