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금 한푼도 받지 않는다”
“저 여자 남편 얼굴에 먹칠하네”
지난 12일 안성시 공도읍 불당리 주민 10여 명이 박정오 부시장을 찾아 하수종말처리장 건립에 따른 부당함을 논의한 자리에서 한 고위 공직자가 쏟아 낸 표현들이다.
주민들은 이날 박 부시장과 상수도사업소장에게 하수종말처리장을 건립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시가 좀 더 타당성을 조사, 마을과 떨어진 옆으로 이전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방문했었다.
집중호우시 얼마나 마을이 침수 피해를 입었기에 팔순 노인이 자식같은 공무원들에게 하수종말처리장 건립을 재검토해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는지 실로 안타까움이 앞선다. 투명한 행정으로 주민들에게 최상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시가 이러한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못할까 하는 의구심도 남는다.
법을 운운하기 보다는 주민들의 고충이 무엇인지 충분히 수렴하고 검토해야 옳다. 공무원이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행정서비스의 본질은 법보다는 현실을 먼저 꿰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해야 할 고위 공직자는 “여기가 무슨 청문회장이냐”며 도리어 주민들을 구박해 행정 불신감만 불러 일으킨 점도 문제다.
자신들이 사업을 추진할 당시 주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회를 하지 못해 행정 처리를 잘못했다고 주민들에게 시인하고서도 말이다. 실제로 하수종말처리장 이전문제는 수백억원이 들어가는만큼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러나 우선 재검토를 통한 주민설명회를 개최, 주민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행정의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세계를 향한 문화·예술의 도시, 제2의 맞춤도시 건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석원기자 sw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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