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작(麻雀)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임종시 아들에게 유언으로 남긴 말이 있다. “방 갈 때 조심하거라”. “방이 간다”는 말은 마작게임에서 원하는 한패만 더 받으면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나타내는 마작 용어이다. 역설적으로 방이 갔을 때는 방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패를 마구 줄 수도 있어 게임에서 질 수도 있기도 하다.
최근 당 안팎에선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무분별하게 외부 인사를 영입하거나 일부에서 ‘대가성 공천’을 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당 대표는 “공천과 관련해 부정부패가 있다면 아주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외부 인사 영입과 관련해 당에선 파열음이 나고 있고 당 사무처 노조는 몇 곳 시장 출마 희망자들의 입당에 대해 “철새 정치인의 무분별한 입당은 안 된다”며 당 지도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기존 당원인 인사가 신인인양 영입됐다고도 하고, 지난 공천에서 탈락해 탈당한 사람이 다시 영입 대상에 포함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일각에선 영입을 추천하기 전 해당 지역구 의원들이나 자치단체장과의 의견 교환이 일절 없었던데 대해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던 차 지난 17일에는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김 지사는 탈당 배경에 대해 “당소속 현직 도지사가 실정을 했거나 별다른 하자가 없는데도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도지사 후보를 영입하고 전략공천설까지 나도는데 대해 더 이상 한나라당에 머물 이유가 없었고 당 소속 도지사에게 영입에 대해 의논은 커녕 통고조차 없었다”며 “현직 도지사로 모멸감을 느꼈고 앞으로도 도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탈당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어떠한 사정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고 그 지역 사정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당 소속 현직 도지사가 당에 섭섭함을 표시하면서 탈당한 사실은 당의 인재 영입을 포함하는 선거대책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제2, 제3의 김태환 사태는 막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일부에선 “당 소속 의원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인사들을 지방선거에 공천하기 위해 영입위나 당지도부 활동을 비판만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당의 내실을 다지고 외연을 확대해야 하는 인재 영입이나 공천과 관련해 몇가지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선 객관적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철저하게 지켜야 할 것이다. 둘째, 영입인사는 당에 기여를 했거나 기여할 것이 명백해야 한다. 영입인사는 당에 기여했거나 아니면 애당심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셋째, 영입과 공천은 완전히 분리해야 하며 영입인사가 마치 자신이 특정 지역에서 공천이 확정된 것처럼 소문을 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넷째, 특정 지역 인사를 영입할 때에는 그 지역 당원협의회장이나 의원들과의 협의가 전제돼야 하며 협의가 여의치 않는 경우 최소한 사전통보는 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공천은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고 그 인사가 공천과정에서 우대받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한나라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무분별하게 외부 인사를 영입하거나 ‘대가성 공천’을 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높은 지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가 더욱 노력하지 않으면, 이러한 지지는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면서 “잘 나갈 때 일수록 조심하고 겸손해야 한다”, 또는 “방 갈 때 조심하거라” 등 평범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유 기 준 국회의원(한나라당 부산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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