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재벌, 괴물인가

기업은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이미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이 재수정 단계의 자본주의 개념이다. 고용 증대에 적정 수준의 임금으로 소득을 재분배한다. 소비재 및 자본재의 상호 유통으로 기업간의 활성화를 기한다. 국가 및 공공단체가 창출하는 국익 및 공익의 원동력이 될 세원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기업에 기업 이익의 준조세적 사회환원을 강요하는 것은 확대재생산을 저해한다. 정치자금을 손벌리는 것은 고질적 정경유착이다. 정치단체나 시민단체가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개평 떼기다.

기업은 이래서 부정한 방법으로 비자금을 만든다. 기왕 만드는 김에 더 만들어 쌈짓돈처럼 쓴다. 두산 형제 일가가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어 흥청망청 쓴 것이 이같은 예다. 기업의 회계부정은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간다.

가령 현대차의 거액 회계부정이 없었다면 수요자는 보다 싼 값으로 차를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의 존재는 실로 위대하다. 나라가 국민을 먹여살리는 것이 아니고 기업이 먹여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권의 실정이 가져온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 역시 기업활성화로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이 제대로 가는 길이다.

잘 살고 못 사는 사람은 어느 나라, 어느 사회나 다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중산층이 무너진 데 있다. 이 정부는 시혜적 사회복지시책으로 양극화를 해소한다지만 세금만 축내는 그런 방법으로 붕괴된 중산층이 되살아 나는 것은 아니다. 서민층이 스스로 잘 벌어 저축도 할 수 있는 중산층이 되도록 해야하고, 이는 기업이 중심이 되는 민생경제가 잘 돌아가야 한다.

이처럼 막중한 기업, 특히 대기업이 대체로 국민경제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현상은 불행하다. 삼성이나 현대차는 국내 재벌의 랭킹 1·2위다. 그 총수들은 수 십조, 수 조원 대의 재산을 갖고 있다. 그 많은 재산을 지녔으면서 상속세를 포탈하기 위해 삼성이 편법을 쓴데 이어 현대차가 비슷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것은 도덕성 상실의 몰염치다.

다른 재벌급 대기업도 거의 마찬가지지만 삼성이나 현대차 집은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이병철·정주영 등의 창업은 물론 본인의 능력이 탁월하기도 하였지만 개발독재 시절에 외국자본에 대항키위한 국민경제의 대표격으로 정권이 급조한 재벌이다.

국내 재벌은 태생적으로 이렇게 정경유착을 타고 났다. 그러나 총수가 바뀌고 또 바뀔 것에 대비할만큼 많은 세월이 지나 시대가 달라진 이 마당에서는 체질 또한 바뀌어야 한다.

권력의 부당한 기업규제 투성인 것이 문제이긴 해도, 체질변화없이 이를 탓만하는 것은 부질없다.

앞으로는 무슨 의연금 모금 때만 되면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이란 허울로 당연히 모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또 기업은 이를 생색내는 기형적 풍조는 사라져야 한다.

선거때만 되면 안 그런다면서도 보험금조의 정치자금이 거래되는 폐습도 추방돼야 한다. 정치단체나 시민단체의 개평 떼기도 수치로 알아야하고, 기업은 또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기업이 이토록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사회에 기여하는 본연의 인식이 객관화하기 위해서는 경영이 투명해야 한다.

법대로 해서는, 즉 기업이 투명해선 경영이 안 된다면 안 되는 실정을 낱낱이 공개해서라도 그 모든 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어렵겠지만 이래야 한다. 그러지 않고 지금처럼 원초적 죄악에 기생하는 것을 즐기면서, 외부의 권력과 결탁하는 공생을 탐닉하면서, 어떤 사단이 벌어지면 그제야 죽는 시늉을 해서는 사회 기여의 평가를 제대로 받기가 어렵다.

현대차에 대한 검찰수사가 보기에 무척 착잡하다. 당초 발단이 된 희대의 금융브로커 김재록 로비의혹은 간데 없고 현대차와 산하 업체가 완전히 타깃이 됐다.

정치적 저의가 있다고도 하고 복선이 깔렸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들리는 말이 아주 고약하다. 거액의 비자금을 해외에 세탁한 뒤에 국내로 들여와 투자회사를 통해 천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도 하고, 전의 기아 부실 계열사를 팔았다가 되사는 편법인수방법으로 500억원의 공적자금을 탕감했다는 소리가 나왔다. 검찰수사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저의나 복선이 어떻든 간에 철저히 밝혀내야 할 일이다.

대기업의 경영 비리에 메스를 대면 마치 뿔을 고치려다가 소가 죽는 것처럼 엄살을 부리지만 당치 않다. 기업의 사회 기여와 비리는 완전히 별개다.

국내 재벌 기업은 외국의 재벌이 자국민의 사랑을 받는 것과 같이 왜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지, 그 연유를 스스로 반성하여야 한다. 재벌 기업은 괴물이 되어선 안 된다.

/임 양 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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