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수도권정비계획법 철폐돼야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에 따른 수도권 민심을 달래기 위해 최근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 완화 등 수도권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내년부터 3년동안 수도권에 매년 60만평씩 모두 180만평 규모 산업단지 공급을 골자로 한 수도권 정비계획이나 행정·공공기관 이전지역 및 낙후지역 등을 ‘정비발전지구’로 지정해 세제 혜택 및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규제 완화의 핵심인 공장 신·증설이 계속 규제되고 공장총량제 골격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장총량제 등을 규정해 놓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수도권 규제 완화는 말잔치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수정법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 및 산업의 적정 배치를 유도, 수도권의 질서 있는 정비와 균형있는 발전을 취지로 지난 82년 제정·공포됐다.

그러나 이제 이 법은 용도가 폐기돼야 마땅하다. 수정법은 수도권 과밀화를 막지 못했으며 질서 있는 개발도 하지 못한 채 수도권의 경제력을 약화시키고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만 초래해 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판교·화성·파주·김포·양주 등 잇따른 수도권 택지개발사업으로 수도권 과밀화를 부채질하면서도 생산에 필요한 공업용지는 늘리지 않아 도시의 자족기능을 상실시키고 도시를 기형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특히 각종 개발 제한으로 소규모 마구잡이 개발만 가속화되고, 이는 교통난과 환경파괴로 이어져 주변 도시 주민들의 삶의 질마저 떨어뜨리는 난개발을 자초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김문수·고흥길·임태희·신상진 국회의원 등 성남지역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한나라당 수도권 국회의원 51명이 수정법의 대체법안으로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출한 건 매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수정법은 정부가 주도하는 획일적 개발 통제법이다. 반면 대체입법인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에 관한 법률’은 수도권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체제로 전환해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개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자치와 분권이란 시대적 사명과 흐름을 반영한 매우 시의적절한 법안이다. 특히 공장총량제 폐지나 대규모 개발사업 등에 대한 개발협약제 및 이익분배 등 대체입법 내용은 수도권 국제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수도권 개발 이익을 지방과 함께 나눠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높이 평가한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선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 주최로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 및 대체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는 손학규 경기도지사와 이명박 서울시장 등 한나라당 대권후보들과 강재섭 원내대표, 이규택 최고위원, 임태희·신상진 국회의원, 한나라당 수도권 지역 국회의원 30여 명 등 모두 300여 명이 참석했다. 필자는 이날 공청회에 경기도 경제단체 대표로 참석, 찬조연설을 통해 수정법 폐지와 대체입법 노력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적극 공조할 뜻을 밝힌 바 있다.

흔히 수도권 발전을 지방의 낙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 사람들의 잘못된 계산법에서 나온 등식이다. 수도권 발전은 국가경쟁력을 드높이는 원천이자 지방 발전의 촉매제이다.

수도권의 불필요한 규제를 대폭 줄이고 수도권이 보다 계획적이고 효과적으로 개발, 관리될 수 있는 법안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기대한다.

/김 주 인 성남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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