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와 ‘노무현’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을 두고 말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나?!”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수도권규제로 낙후된 오지를 직접 둘러봐달라는 요청에 노무현 대통령의 반응이 이랬다. 김 지사는 거듭 수도권규제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키 위해 말문을 열었다. 그러자 대통령은 “오늘의 주제만 얘기하자”며 막았다. 지난 번 청와대서 있었던 시·도지사회의에서다.

이 정권 들어 수도권규제완화를 처음 말한 것은 대통령이다. 취임 벽두 전국지 편집국장 초청간담회 자리에서 그랬다. 중간 중간 몇몇 사람의 입에서도 얘긴 나왔다. 최근엔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수도권규제완화를 시사했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는 것은 말인즉슨 같은 말이지만 생각은 다르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벼르고 간 청와대에서 그렇게 돌아온 후 한동안 의기가 좀 소침한 듯 해보였다. 그러나 수도권규제혁파의 열정은 식지않았을 것으로 보아 여전히 기대는 한다. 문제는 그 자신이 발설한 대수도권론으로 인해 수도권규제혁파가 더 어렵게 됐다는 사실이다. 수도권행정협의회의 개념인 것이 대수도권론이다. 과대 수식어의 과대포장일 뿐이다. 결국 김 지사와 함께하는 한나라당 당내에서도 이에 자극을 받아 수도권규제완화를 거부하는 반대세력을 더 키워놨다. 공연한 말로 불이익을 자초했다.

대체적으로 지사의 말이 신중치 못한 것은 유감이다. ‘전투형 도정’의 주문을 예로 든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직장에 나오는 도청 직업공무원들에게 과로사의 순직을 요구하는 것은 아무리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라도 당치 않은 소리다. “그런 말이 문제가 될 줄 몰랐다”는 도정 질의 답변은 사려가 깊지못한 방증이다. 직업공무원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투형’이 아니라 ‘신바람’이다. 신바람나게 일하도록 해줘야 한다. 시시콜콜한 간섭은 금물이다. 자신을 수행하는 공무원은 위압적으로 보이는 검정양복은 입지말라는 지시 같은 게 이러하다. 도청 공무원이 도지사의 취향이나 인생관을 강요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개개인의 인격체가 도지사에게 종속되는 것은 아니다.

습관적 발설의 ‘재검토병’도 그렇다. 기존의 정책사업을 번복하는 재검토설은 기존의 의사결정기관을 경시하는 소리다. 후임 도지사 한 사람이 그럴 수 있는 위대한 단독 능력이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몇 가지만 사례를 든다. 영어마을 직영 재검토, 첨단산업 지원 재검토, 하남·연천환경교육센터 파주평화누리청소년수련원 재검토 등 이밖에도 있지만 지면상 영어마을만 한 두마디 더 하겠다.

비공권사업이므로 민간위탁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사교육비를 부추기는 단견이다. 경기도가 투자해놓고 업자만 배불리는 것이 민간위탁이다. 그 피해는 이용료 인상을 부담하는 학부형들에게 돌아간다. 연간 270억원의 적자가 미래 인재를 키우는 데 불합리하다고 보는 그 사고방식이 불합리하다. 민간위탁은 장차의 과제이긴 하나 지금은 아니다.

이른바 ‘1류론’은 듣기가 매우 거북하다. 측근을 10여 명이나 인사절차까지 도외시해가며 요직에 특채한 데 이어 도 산하 단체장은 단체장마다 팔도의 외인부대로 채워놨다. 그래놓고 한다는 소리가 “1류로만 진용을 짰다”는 것은 지역사회를 무시하는 심각한 편협증 노출이다. 외부 초빙을 거부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지방자치가 ‘외인자치’가 될 정도로 형평성을 잃어선 임명권자인 도지사의 인식에 결함이 없다할 수 없다. 코드인사를 1류로 여기는 독선은 ‘코드인사는 당연하다’고 우기는 노무현 대통령의 독선을 연상케 한다.

아닌게 아니라 그런 지역사회의 말이 있긴 있다. 김문수 도지사가 노무현 대통령을 닮았다는 것이다. ‘리틀 노’라고도 한다. 뭣이 닮고 뭣이 ‘리틀 노’냐고 하면 “말하는 게 그렇다”는 것이다. 좌중마다 이런 얘기가 있다보면 ‘딴은 맞는 얘기’라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다. 맞는 얘긴지 틀린 얘긴지는 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이건 알아둬야 한다.

“당을 보고 찍었더니 사람이 어찌 이상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당을 보고 찍었다는 것은 한나라당이 잘해서 표를 주었다는 게 아니다. 이 정부로부터 이탈된 민심의 반사이익이 한나라당에 덤으로 돌아갔다는 뜻이다. 김문수 후보가 다른 당으로 나오고 다른 후보가 한나라당으로 나왔다면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김 지사의 임기는 이제 시작이다. 어찌 됐든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사려가 깊으면 헷갈리는 말이 나올 수 없다. 처신에 좀 더 신중을 기하면 좋겠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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