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올해도 군사력을 체제옹호 수단으로 삼는 선군사상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당보(노동신문) 군보(조선인민군) 청년보(청년전위)의 신년 공동사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선군의 위력으로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에 비약을 이룩하자’면서 ‘이것이 우리가 높이 들고 나가야 할 전투적 구호이다’라고 했다. 조선중앙방송의 보도원(아나운서)이 40분간 낭독한 공동사설의 20분 이상을 군사대국 건설에 할애했다.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군사를 중시하는 우리 당과 국가의 원칙적 선상에는 트림(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민군대는 자위적 국방력의 핵심이고 사회주의 기둥’이라면서 ‘군사·정치교양강화·전군의 혁명화·훈련제일주의 방침·국방공업 우선 보장’을 역설했다. 현안의 북 핵 문제와 관련한 6자회담 진전도 이같은 맥락으로 추진된다고 보아져 생각보다 심한 난항이 예상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또한 한 층 더 잦아질 것이다.
북한이 군부대 및 군사력을 이렇게 절대적으로 중시한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세계수준의 막강한 군사력 과시로 국제사회의 위상을 인정받자는 것이고, 대내적으로는 정권 옹위 수단으로 삼는데 있다.
특히 대내적면에서는 반당 및 반국가적 봉기를 군사력으로 진압하면서, 한편으로는 군부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반란을 군조직력 강화·정치교양 강화 등으로 미연에 봉쇄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영도자를 중심으로 하는 천만군민의 일심단결을 철통같이 다지는 것은 사회주의 강성 번영을 위한 근본 담보’라며 ‘사회의 주력을 이루고 있는 혁명의 3세대·4세대들을 정치사상적으로 준비시켜 일심단결의 대(代)가 굳건히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한 점은 대를 이어 충성다짐을 고취하는 의도다. 그런데 더욱 분명한 대목이 있다. ‘인민군대는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혁명의 수뇌부를 목숨으로 사수하자’고 한 것은 그같은 의도를 노골적으로 뒷받침한다.
중국의 모택동은 혁명 초기에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말한 적이 있다. 북한의 이른바 혁명 권력은 곧 총구에서 나오고 총구로 지켜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선군사상, 즉 군사력 우선의 군대 지상주의는 그들 말대로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의 기둥’인 것이다. 남북간의 군사 당국자회담이 열리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남한에서는 군사 당국자회담이 장관급회담의 하위 개념인데 비해 북한에서는 그렇지 않다. 군은 내각의 상위개념에 있는 특별 우대집단이다. 감히 군사 당국자 회담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 북한의 상(相·장관)급이다.
공동사설은 물론 경제분야도 언급했다. ‘올해에도 농업전선을 경제건설의 주공전선으로 내세워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미군철수 투쟁’을 남한에 요구하면서 민족 대단합 실현과 남한내 반보수 대연합 구축을 주장, 남남갈등을 부추겼다.
그러나 강성대국 건설을 경제 등 건설이 아닌 선군사상의 군사력으로 추구한 공동사설은 평화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 ‘인민군대는 선군정치의 제일옹호 관철자가 되어야 하고 무적의 슬기와 용맹을 지닌 일당백의 펄펄 나는 싸움꾼으로 준비하여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역시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실익을 챙기기 위한 전술상의 겉무늬 변화일 뿐, 기본 전략은 예전 그대로다. 북 핵 문제 해결이 간단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된다.
올 남북관계 역시 북한은 일방적인 대북지원 수준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 순 평화통일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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