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반대 시위중 구속됐다 풀려난 홍콩의 원정시위대가 재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지원하는 단체가 우리 정부에 대해 변호사비, 생활비, 피복비, 가족면회를 위한 여행경비 등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귀국을 홍콩정부에 보증해 줄 것도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이 귀국 후 재판을 받으러 가지 않을 경우, 국제적 신뢰도가 떨어지고 외교적 마찰 가능성 때문에 거절했다. 정부는 참으로 다행스럽고 옳은 결정을 했다. 물론 정부는 자국민이 외국에서 행한 범죄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받고 있는지, 혹은 인권침해를 받은 것은 아닌지, 확인할 의무는 당연히 있다. 그러나 외국에 나가 폭력을 행사하고 나라 망신까지 시킨 이들이 어떤 이유로, 또 어떤 명분으로 폭력시위에 대한 해결비용을 정부에 요구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시위란 자기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이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방법에 속한다. 따라서 대통령에게 자기 뜻을 알리기 위해 청와대 앞에서도 시위할 수 있고, 국회 앞에서도 시위를 벌인다. 과천 정부청사 앞에는 시위를 위한 넓은 공터도 마련됐다. 이 또한 평화시위를 전제로 가능하다. 과거의 시위는 독재나 군사정권에 대한 저항의 의미가 있었던만큼 폭력시위도 국민이 용인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 전반이 민주화되고 선진화된 오늘 경찰버스에 불을 지르고 화염병을 투척하고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죽창으로 찌르는 시위는 시위가 아니고 폭동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냉정을 유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같은 폭력시위에는 당연히 방어적으로 과잉 진압을 유발할 수 밖에 없다. 과잉 진압에 대한 절반의 책임은 폭력시위에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시위 진압으로 부상한 전·의경은 893명이고 지난 2001년 시위진압중 사망한 경찰도 있다. 시위 진압중 죽창에 찔려 실명한 경찰도 있고 반신불수가 돼 몇 년째 병원에 입원한 경찰도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의 “홍콩에선 발길질을 한 번만 해도 시민들이 깜짝 놀라더라”는 말만 보더라도 우리 나라 시위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짐작케 한다.
폭력시위로 국민의 지지는 물론, 외국에서 나라망신까지 시킨 이들이 도덕도 명분도 없이 정부에 변호사비용 등을 요구했다는 건 뻔뻔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필자는 ‘경찰청장 사퇴와 농민시위’란 제하의 투고에서 농촌의 절박한 현실을 감안할 때 농민들의 몸부림을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농민이 사망했다면 경찰청장 책임 또한 당연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과잉 진압을 유발하고 폭력시위에 대한 반성 없이 정부에 폭력시위 변호비용을 요구했다면 과잉 진압에 대한 경찰의 책임 또한 상쇄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폭력시위에 대한 반성을 전제로, 경찰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오 수 진
한국총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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