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어릴 적엔 쌀밥 먹던 집이 그리 흔치 않았다. 너도 나도 어렵던 시기였고, 또 그 이전에는 더욱더 그러했을 것이다. 쌀밥 대신 보리밥, 조밥, 옥수수밥 등이 주류를 이뤘고, 그것도 부족해 보리밥 찌던 검정 솥에 호박만한 큰 고구마를 이곳저곳 쑤셔 넣고 밥을 지었던 그 시절엔 맛이나 취향보다는 무조건 양 많고 값이 싸면 제일이었다. 그러던 게 경제적 여건이 차츰 나아지면서 본인의 기호와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게 됐고, 그러한 욕구에 맞춰 다양한 음식들이 나오게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누구나 최고의 건강수준을 향유하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 형태를 원하게 됐다. 예컨대 음식이 맛이 있다 해도 건강에 해로운 음식은 피하게 되고, 건강에 좋은 음식이나 본인의 신체에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기 위한 음식을 섭취하고자 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그래서 무공해식품, 녹색식품, 유기식품 등과 같은 친환경식품들이 오늘날 식품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이처럼 과거엔 먹거리가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이젠 양적 목표가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대로 달성됨에 따라 질적인 배려까지 병행하기에 이르렀고, 특히 요즘엔 안전 먹거리를 추구하는 참살이 열풍으로 웰빙형 식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아울러 지구촌 먹거리는 음식의 세계화로 갈수록 각국의 특성이 희석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예컨대 세계 식당들이 무너지고 세계인의 식성들이 무너지고 있다. 물론 그 나라 먹거리의 고유 특성중 몇 가지는 결코 단기간 없어질 수 없지만 그 비율은 날이 갈수록 점차 줄고 있다.
우리가 언제부터 햄버거와 스파게티를 먹었던가. 앞으로 우리가 외국음식을 접할 기회는 나날이 더해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유독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이웃 일본이나 중국에 가면 국적 불명의 퓨전음식들이 매일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런 현상은 세계적 추세다.
한편 아시아에서의 서양음식은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퍼져가고 있는데, 서양에서의 아시아음식은 그 속도가 상대적으로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또한 중식과 일식은 미국과 유럽 등지를 중심으로 확장일로에 있지만 우리나라는 마치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농업이 없는 나라로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즉 한국을 휴대전화와 자동차만 판매하는 나라쯤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음식은 전혀 한 발자국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단지 일본,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일부에서만 불고기와 숯불갈비집이 영업중이며 몇몇 가게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분명한 건 우리음식에 한번 맛을 들인 외국인 대부분이 한식의 단골고객이 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우리 전통식품인 김치와 고추장 등을 어떻게 먹는지를 알게 되고 식당 밖에서도 우리 전통식품 고객들이 된다.
특히 단순한 음식메뉴에 싫증이 난 유럽인과 미국인들이 아시아계 음식점을 찾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더욱이 월드컵 성공 개최 후 한국문화와 상품 등에 대한 관심 증대와 일본 및 중화권 국가에서의 한류열풍은 시기적으로 지금이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좋은 기회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세계 어느 나라든 우리가 진출하지 못할 시장은 없다. 지금이라도 시장개척 가능성을 방송매체나 정부기관이 집중 관찰·연구해 대국민 홍보에 나서야 하며, 그들 나라에 우리 국민이 큰 어려움 없이 진출할 수 있도록 각종 투자채널을 확보하고 국민의 투자나 관심을 고조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물론 내집 앞에 식당 하나 차리는 것도 힘이 드는데, 지구촌 건너편 외국 땅에서 식당을 차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과 의지를 갖고 세계의 식당을 두드린다면 머지 않은 장래에 한국 식당의 세계화 꿈은 이뤄질 것이다.
/전 성 군
농협중앙교육원교수·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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