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사회복지과장으로 부임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 할머니 한 분이 쌀도, 돈도 아닌, 가끔 자신의 안부를 확인해 줄 사람을 연결시켜 달라고 하셨다. 돈도 있고 자손도 있다는 분이었다. 할머니의 모습에서 미래형 복지서비스의 방향을 생각하게 한 사건(?)이었다.
현재 우리의 복지는 저소득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생계형 복지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핵가족화 등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로 지역 주민들의 복합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맞춤형 복지서비스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시는 이같은 준비의 일환으로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구성해 보건·의료·복지와 연계된 공공·민간 복지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지역 현실에 맞는 복지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의 다양한 복지욕구 조사를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를 실행하기 위한 인프라의 구축이다. 현재 시의 사회복지시설은 종합사회복지관 4곳 이외에 노인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아동시설 등 모두 81곳에 이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설들이 생계형 복지시설로 저소득 주민들이 실질적인 이용 대상자들이다. 지난 2004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영통복지관이 준공됐고 같은해 준공·운영중인 시립전문요양원에는 노인 102명이 요양 및 보호받고 있다. 또 버드내 노인복지회관이 다음달 개관을 앞두고 있으며 장애인복지회관이 오는 5월 준공을 앞두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복지욕구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시설들의 잇따른 개관에도 주민들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 복지정책은 생계형 복지로 모든 수혜자들에게 관이 일방적으로 지원해 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4인가족 기준으로 일정액 미만의 소득이 있을 경우 일정액의 생활비를 보조해 주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같은 후진국형 복지정책에서 벗어나 이젠 선진국형 복지방식인 맞춤형 복지로의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맞춤형 복지란 주민 개개인이 각자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다. 영통종합사회복지관의 경우 개관 1년째인 지난 한해동안 이용인원이 100만명 이상을 넘어선 건 지역특성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한 결과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생계형 복지에 따라 수혜를 받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시는 이에 따라 위기가정 응급구호비, 이웃돌보기 사업, 공동모금회 긴급구호비 등을 통해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수업료를 납부하지 못해 졸업이 어려운 학생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불치의 병에 걸려 신음하는 이웃들과 소년소녀가장, 홀로 사는 노인, 양로원과 고아원 등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은 더욱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나마 구세군의 자선냄비나 공동모금회의 이웃사랑 캠페인은 메말라 가는 우리의 인정을 흔들어 깨우는 방편이다.
모두가 어렵겠지만 이럴 때 일수록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이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베품의 미덕을 생활화하는 이웃사랑운동 실천에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는,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 해 왕
수원시 사회복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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