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파견된 어느 한국 공무원의 파견 연장이 거부되는 수모를 겪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필자도 21년 경력을 갖고 있는 공무원이어서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특히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보도에 대한 댓글을 보면서 일반인들이 공무원을 어떤 시각으로 판단하고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예상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철밥통 한국 공무원들에 대한 철퇴의 목소리가 대종을 이뤘다.
직업 공무원으로 공무원을 판단한다는 게 어폐가 있지만 필자도 공무원세계에 만연된 복지부동이나 보신주의 풍조 등에 환멸을 갖고 있기에 진정한 21세기 선진 대한민국을 창출하기 위한 공무원의 자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진정한 능력 위주의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공직사회 인사가 마치 능력과 성과 등을 지향하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지 의문이 들 때가 적지 않다. 근래 도입된 다면평가를 보면 무슨 인민재판인지, 아니면 인기투표인지 혼동된다. 본연의 업무 성과보다는 개인별 접대관리나 친분 등에 더 열을 올려야 평가가 상향된다고 하는 게 정설이다. 각종 현란한 구호는 물밀듯 쏟아지지만 가시적 성과물은 무엇인가라는 게 비단 공직사회만 아니고 우리 사회 불만이다.
둘째, 철저한 공직관 수립이 긴요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고 있음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재정의 절대적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모호한 명목으로 전혀 소요되지 않을 곳에 형식논리에 집착, 혈세를 퍼붓고 있는 경우가 현재도 수도 없이 많다는 사실을 보면 철저한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
셋째, 공정한 행정 집행과 이에 따른 자부심과 더불어 무한 책임이 요구된다. 각자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다소간 차이가 있다. 가장 우선순위(Priority)가 무엇인지 냉철한 시각으로 판단, 결정하는 혜안이 필요하고 결과에 대해 역사에 책임진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넷째, 자신의 능력 개발을 위해 부단히 공부하는 정신이 요구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1년 전이나 아니면 5년, 또는 10년 전 이맘 때 한 일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도전·창조정신으로 개선의 의지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단순한 상식적 차원에서 머물지 말고 전문 지식 배양과 전반적 흐름에 대한 안목을 키워 각종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신선한 기분을 유지해야 한다.
다섯째,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헌법에 보장됐다는 단순한 문구에 언제까지 얽매여 있을지 궁금하다. 헌법 자체도 지고의 법도 아니고 변경이 요구되면 변화될 때 과연 그 문구가 그때까지도 생존하고 있을지 의문에 의문이 든다. 단순한 업무에 대해 법적으로 보장됐다고 해도 독점적 서비스를 언제까지 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만약 어느 용역회사가 그 정도 수준에 대해 현재 소요되는 경비의 반액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 현재처럼 안주해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일에 돌고 도는 반복적 일로 하세월 보내면서 시간 때우기가 언제까지 가능할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공직사회를 고용 불안을 피하기 위한 단순한 피난처로 보는듯해 너무 씁쓰름하다. 공직사회도 세계를 향해 경쟁, 세계 속에서 최고의 인적 인프라(Human Infrastructure)로 구성돼 다른 나라 벤치마킹사례가 되길 학수고대해 본다.
/권 율 정 인천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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