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한나라당, 전략공천으로 가나?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싹수는 정말 노란가, 이렇게 악평하는 이들이 많다. 열린우리당쪽은 조용하다. 공천 대상자를 구하기에 바쁘다. 한나라당쪽은 시끄럽다. 공천 잡음이 요란하다. 공천만 되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으로 보는 오만함이다.

지금은 제2공화국 같던 때가 아니다. 1960년 7·29총선에선 민주당(구 민주당)간판만 업고 나오면 막대기를 꽂아놔도 당선됐다. 국회의석을 싹쓸이 하다보니 신파·구파 싸움으로 영일이 없다가 5·16군사혁명을 당했다. 총선 싹쓸이는 자유당 정권을 무너뜨린 4·19 의거의 반사이익이었다.

반사이익은 거품과 같다. 한나라당 사람들이 이 정권의 민심 이반으로 불로소득하는 반사이익을 끝내 철밥통으로 알고 정신 못차리면 거품처럼 사라진다. 철밥통이 아닌 거품밥통인 것이 반사이익이다.

한나라당 공천 잡음은 상궤를 넘어서 중앙당의 암행감찰단이 가동됐다. 경기도당 역시 이에 예외가 아닌 것 같다. ‘공천심사위원회’ 자체가 상처 투성이다. 심사위원으로 피선거권이 없는 사람을 앉혔던 것 부터가 심상치 않더니 심사위원장까지 덧났다. 도당 위원장이며 공천심사위원장이란 사람이 어느 지역의 광역·기초의원 후보들과 식사한 것을 상대 후보가 문제삼아 감찰단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또 의정부시의 한 시의원이 공천심사위원장 대리인 행세를 하여 공천 희망자 두 명에게 각 천만원을 받고 돌려줬다는 제보가 있어 당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공천 심사엔 높은 가치 수준의 품격과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객관적 신뢰를 위해서다. 이래도 구체적 심사엔 문제점이 되는 속사정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속사정은 고사하고 겉모양부터 상처가 나서는 유권자들을 설득하기가 어렵다.

한나라당의 취약점은 폐쇄성이다. 거품밥통을 철밥통으로 알고 기득권자들끼리 나눠 독식하려고만 든다. 외부의 공천 신청을 트집잡을 게 없어 공직생활의 정상적 업무 집행까지 트집잡아 입당 보류라는 기상천외의 역발상으로 배제하려 든다.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해서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얻어 당선된 사람들이 임기 중반에 도지사를 하겠다고 야단이다. 국회의원이 되어 외도하면서 국회의원직은 그대로 지키는 양다리 놀음을 걸치고 있다. 폐쇄형 철밥통의 현상이다.

5·31 지방선거가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의 성숙을 위해서다. 지방선거의 승패는 민심의 반영이긴 하나 중앙정권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차기 대선의 전초전은 되지만, 지방선거의 승패가 대선의 승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살아 숨쉬는 무형체의 유형 동물과 같다. 흐르는 강물과 같다. 다만 때로는 정체되고 때로는 천천히 흐르거나 빨리 흐를 뿐이다.

이 칼럼은 차기 대선에서 범야권의 단일 후보가 안 되면 정권 교체는 불가능한 사실을 밝힌 바가 있다. 지금 다음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서는 야권 사람들이 무척 많지만, 단일화가 안 되면 그 누구도 대통령이 될 수 없다. 한나라당의 폐쇄성이 우려되는 것은 지방선거도 지방선거지만 차기 대선에 혼선을 가져올 것으로 보아지기 때문이다. 제일야당의 문호가 개방되지 못해 빗장을 꼭꼭 걸어잠가선 범야 단일화는 기대할 수가 없다. 한나라당은 무형체의 유형동물이 되지 못해 식물화해가고, 흐르는 강물이 되지못한 고인 웅덩이가 되어 썩기 시작한다.

이 정권이 독선의 오만에 심취해 있다면 한나라당은 반사이익에 심취하여 제 정신이 아니다. 한 치 앞을 못내다 보고 텃세로 눈앞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바쁘다.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탈당 카드는 언젠간 터질 묻어둔 지뢰다. 정치권 개편의 폭풍에 한나라당은 얼마나 무사할 것인지엔 전혀 생각지 않는 정당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결단이 있어야 할 때다. 공천 잡음이 심한 곳은 중앙당이 전략공천할 것으로 전해진 건 그런 결단의 하나로 보아진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말썽많은 이해찬 총리를 대통령을 졸라 총리직에서 밀어내고는 한나라당이 쫓기는 수세로 몰렸다. 정 의장은 자신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5·31 지방선거에 혼신의 힘을 다 할 것이다.

이 판에 한나라당이 공천 잡음에 시달리는 것은 지나치게 안일하다. 지방선거 싹수가 정말 노란가를 좀 더 두고 지켜볼 일이다.

/임 양 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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