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丙戌年)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희망과 포부를 갖고 밝은 마음으로 한해를 설계해야 할 새해 아침 호남지역에선 폭설로 무너진 비닐하우스를 뜯어내며 망연자실(茫然自失)하고 있고 농업과 농촌의 불확실한 앞날에 농업인들은 실의에 빠져 있다. 여기에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업개방에 따른 농산물 수입 증가, 추곡수매제 폐지에 따른 쌀값 하락, 쌀 관세화 유예협상 국회비준안 통과를 저지하던 농업인의 죽음 등에 급기야 지난 연말 세계무역기구(WTO) 홍콩각료회의시 농업인들이 생존권마저 죽이는 처사라며 원정투쟁을 펼쳤다.
이처럼 꼬리를 무는 농업·농촌위기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농업·농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과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농업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새해에는 위기의 농업·농촌·농업인 현안을 해결하고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 경기도는 국가경제의 4분의 1, 관광산업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지역특화와 문화컨텐츠를 기반으로 경기농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고 선진농업모델로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더욱이 경기농업축제는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등을 기반으로 지역특화와 농업인의 소득 증대가 연계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양평, 광주, 남양주 등지의 청정 친환경 유기농채소 공급으로부터 시작되는 경기농업 특화전략은 파주 장단콩축제, 고양 세계꽃박람회, 이천 쌀축제, 포천 개성인삼축제 등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으며 온몸으로 체험하는 슬로푸드와 그린투어(Slow Food & Green Tour), 서해안 관광벨트와 연계된 화성 전곡항과 안산 탄도항 등의 블루마리나 포트(Blue Mariner Port), 오는 3월 개관되는 안산 어촌민속전시관 등은 대표적인 농·수산업 모델이다.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경기농업이 도시민의 웰빙(Well-Being)욕구를 충족시켜 주면서 문화마인드가 어우러진 고품질 농산물생산과 세계농산물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공세적 농업·농촌리더역할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도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다는 도전의식과 해외농산물과 경쟁해보겠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할 때다.
경쟁력은 규모와 가격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일본농업이 품질고급화를 위해 몸부림쳐왔듯 우리도 유기 농산물과 기능성 농산물 등 품질고급화와 안전성확보를 추구하는 게 경쟁력을 살리는 첩경이다. 이러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건 다름 아닌 농업인들의 창의적·협동적 조직경쟁력이다. 농업인들이 똘똘 뭉쳐 생산과 가공·저장·유통을 연계해 추진한다면 가격도 더 낮출 수 있고 품질도 더욱 높일 수 있으며 유통능력도 크게 신장돼 국제화의 파고를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이제 경기농업도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으로 잘만 가꾸고 내실있게 발전시켜 나간다면 분명히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농업인들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용기를 가져야 하며 국민과 기업 등은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농업인들에게 힘을 주고 경기도는 농업·농촌·농업인을 위해 올바른 정책방향 설정과 과감한 투자를 시행해야 한다.
새해에는 불신을 화합으로 승화시키고 신뢰를 바탕으로 농업인들이 희망을 갖고 재도약하는 국운융성의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 덕 영 경기도 농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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