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날인 24일 아침 일찍 전남 장성엘 갔었습니다. 요즈음 황우석 쇼크에 묻혀 제대로 실상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 폭설피해현장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피해 현장은 생각보다 심각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오전 9시30분께 도착해서 오후 늦게까지 100여 명의 인원이 정말 땀 흘려 일했습니다. 피해 현장과 망연자실해 있는 농민들의 안타까운 표정을 보니 도무지 꾀를 부릴 수가 없었습니다. 역시 119구급대원과 해병 전우 회원들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전기톱으로 비닐하우스를 지탱해있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쓰러진 쇠파이프의 연결고리를 잘라내고 뽑아내는 일을 정말 쉽게 해내 농민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봉사단과 함께 간 손학규 지사도 점퍼를 벗어 던진 채 비지땀을 흘리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 주변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필자는 일찍이 태풍 매미로 피해를 입었던 마산에 봉사활동을 나갔다가 너무나도 열심히 일하는 손지사의 진면목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어쨌거나 삽으로 눈을 걷어내고 뽑아낸 쇠파이프를 옮기는 일을 하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후에는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비닐하우스와 하우스가 연결된 부분에 쌓인 눈을 치웠습니다. 오후 일이 마무리될 때 쯤 장성군수께서 막걸리를 가지고 위문을 오셔서 고맙다는 말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사실 우리 100여 명이 한 것은 큰일은 아니지만 도지사까지 직접 와서 일손을 도울 줄은 미처 생각지 못한 듯 했습니다. 폭설현장의 봉사활동은 동네 주민들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며 버스에 오르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집에 돌아와 욕조에 몸을 담그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경기지역도 지난 91년 고양의 한강 둑이 터졌을 때, 또한 지난 98년 수해 시에 전국 각지의 국민들로부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 경기도민이 폭설피해지역 주민들을 위해 앞장서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은혜를 모르면 짐승만도 못하다고 했습니다. 성탄연휴 이틀 동안에만 2천명이 넘는 경기도민들이 전남북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고 합니다. 대단한 일입니다. 성탄의 의미에 걸 맞는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아직도 설해복구실적은 80%
를 밑돈다고 합니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새해가 밝아 올 것입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이 순간 우리 경기도민을 비롯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폭설피해지역에 대한 관심과 지원으로 연말까지 폭설로 입은 상처가 말끔하게 치유되었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새해아침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떠오르는 햇덩이를 가슴에 안고 힘차게 새 출발했으면 하는 마음이 그저 간절할 뿐입니다.
/홍 승 표 道총무과장·시인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