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등 고양지역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직장이 가깝기 때문에, 가진 돈이 모자라서, 살기 좋아서 등의 이유로 일산을 선택한 사람들이 극심한 아파트가격의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박탈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일산에 대한 애착심과 자부심 등이 이제는 “좀 더 빨리 이곳을 떠났어야 했는데”란 후회로 바뀌고 있다.
아파트가격의 양극화현상은 지난 2000년 이전에는 그리 심한 편이 아니었다. 분당에 대한 주택 수요자들의 선호가 높았지만, 일산은 나름대로 높은 녹지율과 저밀도 개발 등으로 전국에서 살고 싶은 도시로 인식됐다. 그래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분당보다는 낮지만 대부분의 수도권 아파트는 물론 서울 주변지역보다는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지난 2000년 일산의 33평형이 분당의 동일 평형의 80%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12월에는 67.4%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 낙후지역이 뉴타운 개발과 균형발전촉진지구 지정 등으로 강남·북간 격차가 줄어드는 것에 반해 일산은 분당과 용인 등은 물론 서울 낙후지역보다 아파트 매매가격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양극화되는 요인을 살펴보면 첫째, 마땅한 교통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일산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대화 풍동 행신 파주 운정 문산 삼송 등)를 공급한 결과 교통환경이 심각하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둘째, 한강이나 호수공원 등 중산층 이상의 주거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유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고급 주거시설 조성에 실패했다. 분당에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선 반면 일산에는 소형 오피스텔들이 대량으로 공급됐다.
셋째, 일산이 갖춘 자연친화적이면서 다른 신도시가 지니지 못한 문화적인 이미지를 살리는데 실패했다. 일산 이미지가 대표적인 러브호텔지역이나 동양 최대 규모 나이트클럽 등으로 채워졌다.
주거지로서 또는 투자 대상으로 등의 매력을 상실하고 있는 일산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일산은 인근 파주 및 김포 등에게도 밀려 결국에는 중·하층 거주지로 전락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종합적이면서 장기적인 도시개조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강북의 대표적인 주거 및 상업지역 등으로 성장하는 상암지구와 일산을 연계하는 방안, 호수공원과 일산 사이 지역을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로 개발하는 방안, 경의선 복선화와 역세권 개발, 제2자유로 조기 건설, 서대문구와 연결하는 도로 개설, 김포 지하철노선과의 조기 연결, 대규모 문화시설보다는 주민 인근에 살아 있는 문화공간 개발과 구체적인 프로그램 운영, 고양 도시시설(보도블록 가로수 등)의 이미지화, 정발산·호수 공원과 일산 인근 녹지간 녹지벨트화 등을 들 수 있다.
고양의 부동산 가치가 최소한 2000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려면 고양 스스로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장기개선안을 만들고 이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고양 주민 입장에선 무엇보다도 추진력 있고 박력 있는 강력한 시정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다.
/서 후 석 명지전문대 부동산경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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