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2006 새해 영농설계교육에 부쳐

사람들은 제각기 하는 일이 다르다. 그러나 한해를 보내고 맞이하면서 지난일을 반성해 보거나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건 누구나 비슷하다.

지금 농촌은, 아니 농업인들은 WTO(세계무역기구)나 FTA(자유무역협정) 등 농업의 국제적 여건변화에 따라 거대한 세계 시장이 하나로 형성되면서 현실적으로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이다. 새해를 맞는 농업인들의 마음 또한 사실 천근만근이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어김없이 경기도농업기술원과 시·군농업기술센터가 주관하는 새해 영농설계교육이 시작된다. 무언가 새로운 정보가 필요한 농업인들과 지식·기술·정보를 전달하려는 농촌지도 공무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정보를 주고 받는 교육이자 만남의 장이다. 벼농사는 물론 과수, 특작, 채소, 축산 등 각 분야에 대한 새로운 품종과 재배기술, 생산성 정보와 판로 또는 유통과정 등 인터넷시대에 맞는 새로운 패턴의 농사·농업정보가 소개되고 공유되는 자리다.

또 농업이 생명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을 서로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면서 토론하는 광장이기도 하다. 도내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해 영농설계교육은 5일부터 시작돼 다음달 하순까지 릴레이로 진행된다. 5만여 명이 교육에 참여하는 대단위 프로젝트다. 교육은 시·군농업기술센터 또는 시·군 공공시설 등을 이용해 시·군별로 자체 실시되며 농업인들은 시·군농업기술센터로 전화하면 상세하게 안내해 준다. 경기도농업기술원과 시·군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지금의 추세도 마찬가지지만, 농촌인구가 급격한 속도로 도시로 이주하면서 유휴 농경지가 늘고 농업에 종사하는 연령층이 높아지면서 식량걱정을 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였다. 지금 이시간, 식량증산 혹은 자급자족이란 말이 무색해져 버린 상황이지만 새해영농설계교육의 중요성은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 교육이 더욱 필요하고 절실하다는 농업인들이 많은 게 현실이고, 이때문에 어떠한 방향으로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지 고민스럽기도 하다.

세기가 바뀌면서 세상흐름이 급변하고 많은 일들이 이에 못지 않게 자연의 순리를 거스를 때가 많다. 농업이 생명산업임을 자처하며 만물의 근원이라고 일컫지만 힘과 세의 논리에서 밀릴 때가 한 두번이 아닌 게 현실이기도 하다. 바로 농업이 처한 현주소다. 하지만 농업·농촌은 분명 살아나야 하고 인류 역사와 함께 면면히 이어갈 수 밖에 없다. 먹거리와 자연환경은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명제이기 때문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가볍다고 했다. 위기가 곧 기회란 말도 있다. 농업·농촌여건과 현실이 어려운 때일수록 새해 영농설계교육장을 찾아 신기술이든 스스로 체험한 경험담이든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서로 공유해야 한다.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켜며 하는 농사 얘기는 그런대로 삶의 재미를 더할 수 있다. 많은 농업인들이 이번 새해 영농설계교육에 참여, 훈훈한 농촌인심과 따뜻한 농업인의 마음·온정을 나누는 화합의 교육장이 되길 기원해 본다. 지역 농업, 농촌, 농업인을 살리는 마음을 한데 모으도록 하자.

/허 지 도

경기도농업기술원 공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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