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보장제도를 공보험인 건강보험 중심에서 민간의료보험이 보충하는 이원화체계로 개편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고급화하는 의료욕구, 의료시장 개방, 의료사업 발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건강보험 중심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논리이다.
민간의료보험이 본격 도입될 경우 건강보험은 기본보험으로 한정되며 그 이상의 의료욕구를 원하는 사람들이 민간보험을 선택하게 돼 건강보험 영역이 제한되고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책임보다는 개인적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면서 국민들간 형평성도 약화되고 국민 의료비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민간보험은 계약에 의해 급여를 결정하므로 고소득층은 고급의료를 제공하는 민간보험을 선호하고 저소득층만 건강보험을 지키게 돼 건강보험 재정은 더 어려워지게 되고 건강보험 신뢰도는 더 떨어지게 된다.
저소득층이나 노인층과 같이 상대적으로 경제능력이 낮은 계층은 민간보험 가입률이 낮아 사회 계층간 의료서비스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민간의료보험 도입에 앞서 선결과제는 첫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통한 공공성 확보다. 현재 54%에 머무르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의료 선진국과 같이 80% 이상으로 높여 사회보험으로서의 건강보험 공공성을 높이는 게 많은 국민을 위한 바른 의료복지정책이다.
둘째, 공보험인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현재보다 높은 본인부담 보장률을 지원할 수 있을 때까지는 민간보험은 지금과 같이 건강보험 비급여 비용 및 본인 부담금을 보상하는 ‘보충형’으로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
셋째, 정부는 현재 소득 재분배를 통한 공보험의 질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우리 사회의 양극화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 민간의료보험 도입은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고 국민의 불만은 더욱 높아질 것이므로 빈부격차를 줄이고 중산층을 확대해 나가는 정책이 앞서야 한다.
민간의료보험 도입이 전혀 불필요한 건 아니며 장점도 있다.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국민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긍정적인 부문도 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논하는 건 시기상조다.
지금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이지 민간의료보험 도입을 논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복지사회는 소외된 약자 편에서, 인권이 미치지 못하는 국민을 위해 노력할 때 빨리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의료정책을 정치적·경제적 논리로 풀려고 하지 말고, 복지적인 논리로 풀어 나가기를 간곡히 바란다.
/이 종 복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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